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깜짝할 사이인 1초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1초는 거의 인식조차 할 수 없는 시간이지만 1초가 아주 중요한 경우도 있다. 2012년 런던올림픽 펜싱 준결승에서 신아람 선수는 멈춰선 1초로 인해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2011년에 개봉한 영화 ‘인 타임(In Time)’은 사람들의 팔뚝에 새겨진 시간으로 모든 비용을 지불하며 남은 시간이 0이 되면 심장마비로 죽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주인공 어머니는 단 1초가 부족해 죽음을 맞았다.

물론 1초가 늘어난다고 우리의 삶이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올해 7월 1일 9시 정각에 더해지는 1초의 윤초(閏秒, Leap second)는 어떤 분야에선 무척 중요하기도 하다.

윤초는 무엇이고, 왜 필요할까? 대개 윤년, 윤달은 들어봤어도 윤초는 낯설다. 먼저 윤년(=윤일)은 1년이 정확히 365일이 아니고 약 365.2422일이기 때문에 생겼다. 1년마다 5시간 48분 45.2초의 자투리 시간이 남는 것을 율리우스력(曆)을 만든 로마의 카이사르가 4년마다 윤일(2월 29일)을 넣어 교정했다. 이렇게 해도 매년 약 11분 15초의 오차가 생겨 16세기 그레고리우스 교황 때(그레고리우스력)부터는 400년간 총 97일의 윤일을 넣어 바로잡고 있다. 따라서 4로 나뉘는 해(2016년)는 윤년이지만 100의 배수인 해(1800년, 1900년, 2100년)는 평년이다. 다만 400의 배수인 해(2000년)는 윤년으로 정해 총 97일을 맞춘다.

윤달은 음력 1년이 354일로 태양에 맞춘 양력(365일)보다 11일 짧아 중간에 한 달을 끼워 넣은 것이다. 윤달이 없으면 음력 5, 7월에 폭설이 내리는 황당한 일이 생길 수 있다. 중국에서 기원전부터 19년 주기로 7번의 윤달을 넣는 방법을 발견해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덤으로 얻은 윤달에는 재액(災厄)이 없다고 해서 관, 수의를 만들어두거나 이장(移葬)을 하기도 한다.

이와 달리 윤초는 과학 발전의 산물이다. 윤초는 1880년 채택된 그리니치 표준시(GMT)가 초정밀 원자시계로 측정하는 세계협정시(UTC)와 하루에 0.9초 이상 벌어지면 1초를 더하거나 빼는 것이다. 통상 12월 31일이나 7월 1일 자정을 기해 적용한다. 우리나라는 GMT보다 9시간 빨라 오전 9시에 윤초를 더한다.

윤초가 필요한 것은 GMT가 정밀하지 않기 때문이다. GMT는 태양이 경도 0도인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를 지날 때를 기점으로 삼는 태양 시계다. 다음날 태양이 지날 때까지가 24시간이다. 이를 24등분 해 1시간, 1시간을 60등분 해 1분, 1분을 다시 60등분 해 1초로 정한 것이다. 즉, 하루는 8만6400초다. 그런데 지구의 기울어진 자전축, 타원형 공전궤도, 달에 의한 밀물과 썰물 등의 영향으로 하루 길이가 일정하지 않다는 사실을 과학자들이 발견했다.

이는 소수점 이하의 미미한 차이여서 일상에선 큰 문제가 안 된다. 그러나 고도의 정밀성을 요구하는 현대의 우주선, 위성, 컴퓨터, 금융, 통신 등에선 1초가 엄청난 변화를 초래한다. 예컨대 GPS용 위성신호로 작동하는 자동차 내비게이션은 100만분의 1초만 틀려도 300m이상 어긋난 위치가 전송된다고 한다. 1초 단위로 작동하는 컴퓨터의 시간이 틀리면 대학 수강신청이나 콘서트 예매에서 낭패를 보는 일도 생긴다.

이 때문에 1967년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태양시 대신 세슘(Cs) 원자로 만든 원자시계를 공식 시간(세계협정시)으로 채택했다. 원자시계의 1초는 세슘의 전자가 91억 9263만 1770번을 진동하는 순간이다. 세슘은 전자의 진동이 일정해 오차가 3000년에 1초 정도다. 1억년에 1초 오차에 불과한 이터븀 원자시계까지 개발돼 있다.
 
원자시계 도입 이후 2012년까지 총 26번의 윤초가 더해졌다. 국제지구자전국(IERS)이 필요할 때마다 공표한다. 다음 윤초가 언제일지는 지구만이 안다.

혹자는 윤초를 신(神)이 선물한 시간이라고도 한다. 윤초로 인해 인류는 초정밀성을 얻었지만 잃은 것도 있다. 태양이 정해주던 시간을 세슘 원자에게 빼앗긴 셈이다. 도시의 환한 불빛이 밤하늘의 별을 지웠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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