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열 살짜리 소녀의 동시집 439권이 경기 고양시 폐지 처리장에서 폐기됐다. 폐기된 책의 제목은 『솔로강아지』로 얼마 전 ‘잔혹 동시’로 논란이 된 동시집이다. 초등학교 3학년이 쓴 동시가 얼마나 잔혹했기에 전량 폐기 처분까지 된 것일까.

시집에 수록된 시 중 논란이 된 것은 「학원가기 싫은 날」이란 시다. 시의 내용에는 ‘학원에 가고 싶지 않을 땐 / 이렇게 / 엄마를 씹어 먹어 / 삶아 먹고 구워 먹어’ 등의 다소 폭력적이고 패륜적인 표현이 포함돼 학부모의 반발을 샀다. 또 해당 작품에는 한 여자아이가 어머니로 보이는 여성의 옆에서 입가에 피를 묻히며 심장을 먹고 있는 삽화까지 그려져 있어 더욱 논란이 일었다. 학부모들은 “이런 시를 우리 아이들이 읽을까 두렵다”라며 우려를 표했고, 네티즌들은 아이의 정신 상태가 의심스럽다며 사이코패스가 아니냐고 말했다.

출판사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시집의 저자인 아이와 그의 부모가 전량 폐기 처분을 받아들이며 사건은 그렇게 일단락됐다. 그러나 기자는 이 일로 인해 ‘아동’과 ‘아동문학’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새삼 깨닫게 됐다.

우리는 아동과 그와 연관된 것을 생각하면 마냥 해맑고, 순수한, 아이들의 동심이라고 일컬을 만한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리고 이것이 아동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만약 어린이다운 생각을 하지 않는 아이를 보면 어딘가 이상한 아이라고 낙인 찍어버린다. 앞서 언급한 일처럼 말이다. 하지만 사실, 기자도 전에는 이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문예창작과생인 기자는 지난 학기 아동문학론이라는 수업을 들었다. 어딘가 말랑말랑하고 순수한 아이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문학을 배울 것이라는 생각을 깨뜨린 수업이었다. 시점만 어린아이일 뿐, 그들도 고민 많고 어두운 이면을 가진 ‘사람’이었다.

시의 저자인 이양은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어린이들이 어른들보다 더 무서운 생각을 하면 안 되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고, 시는 시일 뿐인데 진짜라고 받아들인 어른이 많아 잔인하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아이는 시집이 전량 폐기 처분된 것에 대해 이제는 괜찮지만, 시를 계속 쓸 수 있을진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만일 이 시가 성인이 쓴 시라고 했다면 사회는 시집을 전량 폐기 처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을까. 아동답지 못한 시를 썼다고 이상한 아이라고 낙인 찍기보다는 왜 이런 시를 썼는지, 그리고 어떤 마음으로 이러한 표현을 썼는지 물어봐 주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편집장 이신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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