-
지난 3월 성인 페스티벌 ‘2024 KXF The Fashion(이하 성인 페스티벌)’ 개최 소식이 논란이 됐다. 성인 페스티벌은 ‘X스와 패션에 미친 페스티벌’이란 슬로건을 내세우며 일본 AV 여배우들의 패션쇼 및 팬사인회와 댄스 공연 등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4월 20일부터 이틀간 수원시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지난달 27일 수원시는 대관 취소를 요청했다. 개최 장소에서 불과 50m 거리엔 초등학교가 있다. 이에 해당 장소에서의 성인 페스티벌 개최가 청소년 교육에 좋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행사를 주최한 ‘플레이조커’의 이
편집장적 논평
이나윤 기자
2024.04.15 10:35
-
현재와 미래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 필자는 조금의 망설임 후에 현재라고 답하겠다. 사람들은 다들 저마다의 이유로 현재 또는 미래를 선택할 테다. 무엇을 선택하든 틀린 답은 아니다. 그러나 선택의 순간, 간과해선 안 될 것이 있다. 바로 삶은 연속적이란 것이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선택하지 않은 쪽에 복구할 수 없는 피해가 생겨선 안 된다. 다른 쪽의 피해를 간과하고 내린 결정은 개인의 삶이어도 문제지만, 그것이 단체를 향할 때 당연히 더 큰 문제가 된다. 지난 15일 본교 대학평의원회에서 모집단위 광역화 방안과 상경계열 학제 개편
편집장적 논평
이나윤 기자
2024.03.25 09:53
-
취재를 위해 아침 7시에 지하철을 탄 적이 있다. 별생각 없이 올라탄 지하철은 정말 지옥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편이 아닐뿐더러 필자의 고향엔 지하철이 없다. '지옥철'이라 불리는 것에 면역이 아예 없단 의미다. 금방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내릴 역까지는 한참이나 남아있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얼굴도 모르는 서로에게 몸을 맡긴 채 그저 서 있는 거였다. 온갖 것들을 저주하며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데 갑자기 반짝임이 느껴졌다. 한강을 지나는 중이었다. 햇빛에 반사된 강물을 보니 한결 차분해진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제야 주변이
편집장적 논평
이나윤 기자
2024.03.04 13:56
-
『한국영화가 사라진다』. 며칠 전, 교내 도서관에 들렀다가 덜컥 대출한 책이다. 9월에 나온 신간으로 북 카트에 놓여 서가에 정리될 운명을 기다리던 찰나에 선점했다. 책 속에는 영화표 값, OTT 서비스 등 요즘 화두에 오른 논제들이 총망라했다. 필자는 영화를 좋아한다. 책, 연극 등 수많은 예술 중에서도 왜 영화냐고 묻는다면, 방대하고도 무자비한 세계관 때문이다. 영화는 참 많은 세상을 조명한다. 상상조차 되지 않는 아주 먼 미래를 그리기도 하고, 어제 했던 푸념처럼 아주 가까운 세상을 담기도 한다. 그런 세계를 모든 감각을 총동
편집장적 논평
김한비 기자
2023.10.15 22:08
-
당신이 살면서 절대 잊지 못하는 순간은 언제인가. 필자는 ‘썩은 과일바구니’라 답하겠다. 중학교 시절의 이야기다. 당시 필자가 소속됐던 학생회는 친구, 선생님 모두에게 ‘성실한’ ‘모범생’ 단체로 불렸다. 그러나 임기 중후반쯤, 우리 사이에 꽤 큰 싸움이 벌어졌다. 이 분란은 끝내 활동에 지장을 만들었고, 결국 담당 선생님의 귀에도 들어갔다. 썩은 과일바구니는 그런 우리를 두고 하셨던 선생님의 말씀이었다. 빛깔만 좋은 엉터리 과일들이 맨 위에 놓인 과일바구니. 사실 그 안은 모두 썩어있는 꼴이라고 했다. 고작 십몇 년밖에 살지 않았
편집장적 논평
김한비 기자
2023.09.18 14:33
-
