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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카메라, 너 어디까지 갈래?
자극 혹은 재발견, 관찰카메라의 양면성
2015년 05월 18일 (월) 14:18:00 정덕현 문화평론가 thekian1@gmail.com

바야흐로 방송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이미 카메라가 스튜디오를 박차고 나와 일상으로 뛰어든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에서부터 이런 변화는 예고됐다. <무한도전>이나 <1박 2일> 같은 프로그램은 연예인의 일상이나 한없이 망가지는 모습을 담아냄으로써, 전 세계적인 방송 트렌드의 하나였던 리얼리티쇼를 우리식으로 해석한 바 있다. 이러한 변용은 그들의 일상을 찍는 것이 타인의 사생활을 엿보는 게 아니라 연예인의 민얼굴을 보여주는 것이고, 또 특정한 세상만을 비추던 카메라가 일상 속으로 들어온 것이라 강변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이것은 더이상 불필요한 일이 됐다. 이제 관찰카메라라는 본격적인 리얼리티쇼의 시대가 열려 타인의 일상 그 자체를 자세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는 부모와 자식이 출연해 각자의 입장을 관찰카메라 형식으로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이다. 부모의 입장을 대변하는 관찰카메라를 보면 자식이 원수처럼 그려지지만, 자식의 입장을 보여주는 관찰카메라에서는 이야기에 반전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 양측의 대변자인 <동상이몽>의 관찰카메라는 ‘자극’과 ‘재발견’의 양면성을 적절히 담아낸다. 이처럼 프로그램은 타인의 사생활을 들여다본다는 자극 위에 서 있지만, 지향점은 그들의 삶을 재발견한다는 데 맞춰져 있다. 또한, 이 프로그램은 서로 다른 시각이 공존함을 보여줘 각자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일상의 재발견을 통해 부모와 자식 간 소통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관찰카메라 형식의 리얼리티쇼는 자극과 재발견이라는 양극단에서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해외의 리얼리티쇼가 타인의 사생활 훔쳐보기라는 자극에 주로 맞춰져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된 것은 리얼리티쇼에 불편함을 느끼는 우리네 정서를 ‘관찰’의 또 다른 측면인 ‘재발견’을 통해 상쇄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실제로 관찰카메라는 최근 심리학자나 관계 개선전문가가 관계의 갈등을 풀어내는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는 훌륭한 도구다.

SBS <아빠를 부탁해>라는 프로그램에서 늘 자신을 자상한 아빠로만 생각해왔던 강석우가 “혼란스럽다”며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은 건 이 관찰카메라가 가진 효용성을 드러낸다. 우리가 생각해온 나의 모습과 실제 모습은 이렇게 다를 수 있다. 그러니 그걸 발견하게 해주는 관찰카메라는 관계 개선의 시발점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이와 같은 프로그램들이 조심스러운 행보를 하고 있어서 유지되는 일 일수도 있다. 만약 우리가 관찰카메라에 더 익숙해지면 어떻게 될까. 아마 재발견의 가치 따위는 지워버린 채, 누군가의 사생활을 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될 수도 있다.

이미 시작된 변화는 되돌릴 수 없다. 하지만 균형을 잡아내려는 지속적인 노력으로 긍정적인 방향을 유도하는 일은 이제 중요한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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