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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만으로도 소통할 수 있어요
2015년 05월 28일 (목) 15:50:06 이소정 기자 gisele_2@naver.com
   
   

온 국민이 사용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카카오톡’에 어느 날 귀여운 이모티콘이 등장했다. 토끼 옷을 입은 단무지 ‘무지’, 무지의 애완동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무지를 키워낸 보호자 ‘콘’, 복숭아나무에서 탈출한 악동 복숭아 ‘어피치’, 땅속 나라에서 토끼 간을 구하기 위해 파견된 요원 ‘제이지’, 튜브를 닮은 노란 주둥이의 오리 ‘튜브’, 귀여운 갈색 강아지 ‘프로도’, 단발머리 가발이 트레이드 마크인 고양이 ‘네오’. 7개의 캐릭터가 펼치는 향연 속에 빠지면 누구든지 쉬이 헤어나올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깜찍한 이들을 만들어낸 카카오 프렌즈 디자이너 ‘호조’, 권순호 씨(38)를 지난 12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자기소개 먼저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저는 캐릭터 디자이너이자 카카오 프렌즈의 아빠 권순호입니다. ‘호조’라는 닉네임을 사용하고 있죠.

‘권순호’라는 본명보다 ‘호조’라는 예명이 더 유명한 것 같아요. 기분이 어떠세요
널리 알려지는 건 좋죠. 제가 하는 일이 그림으로 세상에 어필하고, 널리 알리는 것이니까요. 절 알아봐 주시면 뿌듯하고 가슴이 뛰어요. 근데 본명이 부각되면 좀 부담스럽기도 하죠. 그림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제 작품이 관심받는 것이 좋지, 제가 직접적으로 주목받는 것은 활동에 제약이 있을 것 같아 꺼려지네요.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하루 24시간을 꽉 채워서 무언가를 하는 건 아니에요. 아침에 일어나 인터넷과 SNS를 한 번 봐요. 그러다 잠에서 깨면 운동하러 나가죠. 그러다 심심하면 또 인터넷을 해요. 화요일과 목요일에만 회사에 출근해요. 현재 제가 있는 회사 ‘타임캐스트’는 앱을 만드는 곳이에요. 그림 그 이상의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다니고 있습니다. 기획회의를 하기도 하고 이것저것 아이디어를 공유하기도 하죠. 다른 날은 쉬다가 마감이 다가오면 의뢰받은 일을 한답니다.

인터넷 서핑 때 주로 무엇을 보나요
포털사이트의 메인에 걸린 뉴스에 달린 댓글을 많이 봐요. 그래서 특정 이슈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기사를 다양하게 많이 보죠. 한 사건이 터졌을 때,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잘 살펴보고 있어요. 댓글에 달린 댓글도 놓치지 않습니다.

카카오 프렌즈뿐만 아니라 시니컬 토끼, 강남스타일 앨범 자켓, 모두의 얼굴 등 권순호 씨가 개발한 캐릭터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이렇게 인기를 끌 줄 알았나요
몰랐죠. 운이 정말 좋았어요. 대중은 정말 예측하기 어려워요. 대박날 것 같은 아이템도 주목받지 못한 채 사라져버릴 때도 있고, 별 기대하지 않았던 콘텐츠가 많은 사랑을 받기도 하니까요. 사실 의도대로 되는 건 거의 없어요.
하지만 성공했던 것을 잘 살펴보면 기획이 성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아요.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취하는 전략을 잘 사용했던 것 같아요. 모든 것을 하나에 다 담으려고 하면 일이 너무 커지고 내부에서 충돌이 생기기 마련이죠. 포기할 건 과감하게 포기해야 해요.

권순호 씨에게 캐릭터란
사실 캐릭터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그냥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그렸죠. 근데 한번 특강을 하게 됐는데 이때 캐릭터에 대해서 설명을 해줘야 하는 거예요. 그때 부랴부랴 뜻과 어원 등을 찾아보고 다시금 생각해보게 됐죠. 제가 내린 결론은 정보를 전달하는 매개체입니다. 특징과 생김새가 뚜렷해 캐릭터를 통해 표현하면 감정이나 사실 등이 좀 더 기억에 각인되잖아요. 다른 표현수단보다 파급력도 크고, 상대방과 쉽게 신뢰관계를 쌓을 수도 있고요. 대화할 때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좋은, 윤활유 같은 느낌이죠.

그림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공감이죠. 아무리 잘 그려도 공감을 얻지 못하면 아무것도 느껴지지가 않거든요. 그런데 못 그린 그림도 감정만 공유할 수 있다면 감동을 받을 수도 있고, 즐길 수 있잖아요. 잘생긴 남자가 눈앞에 있는데 말이 통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에요. 그래서 공감이 가장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이를 잘 드러내기 위해서 표정을 연구해요. 표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죠.

