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동 환구단

      환구단 정문은 시청 광장 옆에 위치해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바로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한 것과는 달리 정문은 굳게 닫혀있어 소공동 일대를 한참을 헤매고 나서야 환구단을 마주할 수 있었다.


제천의례는 삼국시대부터 국가적으로 농업의 풍작을 기원하거나 기우제를 거행하는 데서 시작됐다. 황제가 하늘에 제사 지낸다는 뜻의 환구제는 고려 성종 때 처음 제도화됐다고 한다. 유교적 세계관에서 볼 때 황제국만이 하늘에 제사를 지낼 수 있었으므로 조선은 1464년(세조 10년)을 마지막으로 제사를 중단했다.


그 후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황제로 즉위하면서 중단됐던 제천의례를 다시 시행하게 됐다. 이에1897년 제사를 지낼 수 있도록 환구단을 설치했다. 중국 사신을 맞이하던 남별궁 터에 단을 만들어 단지를 조성했다. 환구단은 왕권 강화를 위한 목적도 담겨 있었다. 단지 내에는 화강암으로 된 3층의 원형 제단과 아치로 된 3개의 석조문이 있다. 그리고 하늘신의 위패를 모시는 3층 8각 건물 ‘황궁우’와 고종 즉위 40주년을 기념하는 3개의 돌북인 ‘석고단’으로 이뤄졌다. 3개의 돌북은 악기를 상징하는 듯한 모습으로 돼 있고 몸체에는 화려한 용무늬가 두드러져 있다. 황궁우는 우리의 전통적 고궁의 수수한 모습과는 달리 화려한 장식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중국의 양식을 모방한 것이다.
 

환구단은 대한제국의 자주독립을 대내외에 알리는 상징적 시설로서 당시 고종 황제가 머물던 황궁(현 덕수궁)과 마주 보는 자리에 지어졌다. 그러나 처음 조성된 단지는 1913년 일제에 의해 철거됐고 그 자리에 조선철도호텔이 들어섰다. 복원된 지금은 황궁우와 석고단 그리고 3개의 아치가 있는 석조 대문만이 조선호텔 경내에 남아 있다. 환구단 정문은 조선호텔이 확장공사로 사라져 소재지를 모르다 우이동의 한 호텔 재개발 과정 중 발견됐다. 
 

큰 건물 사이에 작게 자리 잡고 있는 환구단을 보니 황제 즉위식이 열리고 하늘에 제사를 지낸 위엄 있는 곳이라는 사실이 크게 와 닿지 않았다. 또한, 본래 위치로 돌아오지 못한 정문을 통해서 대한제국기 가슴 아픈 역사의 단면을 볼 수 있었다.
 

환구단은 매주 토요일 2차례 정문을 개방하며 안내에 따라 환구단 내부를 관람할 수 있다. 또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환구단의 유물을 볼 수 있는 전시를 12월 말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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