“대학교에서 그런 일이 벌어질지 몰랐어요.” 며칠 전 만난 타대 학보사 편집국장이 내게 전한 말이다. 학보사는 학내의 다양한 사건과 마주한다. 아주 사소한 문제부터, 사회가 조명하는 일까지. 이러한 대학 사회의 문제는 대부분 비슷한 일들로 귀결된다. 그래서 편집국장들은 어려움이 닥칠 때 서로에게 조언을 구하곤 한다. 그러나, 이번 일에는 그 누구도 섣불리 나서서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촛불 집회, 본관 점거, 수차례의 회의와 면담. 그 순간들을 취재하며 봤던 학우들의 눈물을 여전히 잊지
편집장적 논평
김한비 기자
2023.09.01 01:57
-
편집장으로 임명된 후 벌써 네 번째 학보를 펴내고 있다. 그 말인즉슨 한 해의 절반이 지났다는 뜻이고, 또 이제껏 달려온 길의 끝이 점차 눈앞에 보인다는 뜻이다. 1학기 종강호 발행을 앞두고 편집장이기 이전에 기자로서 지난 2년을 되돌아봤다. 쉽게 쓴 기사는 단 한 개도 없었다. 그러나 매 순간 취재에 열과 성을 다했고, 끝끝내 맡은 기사를 만족스럽게 완성해 냈다. 또 처음 겪는 일에 생채기도 많이 났으나, 아문 자리에는 굳은살을 남기며 나름의 성장도 이뤄냈다. 그러나 우리의 동덕은 시간이 지나도 성장은커녕 제자리걸음을 걷는 듯 보
편집장적 논평
김한비 기자
2023.05.30 00:07
-
최근 ‘조용한 퇴사’로 골머리를 앓는 기업이 늘었다. 이는 MZ세대 사이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애사심 없이 직장에서 최소한의 일만 하는 것을 말한다. MZ세대, 아니 ‘우리’는 왜 조용한 퇴사를 하고 있는가. 좋은 대학이 좋은 직장으로 연결된다는 신념으로 19년을 달려온 우리는 대학 입시를 치른다. 원하는 대학이든 아니든 입학 후에는 여유 부릴 시간이 없다. 취업, 그 바늘 같은 경쟁에서 살아남고자 우리는 청춘을 바쳐 스펙을 쌓는다. 공모전에 도전하고, ‘서포터즈’라는 이름으로 소속감도 없는 기업의 홍보를 돕는다. 어학 성적과 자
편집장적 논평
김한비 기자
2023.04.10 14:01
-
최근 말로만 듣던 ‘4차 산업혁명’을 체감했다. 토론형 전공 수업을 듣던 중, 한 학생이 교수님의 질문을 챗GPT에 입력하는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학생은 챗GPT가 말해준 답변 그대로 발표했고, 수업은 자연스레 이어졌다. 컴퓨터가 내놓은 답변이라는 것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채 말이다. 이처럼 시대의 변화를 몸소 체험시켜주고 있는 대화 전문 대규모 인공지능(이하 AI) 챗봇 챗GPT. 지난 두 달간 챗GPT와 관련된 서적만 17종이 출간되며 AI 기술은 2023년 상반기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자료 수집뿐만 아니라 번역,
편집장적 논평
김한비 기자
2023.03.20 13:10
-
‘사랑’에 대해 고민해본 적 있는가. 플라톤은 사랑을 네 가지 종류로 정의했다. 육체에서 기인하는 에로스, 도덕적 사랑인 필리아, 혈족애로도 일컬어지는 스토르게, 무조건적 사랑의 아가페. 당신은 어떤 사랑을 하고 있으며, 어떤 사랑을 받고 있는가. 사람은 태어나 완전히 자랄 때까지 사랑하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랑을 경험에서 비롯되는 본능의 일부분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사람은 스스로 겪은 감정일수록 타인에게 잘 전달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사랑을 받아본 사람은 남에게 사랑을 주기도 쉽다. 반대로 사랑을 받아본 적 없는
편집장적 논평
김한비 기자
2023.03.02 13:43
-
영화 를 보고 영화관을 나오며 메모장에 썼던 글을 옮겨보려 한다. 영화는 한국에서 오랜 시간 살아온 부부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꽤 현실적이다. 남편과 아이들을 뒷바라지하느라 자기 삶이 뒷전으로 밀려난 여자, 그리고 와이셔츠가 덜 말랐다며 바닥에 던지고,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화내고, 임신한 여자에게 애 낳는 게 대수냐고 타박하고, 살날이 두 달밖에 남지 않은 시한부 여자에게 차갑고 폭력적으로 대하는 남자. 이를 모두가 경험해 온, 그렇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보편성’으로 담아낸 것만으로도 비판의 여지가 다분하
