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과 AOU가 만든 서울 스트릿 심포니 프로젝트

지난 4월 25일 오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깜짝 연주회가 열렸다. 야외에서 갑작스럽게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 울려 퍼지자 DDP를 지나다니던 시민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갔다. 그곳에는 곡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내 더 많은 단원이 악기를 들고 등장했다.

이날의 연주회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과 대학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연합(이하 AOU)이 준비한 무대였다. 이들은 프로 음악가와 아마추어 음악가의 경계를 허물고 시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오케스트라로 거듭나고자 이러한 자리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친근함과 소통으로 무장해 오케스트라의 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한 곽범석 차장(38, 우)과 안성호 AOU 홍보 팀장(24)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곽범석(이하 범석) : 서울시향 공연기획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곽범석이라고 합니다. 주로 해외 투어를 기획하고, 프로덕션 쪽을 담당 중이에요.

안성호(이하 성호) : 저는 대학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연합에서 홍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플래시몹 프로젝트처럼 대외적으로 규모가 큰 사업의 기획과 홍보를 맡고 있고요. 현재 중앙대학교 광고홍보학과에 재학 중이고,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서는 호른을 연주하고 있어요.

서울시향과 AOU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범석 : 서울시향은 올해로 창단 70주년, 재단법인이 출범한 지 10돌을 맞이했어요. 현재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이 예술감독으로 있고, 부지휘자 최수열, 그라베마이어상 수상자인 상임 작곡가 진은숙, 객원 지휘자, 협연자, 단원들로 구성돼 있죠. 또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저희가 올해로 창단 70주년, 재단법인 출범 10돌을 맞이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사업들을 더 의욕적으로 펼치려고 해요. AOU와 프로젝트를 함께 기획한 것도 이 이유에서죠. 음악을 사랑하는 학생과 시민에게 더욱 가까이 가기 위해서요. 서울시향의 팬들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사업들을 추진하려고도 합니다.

성호 : AOU는 전국 40여 개 대학교가 모인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연합 커뮤니티입니다.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의 교류 활동을 돕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될 것 같아요. 저희가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오케스트라의 운영이나 공연 등 어려운 부분이 있거든요. 이러한 고충을 서로 나누며 돕기 위해 만들었고요. 사실 만들어진 지는 1년도 채 안 된 단체예요. 작년 6월에 만들었거든요. 처음에는 대학별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회장들이 모이는 모임이었는데 점차 규모가 커지게 됐죠. 본격적으로 다 같이 활동해보자 해서 지금에 이르렀네요. (웃음)

4월 25일 진행한 플래시몹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기획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요
성호 : 세 가지 의미를 두고 프로젝트를 기획하기 시작했어요. 첫 번째, 콘서트홀을 벗어나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같은 개방된 장소에서 음악을 하면서 대중이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습니다. 두 번째, 최고의 프로페셔널 오케스트라와 아마추어 오케스트라가 함께 기획해 누구라도 음악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도 전하고 싶었어요. 마지막으로 세 번째, 보통 클래식 음악을 즐긴다고 하면 여유가 있다, 그들만의 문화를 즐긴다고 생각하잖아요. 클래식 음악이 그러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연주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죠. 화합과 평화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음악이니까요. 함께 어우러졌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이 세 가지 의미만을 가지고 소규모의 프로젝트를 기획했는데, 운 좋게도 서울시향에서 같이 하자는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더 깊은 의미를 가지고 진행할 수 있게 돼서 정말 기뻤어요.

플래시몹을 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성호 : 지나가는 시민들이 많이 물어보셨어요. “다음에 또 해요?”라고요. 다음에 하면 또 오고 싶다는 반응이 꽤 많았죠. 클래식을 들으려면 시간과 돈을 투자해 무대를 찾아다녀야 하잖아요. 바쁜 현대인들에겐 사치라고 느껴질 수 있죠. 그런데 저희가 개방된 장소에서 음악을 들려주니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그들의 반응을 보고 저희가 처음 생각한 세 가지 의도가 사람들에게 닿았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연습하는 방식이 서로 달랐을 텐데 어려움을 겪진 않았나요
범석 : 그런 문제로 어려움을 겪진 않았어요. 다만 교향곡 9번에서 합창이 들어가거든요. 그런데 합창 부분을 빼서 곡을 편곡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어요. 그것 외에는 준비하는 데 어려움이 정말 없었네요. 오히려 학생들을 보고 놀라워했답니다. 약 40개 대학이 모인 단체인데 악보도 빠르게 전달해주고 연습도 해온 게 보기가 좋았어요. 합동 연습도 신속하게 맞춰볼 수 있어서 아마추어임에도 조직이 참 잘 돼 있는 곳이구나라고 느꼈고, 기특한 마음도 들었죠.

