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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 상영됐던 <김씨표류기>에는 방 밖으로 나오지 않고 살아가는 이른바 ‘은둔형 외톨이’인 여자가 등장한다. 영화는 그 여자가 우연히 한강의 섬에 표류된 한 남자를 발견하게 되고 결국 두 사람이 소통하다 만나게 된다는 과정을 담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방콕’하며 대면접촉을 하지 않는 인물의 삶
정덕현의 프리즘
정덕현 문화평론가
2018.05.2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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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산골에 푹 파묻혀서 빈둥빈둥 보내고 싶다.” 예전 를 기획하게 된 계기를 물었을 때 나영석 PD가 뱉은 첫마디였다. 점심을 먹고 회사로 들어가기 싫다는 누군가의 말에 작가와 PD가 작당(?)해 시골집을 알아보고 답사까지 갔는데, 문득 ‘프로그램으로 제작해보면 신선하겠다&rs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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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 문화평론가
2018.04.17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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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대표작인 <향수>에는 머리칼이 잘린 채 살해된 소녀에게서 추출된 향으로 최고의 향수를 만드는 악마적 천재 ‘그르누이’가 등장한다. 영화로도 제작된 이 작품의 부제는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다. 그런데 작가는 이 살인자를 ‘향수의 예술가’로서 그려낸다. 물론 살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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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 문화평론가
2018.03.26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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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당했다’ 할리우드의 스타들이 시작해 촉발된 미투 운동은 이제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폭력 피해 폭로로 촉발되며 문화계로도 확산되고 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곤 했던 고은 시인과 연극계의 거장 이윤택 연출가의 충격적인 성추행 사례가 폭로됐고, 배우 조민기의 청주대학교 학생을 상대로 벌어진 성추행 사태가 폭로되면서 미투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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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 문화평론가
2018.03.04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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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은 예능일 뿐 오해하지 말자!” KBS <해피투게더>에서 만들어진 이 유행어는 웃기려는 일에 너무 과한 반응을 보이지 말라는 의미로 한때 많은 이의 입에 오르내렸다. “예능인 줄 알았는데 다큐더라”라는 말 역시 웃겨야 하는 상황에 진지한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는 표현으로 쓰였다. 이러한 양상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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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 문화평론가
2017.12.05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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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문 사회면에는 ‘데이트 폭력’에 관한 사건들이 매우 잦게 등장한다. 과거에는 이런 사건을 두 사람 간의 개인적인 일로 치부한 채 쉬쉬하곤 했다. 하지만 이 같은 폭력은 육체적인 상처뿐만 아니라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정신적 상처를 동반하기 때문에 개인의 미숙함을 이유로 정당화될 수 없다. 성황리에 종영한 드라마 <청춘시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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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 문화평론가
2017.10.1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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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MBC every1 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화제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고향 친구를 한국에 초청해 여행을 다니는 방송으로, 간단한 콘셉트로 보이지만 그 반응이 뜨겁다. 바로 우리의 풍경과 문화가 외국인의 시선을 통할 때면 새삼 새롭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들의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타자에 대한 남다른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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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 문화평론가
2017.09.19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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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이라도 나도 저런 곳에서 아무 생각 없이 지내고 싶다.’ 지금 꽤 잘 나가는 예능 프로그램은 대부분 이런 대중의 욕망을 끄집어낸다. JTBC <효리네 민박>를 보면, 제주도의 이 민박집을 찾은 이들은 남다른 배려심을 가진 이효리와 이상순 그리고 직원으로 있는 이지은(아이유)에게 극진한 대접을 받는다. 잠깐의 여행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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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 문화평론가
2017.09.04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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욜로(YOLO)! 최근 ‘You Only Live Once!’를 외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는 한 번뿐인 삶에 하고 싶은 일을 바로 실행에 옮긴다는 말로, 대중문화는 이러한 움직임을 즉각적으로 수용했다. 그중에서도 나영석 PD가 내놓은 tvN <윤식당>은 대중의 욜로 감성을 건드리며 화제의 중심이 됐다. 발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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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 문화평론가
2017.06.1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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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는 현재 우리가 처한 문제 혹은 현실을 담아낸다는 특징을 갖는다. 그것은 의식적으로 이뤄지기도 하고 무의식적으로 동반되기도 한다. 실례로, MBC 이 굳이 홍길동을 내세워 역적의 탄생을 그려낸 건 우리가 겪어낸 탄핵 정국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이 사극은 민심에 의해 왕이 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를 연산의 폭주로 인한 백성의 횃불 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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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 문화평론가
