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한 건물에 빈민만 피해 더 늘어, 네팔 정부 행정 시스템 약점 드러나

지난달 25일과 이번 달 12일에 강도 7 이상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번 지진으로 네팔의 수도인 카트만두 전체가 남쪽으로 3m 이동하기도 했다. 총 2만 6천여 명이 타격을 입은 이번 지진은 네팔 국민의 목숨을 앗아가거나 부상을 입히는 등 직접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정부의 수습능력 부족으로 간접적인 피해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현재 사망자만 8천여 명에 이르는 이 지진은 부실한 건물 때문에 일반 국민의 피해가 컸다. 네팔은 바다와 인접해있지 않아 철근을 수입하기도 어렵고 히말라야라는 험한 지대에 위치해 생산하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철골 건물의 가격은 매우 비싸며 고급스러운 건물만 철근과 콘크리트로 짓는다. 그 외에는 대부분 뼈대 없이 단순히 나무와 벽돌을 쌓아서 만든 건물이 많다. 게다가 자녀에게 땅을 균등분배해야 한다는 네팔 상속법으로 인해 상속 지분을 늘려주고자 고층 건물이 많이 들어섰다. 이런 조건은 지진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양산해냈다. 지진 이후 관공서 건물은 멀쩡했던 반면, 민가는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결국, 그 피해는 시민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더욱 문제인 것은 네팔의 행정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네팔은 관광국가라 히말라야를 찾는 산악인의 소비가 주 수입원이다. 이번 지진으로 수입이 끊기게 된 정부는 각국에서 보내준 구호물품과 기부금에 관세를 매겼다. 2008년 공화정이 도입됐지만 여전히 헌법조차 없는 네팔은 국세 체계가 명확하지 않아 국가 수입 중 관세의 비중이 무척 높다. 이 때문에 보통 구호물자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전 세계적 관행을 깬 것이다. 국민에게 공급돼야 할 물품이 현재 공항에 쌓여있다. 관세의 비율이 높게 책정된다면 구호물자와 지원금의 상당 부분을 관세라는 명목으로 뜯어가 생필품이 제대로 분배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 게다가 현재 비리가 많고 정국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고위층이 그 세금을 해외계좌로 은닉할 가능성 또한 무시할 수 없다. 2010년에 지진이 발생한 아이티에는 60억 달러에 해당하는 지원물품과 금액이 들어왔지만, 호텔 하나만 들어선 채 부패한 정부가 모두 가로챘다. 결국, 국민 70% 이상은 여전히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 외에도 전염병의 위험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아이티 대지진 때 평화유지군이 입국하면서 아이티에는 콜레라가 전염됐다. 네팔 역시 국가의 재건을 돕기 위해 여러 NGO 단체와 국제기구가 개입될 것이다. 현재 각국의 구조대가 파견돼 상황을 수습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6월부터 시작되는 네팔의 우기에 아이티처럼 전염병이 창궐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총체적 난국이라고 할 수 있는 현시점에서 전문가들은 각국이 구호물품을 보내는 것에 그치지 말고 네팔이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행정시스템의 재건을 도와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자연재해를 인위적으로 막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결국 정치의 힘이다”라며 국제사회가 네팔 정부를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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