편집장적 논평
전감비 기자
2022.10.17 12:39
-
전면 대면 수업이 시작된 지 약 2주일이 지났다. 일명 ‘코로나 학번(20학번)’으로 입학한 동기 S는 “이제야 학교에 다니는 것 같다”는 말을 남겼는데, 그 말에 깊이 공감했다. 교수님과 얼굴을 마주 보고 수업을 듣고, 공강 시간에는 동기들과 밥을 먹는다. 기자들이 가득 모인 학보사실에서 기사를 쓰다가 심야 영화를 보러 가기도 하고 주말에는 공연장에 간다. 이처럼 우리의 삶은 비로소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왔다. 비록 강의실에서는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있고, 조금만 감기 기운이 있어도 ‘코로나인가?’ 생각하며 불안해하긴 하지만 감
편집장적 논평
전감비 기자
2022.09.19 15:54
-
동덕여대학보에는 ‘그날의 동덕 끄덕끄덕’ 일명 ‘그덕끄덕’이라는 꼭지가 있다. 생긴 지 약 1년 반이 채 되지 않은 이 꼭지는 지난날에 있었던 동덕의 일을 추억하고 기념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다만 그덕끄덕을 작성하기 위해 예전 학보를 찾아볼 때면 기분 좋은 향수보다는 답답함과 무력감을 먼저 마주하게 된다. 2017년, 학생들의 거센 반대에 학사 구조 개편이 철회됐다는 기사를 보며 2022년,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학사 구조 개편을 통과시킨 상황을 마주했다. (본지 보도 2022년 3월 21일 제529호 1면) 비민주적인 등록금운
편집장적 논평
전감비 기자
2022.09.01 13:49
-
‘요즘 같은 시대’에 벌어졌다곤 믿을 수 없는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임종린 파리바게뜨지회장은 에스피씨(SPC)그룹에 맞서기 위해 53일간 단식투쟁을 했다. 요구 사항은 일한 만큼 임금을 받고, 점심시간과 휴식 시간을 준수하고, 아플 때 휴가를 쓸 수 있게 하고,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유지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 즉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기본적인 사안들이었다. 성별, 나이, 학력, 병력, 장애, 성적 지향, 종교, 인종 등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당연한 이치를 지키기 위해 40일이 넘도록 단식을 이어나가고 있
편집장적 논평
전감비 기자
2022.05.30 14:57
-
얼마 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책을 만났다. 바로 루리 작가의 어린이문학 『긴긴밤』이다. 단락마다 눈물을 훔칠 정도로 감동적이었던 이 책에는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글이 참 많다. 그중 소설 초반부터 눈길이 갔던 문장이 있다. “눈이 보이지 않으면 눈이 보이는 코끼리에게 기대서 걸으면 돼. 같이 있으면 그런 건 문제가 아니야. 우리 옆에 있으면 돼. 그게 순리야.” 주인공인 흰바위코뿔소 ‘노든’은 코끼리들이 사는 곳에서 태어났기에 자신이 코끼리라고 생각하며 자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노든은 자신이 그들과 다른 존재라는 것을 어
편집장적 논평
전감비 기자
2022.04.11 12:27
-
