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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심장과 새가슴의 차이는?
2015년 06월 02일 (화) 13:51:13 이용현(자연과학대학 체육학과) 교수 lyh0206@dongduk.ac.kr
   

프로 골퍼를 포함해 주말 골퍼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중요한 퍼팅을 할 때 어떻게 하면 긴장하지 않고 성공할 수 있나요?”이다. “그냥 하던 대로 하세요” 시시한 대답처럼 여겨질지 모르지만, 그러한 상황에서 평소대로 한다는 것은 절대 쉽지 않다. 중요한 상황이라는 압박으로 인해 잡생각이 밀려오기 때문이다. 바로 그 순간 몸과 마음은 과거 또는 미래 어딘가에 머무르고 있을 수 있다.

또 다른 경우를 가정해보자. 여러분은 시험과 맞먹는 배점의 발표수업이 주어질 때, 완벽하게 준비하고자 할 것이다. 도입부부터 결론까지 이야기할 내용을 거의 암기할 정도로 연습했고, 자신 있게 발표만 하면 된다. 그러나 청중을 바라보는 순간, 말하려던 멘트가 기억이 나지 않으면서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만 간절해질 것이다.

강심장의 대표적인 전형은 역시 김연아일 것이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 프로그램에서 바로 앞 순서였던 아사다 마오가 훌륭한 연기를 펼친 후 박수갈채를 받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연아는 링크에 나가 보란 듯이 세계 신기록을 작성했다. 반대로 새가슴의 사례는 종목별로 즐비하다. 유명 스포츠 스타들을 집어서 얘기할 수는 없겠지만, LPGA 메이저 골프 대회에서 30cm 챔피언 퍼트를 실패한 국내 선수의 사례가 떠오른다. 그리고 종료가 얼마 남지 않는 프로농구경기에서 상대 팀의 반칙작전에 따른 자유투 실패 등이 있다.

이렇게 평범한 사람과 뛰어난 스포츠 선수 모두 압박감을 느끼면, 가지고 있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스포츠심리학에서는 이를 ‘초킹(Choking)’ 현상이라 일컫는다. 초킹은 ‘숨 막힘’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로서 ‘압박상황에서의 얼어붙음’으로 해석할 수 있다. 초킹 현상을 설명하는 두 가지 가설 중 하나는 집중 분산가설이다. 압박상황이 인지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돼 과제수행에 필요한 작업 기억(Working memory)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결정적 순간에 머리가 새하얘지는 것과 같이 능력이 마비돼 버린다.

그러나 우리는 또 다른 가설인 집중 과다의 문제 ‘과도한 관찰 가설’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제시한 그림을 보면, 중요한 시합을 앞둔 선수는 압박감을 느낄 때 자동화된 수행에 대해 지나치게 의식하게 된다. 신경 쓰지 않던 기술적인 부분에 치우치게 되고, 자동화된 수행을 방해해 타이밍 오류와 같은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이런 현상은 숙련자일수록 발생 빈도가 높다. 지나친 분석의 역효과라고 할 만큼 완벽을 위해 내적으로 주의 집중하기 때문이다. 반면 초보자일 경우는 의식적인 집중이 이득이 될 가능성이 크다. 흔히 최고의 멘탈 스포츠로서 골프를 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클럽으로 작은 공을 맞히는 기술도 어렵고, 플레이하는 시간보다 생각하는 시간이 훨씬 많다. 그러다 보면 시합이나 내기 골프에서 맘껏 실력을 발휘하려던 목적은 온데간데없이 레슨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15 아시안컵 축구 8강전 승부차기에 나선 일본 팀의 첫 번째 키커 혼다 케이스케와 마지막 키커 카가와 신지 선수의 모습은 평소와는 달랐다. 둘의 표정은 긴장한 탓에 어두웠으며 정확한 킥에 초점을 맞췄으나, 힘이 잔뜩 들어간 공은 골대를 강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높은 자유투 성공률을 자랑하는 프로농구 선수도 중요한 슛을 앞두고 갑자기 던지는 자세를 연습하는 것을 보면, 압박감은 시합에 있어 큰 변수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공포의 초킹 해저드(Hazard)에 빠지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 유명한 스포츠브랜드의 광고 문구였던 “Just do it!(그냥 하라!)”을 가장 좋은 방법으로 추천한다. 그 모든 압박 상황을 이겨낼 자신이 없다면, 이 방법이 현재를 살아가는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이건 단지 게임이고,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내가 죽거나 세상이 끝나는 것은 아니야’라는 생각으로 몸이 알아서 하도록 놔둬라. 앞서 얘기했던 끔찍한 발표 사례 같은 경우에도 문구를 모두 외우기보다는 주제에 벗어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애드립(Ad lib)을 섞어가며 청중에게 다가가는 것이 어떨까? 여러분도 지금까지의 내용을 유념해 일상생활에서 압박감이 들 때 꼭 한번 실천해보기 바란다. 걱정하는 순간 실패는 시작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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