2017.05.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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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N 드라마 <터널>은 과거에서 현재로 30년이라는 기간을 타임리프 하는 스릴러 장르물로, ‘시간의 터널’이라는 문학적 수사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시청자는 이러한 설정을 통해 30년 전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이 현재에 다시 반복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그로 인해 과거의 고통이 현재까지 지속되면서 여전히 힘겹게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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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 문화평론가
2017.05.1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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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찾아오면 어김없이 피어나는 벚꽃처럼 기다려지는 곡이 있다. 바로 장범준의 ‘벚꽃엔딩’이다. 올해도 이 노래는 다시 음원차트에 들어와 역주행하는 놀라운 기적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매년 반복되는 기적 같은 행보를 어쩌다 벌어진 행운으로 생각하는 이가 많다. 하지만 최근에 개봉한 장범준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영화 <다시, 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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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 문화평론가
2017.04.1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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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예능 프로그램 의 제목은 두 가지 정서를 동반한다. 우선, ‘혼자서도 잘 살아간다’는 긍정적인 정서이고 다른 하나는 이제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 우울한 시대 정서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기획돼 시청자의 공감을 일으키는 현상은 1인 가구 시대가 이미 우리 사회에 도래했다는 것을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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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 문화평론가
2017.03.28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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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말하는 대로>는 길거리에서 이른바 ‘강연 버스킹’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사실 본 프로그램은 시작될 당시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면서 시청자의 관심이 급증했고 이른바 시국 버스킹으로 불리게 됐다. 다채로운 인물군이 해주는 사이다 강연에 대중의 마음이 움직인 것이다. 물론 과거에도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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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 문화평론가
2017.03.0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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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6월, 광화문 광장에서는 독재 타도를 외치던 학생과 이를 지지하는 시민을 무력으로 진압했던 전경 간의 충돌이 벌어졌다. 당시 광장에는 대중이 부르던 ‘님을 위한 행진곡’과 ‘천리길’, ‘광야에서’ 등의 노래가 산발적으로 이어지곤 했다. 하지만 전두환 정권의 군홧발 폭력 앞에 발생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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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 문화평론가
2016.12.05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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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장 유행어를 많이 만든 인물은 누구일까. 평소 같으면 개그맨이 순위에 올랐겠지만, 지금은 안타깝게도 박근혜 대통령이 1등이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문의 내용 중 하나인 “내가 이러려고 ○○했나 자괴감이 든다”라는 말이 이미 하나의 유행어로 자리 잡았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국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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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 문화평론가
2016.11.22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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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젊은 세대에서 쓰이는 ‘잉여’라는 말은 ‘다 쓰고 난 나머지’라는 뜻으로, 그다지 생산적이지 않은 이들을 낮춰 부르는 표현이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 의미와는 달리 이 단어를 긍정적으로 사용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나아가 ‘잉여롭다’는 표현에는 어딘지 여유로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잉여와 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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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 문화평론가
2016.10.16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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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블록버스터 시장에서 가장 성공한 작품은 단연 영화 이다. 국내에서는 좀체 시도되지 않았던 좀비 영화가 무려 1천1백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사실은 본래 이 장르물이 가진 B급 마니아적인 특성을 고려해보면 놀랍기 그지없다. 일종의 신드롬이 있었다는 이야기인데, 그 중심에는 ‘좀비’에 대한 남다른 해석이 있다.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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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 문화평론가
2016.10.0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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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해지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싶지만, 의외로 주변에는 평범함을 꿈꾸는 청춘들로 넘쳐난다. 대학 등록금 때문에 일찌감치 빚을 져야 하거나 생계 걱정에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살아가는 청춘. 물론 이런 경우보다는 보통 정도는 되는 사람들이 더 많겠지만, 분명 그 보통 이하의 삶을 버텨내는 젊은이도 있다. JTBC 드라마 <청춘시대>의 주인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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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 문화평론가
2016.09.02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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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있어빌리티’가 요즘 트렌드란다. ‘있어 보인다’라는 단어와 능력을 뜻하는 ‘ability’가 합쳐져 만들어진 신조어다. 그러니 그 뜻을 풀어보면 ‘있어 보이는 능력’ 정도가 되겠다. 사실 ‘있어빌리티’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은 SN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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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 문화평론가
2016.05.30 1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