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영국의 한 커플이 오는 6월에 결혼한다는 소식으로 세상이 떠들썩했다. 바로 영국 남동부 이스트번 지역에 살고 있는 조지 커비(103) 할아버지와 도린 럭키(92) 할머니가 그 주인공이다. 신랑과 신부의 나이를 합치면 무려 195세인 ‘세계 최고령 커플’의 탄생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극장도 황혼의 로맨스에 빠졌다. 2014년 개봉한 영화 <님아 그 강은 건너지 마오>에는 98세 할아버지와 89세 할머니가, <국제시장>에는 70대 부부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올해 개봉한 영화 <장수상회>에 나오는 성칠(박근형)과 금님(윤여정) 역시 모두 70세로 이 흐름에 편승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영화 초반부에서 한 소년과 소녀가 처음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이들은 첫사랑의 풋풋함을 보여주며 극을 시작한다. 그 후, 화면이 전환되며 까칠한 인상파 할아버지인 성칠이 등장한다. 이런 그의 집 앞에 금님과 그녀의 딸 민정(한지민)이 이사 온다. 동네 재개발을 반대하며 주민과 대립하는 고집불통 할아버지이지만 금님 앞에서는 소년의 순수한 모습으로 돌아간다. 성칠이 일하는 마트 사장이자 재개발 책임자인 장수(조진웅)는 재개발을 위해 그를 설득하려고 노력하지만 실패한다. 그러던 중 성칠이 금님에게 호감을 느낀 것을 알아챈 장수는 그의 인감도장을 얻기 위해 그와 금님의 데이트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극 초중반에 장수뿐만 아니라 재개발을 원하는 온 마을 사람이 성칠의 동의를 받으려 그에게 조언을 건네고 도와주는 과정이 익살스럽게 묘사됐다. 해병대 출신이라는 자부심이 강하고 불친절하기만 하던 할아버지는 젊은 세대의 매너를 배워가며 가부장적인 모습에서 잠시 벗어나기도 하고 금님 주변의 남자에게 질투하는 사랑에 빠진 남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장면은 영화를 보는 내내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게 만든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내내 맞춰지지 않는 조각을 던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보통 영화는 시간이 흐를수록 스토리가 연결됐지만 <장수상회>는 달랐다. “이건 뭘까?”하는 의문을 곳곳에 남긴 채 극이 진행됐다. 그리고 이러한 조각은 복선으로 작용해 결국 끝에서 한 번에 맞춰진다. 결말에는 영화 전체의 판도를 뒤집어 놓을 만한 반전이 존재한다. 전혀 예상치 못했을 수도 있지만, 앞서 던져진 이야기 조각에 주목했다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어 반쪽짜리 반전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반전은 관객에게 크나큰 슬픔을 안겨준다. 치매로 기억을 잃은 성칠에게 장수가 모든 것을 얘기해주는 과정에서 그의 상실감과 죄책감이 관객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노년기에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 공감을 극대화했다.
 
황혼기의 연애라고 해서 무거운 모습을 예상했지만 젊은 세대와 다를 게 없고 오히려 첫사랑처럼 순수하고 풋풋했다. 성칠과 금님의 사랑은 신조어인 ‘썸’이라는 단어가 생각날 정도로 달달하며 설레였다. 그러나 오늘날 썸이라는 이름으로 가볍게 만나고 헤어지는 가벼운 연애와 달리 그들의 사랑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더해져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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