성호 : 차장님 말처럼 부딪혔던 게 전혀 없었어요. 힘들었던 점은 저희는 아마추어고, 대학생이잖아요. 시험기간에 프로젝트를 준비하게 돼서 단원들이 고생을 많이 했죠. 아마추어라서 서툰 면이 있는데 그래도 서울시향과 협연한다고 수준을 따라가기 위해 부단히도 연습했습니다. 힘들었지만 굉장히 보람찬 경험으로 남았고요.

프로 음악가들과 함께한 소감이 어땠나요
성호 : 저는 비전공생이잖아요. 사실 저 스스로도 음악하는 사람은 까다로울 것이다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아닌 것을 느꼈죠. 정말 친절하시고 우리를 귀엽게 봐주시기도 했어요. 저희가 비전공생임에도 돈과 시간을 들이는 것을 기특하게 보시는 분들도 있었죠. 저도 그분들의 인품적인 면을 보고 많이 놀랐고 감동받았어요.

또 아마추어는 아무리 연습해도 설 수 있는 무대가 한정돼 있어 회의감이 들 때가 많아요. 그래서 아마추어 음악가의 무대를 넓혀주는 것을 AOU의 궁극적인 목표로 갖고 있었는데, 이러한 목표를 서울시향에서 분명하게 이뤄내주셨죠. 음악적, 인간적으로 너무나 존경스러운 음악가들을 만났다는 점, 아마추어 음악가의 가능성을 열어주신 점 때문에 정말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서울시향과 AOU의 또 다른 협연을 기대해도 되는지…
범석 : 이번 프로젝트는 단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어요. 전체 단원 수의 대다수(약 70명)가 참여를 했을 정도로 다들 적극적으로 나서줬죠. 그들도 아마추어와 프로, 시민과의 소통이 필요하다 생각하고 있었던 거죠. 서울시향이 앞으로 이런 기회들을 계속 만들어 가야 하는 단계에 놓여 있고요. 희망적인 기대를 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웃음)

지난 28일, 진행한 하나 클래식 시리즈 1-Ⅱ에서 깜짝 이벤트가 있었는데요
범석 : 28일 공연에서 연주한 곡들은 원래 2주간 다녀올 미국 투어에서 선보일 곡들이었어요. 몇 년 전부터 준비해왔지만 여러 가지 사정이 있어 투어가 취소됐고, 그동안 준비한 것들을 보여줄 기회가 사라지게 됐죠. 투어는 비록 취소됐지만 오히려 시민과 소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네요. 이날 창단 70주년, 재단법인 출범 10돌이라며 시민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고, 앙코르 곡을 연주할 때 AOU와 또 한번 무대에서 함께 연주했어요. 서울시향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힘차게 전진할 수 있는 힘을 얻은 특별한 공연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요
범석 : 훌륭한 오케스트라가 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잘하는 오케스트라는 이미 많잖아요. 저희가 10년 동안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그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까닭은 서울시향이 전 세계에서 인정받기 위함이었어요. 실제로 인정을 받았고요. 이제는 겸손한 자세, 시민과 소통하려는 자세를 가지고 사랑받는 오케스트라가 되기 위한 방향을 설정해 나아가려고 합니다.

성호 : 운영진들의 교류에 더욱 힘쓰려고 해요. 서로간의 운영 노하우를 나누고 공동계약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등의 세세한 얘기를 나누고 싶어요. 단원들 간의 활발한 교류도 있었으면 하고요. 각 대학에서 몇몇 인원들이 모여 서로 협력하고, 학교에서 인원이 부족할 때 지원도 해주는 식이죠. 또 아마추어와 프로가 교류하는 기회가 더 많이 생기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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