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악 뮤지컬, 락 뮤지컬 등 다양한 뮤지컬 장르가 등장하고 분화되면서 클래식 작품은 사라지는 추세다. 뮤지컬 <팬텀>은 현대화된 뮤지컬 속에서 고전적인 분위기를 선사한다. 오페라의 특성과 발레를 넣은 무대의 볼거리는 화려했다.
고전적인 요소를 다루고 있다고 해서 극이 늘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대의 감각에 알맞게 유머를 집어넣은 부분도 있다. 무대 맨 위에 있는 샹들리에가 떨어짐과 동시에 불꽃이 튀고 폭탄이 터지는 부분은 관객을 놀라게 해 극에 긴장감을 더한다. 배우가 어떠한 안전장치도 없이 밧줄 하나로 오르내리고, 난간에 매달리는 등의 액션도 있어 보는 이의 손에 땀을 쥐게 하기도 한다. 배우들의 가창력도 뮤지컬을 빛나게 하는 또 다른 요소다.
하지만 뮤지컬을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또 다른 뮤지컬인 <오페라의 유령>이 떠오른다. 이 둘은 원작 소설이 같아 서로 비교할 수밖에 없다. 오페라의 유령이 팬텀과 크리스틴, 라울 백작의 삼각관계에 집중하며 팬텀의 강압적이고 유령의 면모를 부각했다면 <팬텀>에서는 팬텀의 과거와 그가 사랑 앞에 약해지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팬텀’에 집중해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다는 점에서 오페라의 유령과 차이점을 보인다.
뮤지컬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된다. 팬텀은 초반에 유령이라는 소재를 살린 듯 신비하고 무거운 분위기로 등장한다. 물론 크리스틴을 사랑하는 ‘인간적인’ 남성의 면모를 보이지만, 미스테리한 느낌을 지우진 않는다. 그가 유령에서 인간으로 변하는 것은 극의 종반에서다. 가면을 쓰고 극장 지하에 갇혀 사는 안타까운 사연이 밝혀지기 때문이다. 또한, ‘에릭’이라는 본명을 씀으로써 그는 더이상 신비로운 존재가 아닌 ‘한 남자’로서 관객 앞에 서게 된다.
뮤지컬 팬텀은 ‘팬텀’의 과거와 사랑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원작 소설에 없는 내용을 덧붙이거나 설정의 상당 부분을 바꿨다. 크리스틴을 사랑하는 백작이 조연급으로 취급되고, 백작이 마련한 자리에서 노래를 불러 일약 스타가 된 크리스틴 등이 그것이다. 원작과의 차이를 보이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한 듯했으나 긴밀하지 못한 설정과 원작과 다름없는 내용으로 안하느니만 못한 시도였다.
극의 마지막에는 그의 아버지 카리에르가 등장하는데, 단순한 ‘말해주기’로 관객에게 팬텀의 과거를 알려줘 뮤지컬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카리에르는 초반에 팬텀이 지하에서 살 수 있게 하는 조력자 역할로 나타난다. 카리에르가 팬텀을 아들로서 대하는 장면은 찾아볼 수 없다. 관객은 어떠한 정보도 얻지 못한 채 그가 크리스틴에게 팬텀의 유년기를 말해주는 장면에서 알게 된다. 이 때문에 극이 지루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이 장면에 발레를 곁들여 따분함을 느끼지 못하게 한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전체적으로 볼거리는 많았지만, 인물관계 설정과 극의 개연성 면에서는 어설픈 면이 없지 않았다. 이런 부분을 세밀하게 신경 썼더라면 <오페라의 유령>에 가려지지 않는 뮤지컬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기자명 이신후 기자, 최예리 기자
- 입력 2015.05.18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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