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무인항공기 관련 기사를 여러 매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외국에 각종 무인 정찰기나 공격기의 소식도 많고, 미국의 무인 전투기가 전자동으로 함상 이착륙을 했다는 기사도 나왔다. 숙달된 조종사도 어렵다고 느끼는 항공모함의 갑판에 무인항공기가 첫 실험에서 완벽하게 이착륙했다는 것은 이제 군용 무인항공기가 전 세계 어디서든 즉시 작전 투입에 가능해진 시대가 열렸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더 나아가 무인항공기의 기술이 상당히 성숙해졌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불과 20-30년 전 무선조종 비행기의 수준에서 출발한 무인항공기가 며칠에서 몇 달 이상 임무를 수행할 정도로 발전했다는 점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반면 군이 아닌 정부나 민간에서 무인항공기를 사용하는 사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거의 드물었다. 아무래도 고가이고 사용이 간단치 않은 무인항공기를 민간에서 자유로이 활용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무인항공기는 고성능 모터·배터리 등 부품이 개발되고 소형화되면서 공중촬영용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에는 무인항공기의 사촌이라고 할 수 있는 방제용 무선 조종 헬리콥터가 우리나라 농촌 현장에 보급됐으며 이번 휴가철부터는 무인 비행선이 과속 차량을 단속하는 등 무인항공기가 어느새 우리의 곁에 성큼 다가왔다.
이같이 기술이 발전하고 수요가 많아지면서 민간용 무인항공기는 과학적 호기심이나 연구 대상의 단계를 넘어 일상생활에 널리 활용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제는 이를 운용하는 데 필요한 기반 시설 및 관련 규정이 요구되고 있다.
무인항공기는 사람이 타지 않으므로 사고 발생 시에도 피해 규모가 작아 초기 모델의 경우 신뢰성을 의도적으로 낮춰 사고 발생률이 높았다. 그러나 점차 관련 기술과 운용 경험이 축적되면서 사고율이 크게 감소해 이제는 군용기나 그 이하의 수준이 됐다. 이제 무인항공기가 민간용으로 사용돼도 안전성 측면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민간용 무인항공기가 실용화되는 데 있어 마지막 난관은 무인항공기가 민간 항공기가 날아다니는 공역(Air space)에 진입하도록 허용하는 규정이다. 여기에는 무인항공기가 민간 공역에서 비행하는 것을 허가하는 감항 인증서가 발급돼야 한다. 그러나 무인항공기용 인증체계는 전 세계적으로 전무하다.
또한, 지금까지 민간항공기의 모든 규정은 조종사가 항공기에 탑승해서 운항의 모든 점을 책임진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가정하에 수립됐는데 무인항공기의 경우 바로 이 같은 기본 전제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무인항공기는 통신을 통해 지상에 있는 조종사가 항공기를 책임지고 통제하는 무선통신은 교란이나 두절의 위험성이 있다. 통신이 되는 경우에도 조종사가 실제로 기체에 탑승한 것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상황인식만이 가능하다. 이 같은 제약이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경우는 조종사가 완전히 통제권을 잃을 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인기가 탑재된 센서를 사용해 스스로 충돌을 회피하는 능력을 구현하는 것이 요구된다.
현재 세계 각국은 민간 용도로의 무인기 활용을 위해 법안 및 인프라 구축을 위해 노력 중이다. 우리나라도 일찍이 정찰기나 연구용 무인기 등 다양한 무인기를 개발해 상당한 기술을 축적했고 여러 종류의 무인기가 우리나라 고유의 기술로 개발돼 실용화를 앞두고 있다. 기존 항공우주산업은 선진국과의 격차가 매우 커서 우리나라가 추격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무인기의 경우(특히 민간용은) 전 세계적으로 이제 막 걸음마를 떼는 단계라서 우리나라가 선제로 투자할 경우 대다수 국책과제보다 적은 비용으로 인증체계를 만들 수 있다. 또한, 무인기를 운용하는 데 필요한 각종 항행시설을 구축해 본격적인 민간 무인항공기 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중대형 무인기 사업에 치중해 소형 무인기 사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추세를 따르지 못한 감이 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올해부터 무인기의 시범사업 구를 지정하고 실용화를 수행하는 과제를 시작해 2020년까지 민간 무인기의 시범사업을 수행할 계획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민간항공 기구를 중심으로 2020년-2028년을 목표로 민간 무인항공기의 합법화를 추진 중인데, 가까운 미래에 무인항공기가 더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것을 기대해본다.
심현철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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