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립미술관-이종석 별장-이태준 고택

 

성북구는 역사문화지구사업의 일환으로 박물관 클러스터를 만들기로 했다. 성북구립미술관을 비롯해 간송미술관, 가구박물관을 묶어 ‘성북동 박물관 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중 자치구 최초로 건립된 미술관인 성북구립미술관을 방문했다. 미술관 건물은 지하 1층-지상 3층까지 구성돼 있다. 지하 1층은 수장고, 1층은 성북다문화센터이며 2층과 3층에 전시실이 위치한다. 관람료는 성인 2,000원, 대학생 1,000원으로 책정돼 있으며 문화가 있는 날은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전시 설명은 오후 2시, 하루에 한번 운영한다고 나와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찾아갔을 땐 시간에 상관없이 도슨트의 친절한 전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구립미술관은 이달 25일까지 ‘사람을 빚다’라는 주제로 백문기 작가의 조소 작품을 전시한다. 백문기 작가는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전환기의 조각가로 사실주의와 전통적 기법을 통해 순수한 조형미를 표현했다. 주로 지인을 소재로한 조각품이 많았는데 그중 K신부상(1943)과 L부인상(1949)이 인상 깊었다. 6.25 전쟁 당시 마당에 두 조각상을 묻어놓고 피난을 갔다가 전쟁이 끝나고 나서 다시 찾으러 갔다는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다.
 
원래 성북구립미술관을 갔다가 간송미술관에 방문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는 전시가 없고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만 전시가 이뤄지는 바람에 일정을 변경했다. 간송미술관은 상설 전시가 아닌 봄, 가을에만 개방한다고 하니 잘 확인하고 갈 것을 권장한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이종석 별장’이다. 조선말기, 젓갈 장사로 부자가 된 이종석이 성북동에 건립한 별장이다. 산자락에 있는 이 집은 조선 시대 양반가옥에서 사용했던 양식으로 지어졌다. 지금은 덕수교회가 인수해 수련원으로 사용 중이라 개방하지 않고 있어 그 모습을 확인하지 못했다.
 
결국, 돌고 돌아 구립미술관 바로 옆에 있는 ‘이태준 고택’을 찾았다. 이 집은 상허 이태준이 1946년까지 살면서 <황진이>, <돌다리>, <왕자 호동> 등 많은 문학작품을 집필한 곳이다. 이태준은 이곳에 ‘수연산방’이라는 당호를 붙였다. 그의 수필 <무서록>에는 집의 건설 과정과 집터의 내력 등이 쓰여 있다. 집은 아담하지만 화려하게 지어졌다. 본래는 거주의 목적으로 이용됐으나 후에 이태준의 외손녀에 의해 전통 찻집으로 바뀌었다.
 
개방이 이뤄지지 않은 곳이 있어서 당황스럽기도 했으나 멀지 않은 곳에 많은 유적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서 뜻깊은 하루였다. 지금은 문화지구 형성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준비가 덜 된 부분이 있지만, 점차 모든 곳이 개방된다면 관광 명소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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