지난 4일, 20대 여성 A 씨가 달리는 택시에서 뛰어내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자 청원 글을 작성한 A 씨의 동생은 “어둡고 낯선 길에 빠르게 달리는 택시 안에서 누나는 극도의 공포감과 생명의 위협을 느껴 차에서 뛰어내리는 선택을 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사건은 아직 수사 중으로, 진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여성들은 택시에서 불안감을 느꼈던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며 A 씨가 달리는 택시에서 뛰어내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표했다. 늦은 시간 택시 안에서 휴대
편집장적 논평
전감비 기자
2022.03.19 23:46
-
학교의 늦은 일 처리는 학생들이 늘 가지고 있는 불만이다. 개강 일주일 전인 2월 23일 ‘전면 2주 비대면 개강’이라는 공지가 올라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집을 계약한 학생,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학생 등 교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인제 와서 갑자기 수업운영계획을 바꾸면 어떡하냐”는 푸념 섞인 글이 잇따라 게시됐다. 변동사항이 많은 재난 시국이고, 개강 후 2주간 비대면 수업을 허용한다는 교육부의 지침이 2월 21일 오후에 내려진 것을 고려하면 학교 측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학교-학생
편집장적 논평
전감비 기자
2022.03.01 01:06
-
손끝이 시려오는 겨울입니다. 모든 것이 낯설었던 새내기 시절, 온갖 교내외 소식을 전달하는 학생기자가 멋있어 보인다는 단순한 마음으로 학보사에 지원했습니다. 그렇게 얼떨결에 59기 기자로 선발됐고, 순식간에 시간은 흘러 어느덧 학보사에서 3번째 겨울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실수투성이였던 수습기자를 지나 정기자, 데스크단에 이르기까지 학보사는 알게 모르게 제 대학 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나의 신문이 세상에 나오려면 이토록 갖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매 순간 실감했고, 학기는 물론 방학에도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업무
편집장적 논평
노희주 기자
2021.11.29 10:50
-
월화수목금 등교하는 게 자연스러웠던 2019년의 어느 가을, 우리는 본관 앞 운동장에서 ‘일치단결, 전진하는 同心同德(동심동덕)’ 글자가 적힌 노란 풍선을 높이 흔들었다. △학사제도협의체 신설 촉구 △5대 요구안에 대한 총장합의문 즉각 체결의 두 가지 안건을 실현하고자, 모든 학우가 한마음 한뜻으로 소리쳤던 그날의 현장은 학우들 간에 샘솟는 연대의 힘을 여실히 체감했던 순간이었다. 2년째 비대면 학기가 이어지면서, 이처럼 수많은 학생이 한 자리에 모여 공동행동을 진행했던 일들은 먼 과거가 됐다. ‘학생 없는 학교’의 상태가 지속되자
편집장적 논평
노희주 기자
2021.10.11 10:30
-
지난 2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정부와의 합의 끝에 총파업을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전국 곳곳의 의료원에선 10일이 넘도록 개별적인 파업을 이어나갔다. 이들이 요구하는 내용은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 △공공의료 확충 세부 계획 제시 △교육 전담 간호사 제도 확대 △야간 간호료 지원 △코로나19(이하 코로나) 전담병원 의료인력 기준 마련이다. 지난주부터는 노사 협상이 본격화돼 파업이 종료되는 추세지만, 지금까지 파업이 여러 번 반복돼왔던 것을 고려한다면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공공의료계에서 파업이 계속해서 촉발됐던
편집장적 논평
노희주 기자
2021.09.23 0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