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의미는 마치 피라미드 속에 고이 잠들어 있는 파라오처럼 기호라는 껍데기 속에 간직되어 있다고 여겨져 왔다. 같은 맥락에서 영혼은 육체 속에 머물면서 영원히 사멸하지 않고 존재한다고 생각되어 왔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인간의 사고체계를 규정해왔던 의미와 기호의 이분법 체계와 인간존재를 규정해왔던 영혼과 육체의 이분법 체계는 의미 내지는 진리의 초월적 내재성에 대해 문제제기가 이루어지고 육체와 분리된 영혼의 불가능성에 대해 다각도로 성찰이 이루어짐으로써,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여겨지게 되었다. 더구나 과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시각매체들이 급속한 발전을 이루게 되고 문자중심적인 소통에서 이미지 중심적인 소통으로 소통방식의 전환이 이루어지게 됨으로써, 이제 사람들 사이에서는 의미와 의도 내지 생각의 전달이 아니라 즉각적인 느낌의 공유와 새로운 향유의 자극이 소통의 주요목적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을 현대 문화이론가들은 ‘표피적 사고’ 내지 ‘이미지적 사고’라고 부른다. 말하자면 예전에는 의미 내지 진리라는 심연이 있고 그 위에 기호 내지 가상이라는 매체가 있어서 의미 내지 진리와 기호 내지 가상 사이에는 일정한 거리와 두께가 존재했었다고 한다면, 이제는 그 거리와 두께가 표면으로 합치되어 의미 내지 진리와 기호 내지 가상이 납작하게 달라붙어 있는 것으로 생각되며, 이러한 상태가 바로 ‘표피’ 내지 ‘이미지’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미지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은 말하는 것 이면에 의미가 숨어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겉으로 드러난 모습 이면에 참모습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의미라든가 진리라는 것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의미와 진리라는 것은 이미지들의 작용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나타나는 효과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이미지적 사고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생생한 상호관계이자 관계방식의 상호성이다. 현대인들, 특히 젊은 학생들은 외로이 고군분투하거나 홀로 즐기는 존재라고 착각하곤 하는데, 사실 우리들은 이미 이미지들의 연쇄 속에서 연결과 분리를 반복하며 살아가는 존재들로서 상호적 존재들이다. 따라서 트래픽 잼에 처해지거나 버그로 인해 중단되지 않기 위해서는 유기적인 상호관계 방식을 터득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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