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탄신일을 약 3주 앞둔 지금, 형형색색의 연등이 관광객에게 손짓을 하고 있다. 이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길상사 앞에 도착해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소속인 길상사는 성북동을 대표하는 사찰로 법정 스님이 머문 곳이기도 하다. 기존에 대원각이라는 요정이었던 사찰은 1997년 12월에 절로 재탄생했다. 연인 백석 시인을 평생 기다리며 살던 대원각의 주인 고(故) 김영한 여사가 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감명받아 대원각을 스님께 시주했다. 스님은 이를 기리기 위해 여사의 법명인 길상화를 따 길상사라고 이름을 지었다.


  도심 속 청정도량이라 불리는 이 절의 입구에는 ‘길상사 참배객 유의사항’이 적혀 있다. 사찰은 스님과 불자들이 수행하는 곳이라 관광할 때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노출이 심한 옷을 입거나 슬리퍼를 신은 사람은 출입이 불가하다. 다만 반바지나 짧은 치마를 입은 관광객을 위해 랩스커트를 갖춰뒀다. 이 외에도 음식물 반입이 금지되며, 불상과 스님을 촬영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입장하자마자 극락전이 방문객을 반긴다. 절의 입구와 극락전을 잇는 하늘이 온통 연등으로 뒤덮여 있어 극락전이 한층 더 웅장해 보였다. 그 안에서는 신도들이 불상을 향해 기도하며 평온을 찾는 듯했다. 극락전 옆의 범종각은 그 자체로 특이할 게 없어 보이지만 주변 환경과 어우러져 조화의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다. 현재는 붉은 꽃과 화려한 연등으로 둘러싸여 있어 한층 고고함을 돋보이게 한다. 절 한쪽에는 길상7층보탑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조선 중기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탑은 불보살의 사리를 봉안해둬, 시계 방향으로 탑돌이를 할 수 있다. 극락전 뒷길을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길상선원과 적묵당이 있다. 묵언 수행이 진행되는 건물인 만큼 방해되지 않게 조용히 지나가야 한다. 이곳을 지나면 법정 스님 진영각이 나온다. 진영각은 법정 스님이 입적한 처소다. 이곳에는 스님이 강원도 수류산방에서 사용했던 유품과 저서들이 옮겨져 있다.


  불교 신자가 아니어도 길상사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1998년 제1차 주말 선수련범회를 실시한 이후 일반인이 체험할 수 있게 매월 2회 이상 주말에 템플스테이를 실시한다. 또한, 2010년에는 신도를 교육하기 위해 전문교육기관인 길상사 불교대학이 개원해 불법을 배우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이날 길상사를 찾은 관람객 서유미(22) 씨는 “3년 전, 아이들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통해 이곳에 처음 왔었다가 그 이후로는 주기적으로 찾는다. 이곳에 오면 마치 세상과는 동떨어진 듯한 느낌이 든다. 시끄러운 바깥과는 달리 조용해 편안히 쉴 수 있고 같은 꽃냄새라도 이 안에서는 새롭게 느껴진다”라며 길상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절 안 곳곳에서 법정 스님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나무와 바위마다 법정스님의 책 한 구절 혹은 애송시 등이 걸려있었기 때문이다. 길상사가 가난한 절이 됐으면 좋겠다며 평생 무소유를 실천한 법정 스님의 숨결을 느끼고자 한다면 차분한 마음으로 이곳을 둘러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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