이모티콘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텍스트를 최소화하는 점이에요. 글자가 들어가게 되면 그 이모티콘은 쓰일 곳이 한정돼버려요. 하나의 캐릭터로 다양한 곳에 쓰이게 하려고 일부러 글자를 빼버렸습니다. 또한 본인의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해야 할 때도 있지만, 불분명할 필요가 있을 때도 있잖아요. 그때 텍스트가 없는 이모티콘을 사용하면 채팅창 문맥에 맞게 상상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캐릭터를 만들 때 주의 사항은 무엇인가요
새로움이죠. 이 이모티콘을 사용하게 될 사람이 받을 느낌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왕이면 대중에게 새로우면서 사랑받는 게 좋잖아요. 흔한 캐릭터를 그려내서 사랑받아봤자 제 스스로는 전혀 발전되지 않았잖아요. 정체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죠.
그리고 카카오톡에 마케팅의 일환으로 소비자가 플러스 친구를 맺으면 그 기업에서는 무료 이모티콘을 줘요. 하지만 다들 잘 사용하진 않죠. 텍스트가 많을 뿐만 아니라 기업의 로고나 광고모델을 강조하는 경우도 많죠. 하지만 이럴수록 광고효과는 떨어져요. 활용도가 떨어지는데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요즘 소비자는 광고에 대해 거부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대놓고 홍보하는 캐릭터는 외면받기 일쑤죠.

현재 구상 중인 캐릭터가 있나요
외계인을 모델로 한 캐릭터에요. 외계인은 이질적이면서 지구인을 공격한다는 인식이 크잖아요. 하지만 그들도 사회가 존재할 것이고,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거란 말이죠. 결국은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점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근데 외계인이 일반적이지 않은 캐릭터라 대중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같아 고민이 많아요. 몇 년 전부터 계속 고민해왔지만, 이 부분이 여전히 잘 안 풀려요.

카카오톡을 소재로 한 방송이 등장했죠. 특히 이모티콘에 관해 얘기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개인이 사용하는 모습을 볼 때와 방송에서의 모습을 볼 때 느낌이 다를 것 같아요
하나의 문화를 이끌어내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것보다 공론화됐을 때 그 파급력은 곱절이 되잖아요. 또한, 모두가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어서 널리 활용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분이 좋습니다.

학창시절의 권순호 씨는 어떤 학생이었나요
친구들한테 물어보면 그냥 웃긴 애였대요. 장난치는 것도 좋아하고 말을 웃기게 하기도 하고요. 또 반항기도 있었어요. 뻔한 것에 대한 저항이랄까요. 옛날에는 만화에 선정적인 그림이 나오면 모자이크처리를 했어요. 전 이게 너무 싫더라고요. 그래서 괜히 더 야하고 폭력적으로 재현했죠. (웃음)

여러 가지 경험도 많이 했네요
전 사실 최종학력이 고졸이에요. 공고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바로 사회에 나왔죠. 어렸을 땐 게임회사에 취직해 게임 캐릭터를 그리거나 그래픽을 많이 다뤘습니다. 회사는 하나의 조직이다 보니 회사의 매뉴얼대로 이행해야 할 때가 대부분이었죠.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안정적이긴 했지만 답답했어요.
또 군대를 제대하고 나서 배우가 되려고 연기학원도 다녔어요. 연극영화과에 진학하려고 시험을 봤는데 그만 떨어지고 말았죠. 재수는 못 할 것 같아 금방 포기하고 디자인을 다시 배우기 시작했죠.
디자이너로서 중요시하는 덕목은요
끈기와 지구력이요. 제가 ‘시니컬 토끼’라는 캐릭터를 처음 만들었을 때 초반에는 대중의 관심을 꽤 끌었는데, 금방 식더라고요. 이 그림의 생명은 여기까지라고 생각하고 다른 캐릭터를 개발하려고 애썼었죠. 그런데 그때 제 지인이 캐릭터가 자극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역사 또한 중요한 것이라고 얘기하더라고요. 디즈니가 캐릭터에 수정을 거듭하지 않고 새로운 그림만 개발하려고 했다면 지금의 미키마우스는 없겠죠. 몇십 년이 흘러도 꾸준히 사랑받는 캐릭터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끈기와 지구력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식으로 콘텐츠에 지속해서 숨을 불어넣어 주고 꾸준히 가다듬으면 새로운 가치가 탄생할 뿐만 아니라 캐릭터만의 힘도 생긴답니다.

동덕여대 학우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요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요즘 젊은 친구들이 철학적인 생각을 잘 하지 않으려는 것 같아요. 사회가 정해준 잣대에 맞춰 대학에 가고 결혼하고 집 장만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 갇혀 있어요. 자기에게 맞지 않는 것에 맞추려다 보니 감당하지 못할 스트레스 또한 많이 받게 되고요. 본인을 관찰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 자기만의 길을 갈 수가 있어요. 저는 그 길로 가는 게 행복하고 재밌는 일이 더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여러분은 아직 어리니까 가슴 뛰는 도전을 즐기세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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