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부산 북부경찰서는 길고양이 600여 마리를 붙잡아 도살한 혐의(동물보호법 위반)로 포획업자 A(54)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A 씨는 지난해 2월부터 최근까지 부산·경남 일대 주택가에서 닭고기 등 미끼를 넣은 포획틀로 길고양이를 잡은 뒤 산 채로 뜨거운 물에 담가 죽이고 건강원에 팔아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세상에 드러나자 동물 애호가와 시민단체는 동물 학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600여 마리의 길고양이를 도살했다는 동물 학대 사건이 채 해결되기도 전에 또 다른 동물 학대가 지난 27일에 발생했다. 원주에서 승용차에 매달린 채 달리는 개의 모습이 목격된 것이다. 차주로 확인된 A(여·70) 씨는 경찰 조사에서 “개가 심한 피부병에 걸려 병원을 가야 했지만, 차에 타지 않으려 해 어쩔 수 없이 그런 방법으로 데려간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사회 속 동물 학대
이처럼 동물 학대는 잊을 만하면 들려오고 있다. 이외에도 이웃집 강아지에게 농약을 먹이거나 꽃마차 끄는 말을 발로 차는 등 널리 알려지지 않은 동물 학대 사건도 많다고 동물사랑실천협회 측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렇다면 동물보호법이 계속해서 개정되고, 사람들의 의식 촉구 목소리도 높아져 가는 만큼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동물 학대 사건은 점차 줄어들고 있을까. 그러나 본지는 동물 학대 현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은 자료를 찾을 수가 없었다. 동물 학대가 매년 얼마나 일어나고 있는지, 우리 주변의 동물들이 어떤 학대를 받는지 확인할 수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가장 최근의 자료로는 대검찰청의 자료가 있었다.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은 65건, 불기소는 68건이었다. 동물보호 단체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제보받는 동물 학대 신고 사례만 연간 수백 건이 넘는다”라며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또 동물자유연대가 2011년도 상반기에 발생한 동물 학대 사건을 정리한 결과 학대 사건 기록 건수는 총 176건(간단한 전화 상담만으로 해결된 사건과 단순 유기견 신고 전화 등 제외)이었으며 고발 건수는 5건이었다. 이중 폭행에 의한 학대는 31건, 방치 54건, 유기동물의 교통사고·길고양이 학대 방치 등의 학대는 42건이었다. 그러나 학대 사건 발생 후 구조된 동물은 총 26마리에 지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유명무실한 동물보호법이 동물 학대를 방치한다고 설명했다. 동물을 괴롭힌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사례가 적다 보니 동물 학대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물보호, 잘 되고 있나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정부는 동물보호법(법률 제13023호)을 올해 1월부터 시행했다. 1991년에 처음 제정된 이 법은 제2장 제8조에 ‘동물 학대 금지’라는 제목으로 학대의 종류에 대해 설명하고 행위를 금지한다고 기술돼있다. 이 조항에는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이는 행위, 먹이를 주지 않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도박·광고·오락·유흥 등의 목적으로 상해를 입히는 행위, 동물로 인한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의 피해 등 농림축산심품부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이는 행위 등이 포함돼있다.

이어 지난달 12일, 국회에서 반려동물 대여업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문정림 새누리당 의원은 반려동물 대여 및 동물경품제공 금지를 명문화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개·고양이 등 가정에서 반려의 목적으로 기르는 동물을 대여하는 영업과 동물을 경품으로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동물의 생명과 건강, 고통 측면에서 생명존중의 가치에 위반한다는 것이 그 근거다.

하지만 동물보호법 제7장 ‘벌칙’을 읽어보면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은 미미하다. 위의 규정을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는 것이 가장 강도가 높은 형벌이다. 보통은 최대 500만 원의 벌금형을 매기며, 애완동물이 개인 소유라는 점을 들어 권고조치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지난 3월 13일에 방영된 EBS <하나뿐인 지구> ‘강아지 공장에 갑니다’편에서는 개인 재산이라 지도 정도만 할 사항이라며 담당 공무원은 법적으로 제재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여전히 법의 허점이 많은 분야라 시민단체가 더욱 애를 쓰고 있다. 1995년에 설립된 ‘서울동물학대방지연합’에서는 동물실험 반대, 농장 동물의 환경개선, 모피 반대운동, 채식운동 등 동물보호 캠페인과 함께 구조, 치료, 쉼터운영, 입양 등 유기동물에 대한 복지에 힘쓰고 있다. 또한,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에서도 유기동물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동물보호법 제정일인 5월 31일에 서울 올림픽 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열린 제2회 동물보호 문화축제에 참가했다.

이 행사는 동물보호·복지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단체뿐만 아니라 동물자유연대, 한국동물보호교육재단 등 동물보호단체가 참여해 새로운 동물보호문화를 보여줬다. 이 외에도 많은 시민단체에서 동물의 권리 신장에 앞장서고 있다.

연예인도 동물보호에 함께하고 있다. 지난 2011년, 가수 이효리 씨가 ‘반려동물,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며 캠페인을 벌였다. 동물도 사람의 소유물이 아닌 하나의 생명체로 존중하자는 이 캠페인에 소프라노 조수미 씨, 음악감독 박칼린 씨, 배우 진재영 씨 등이 참여했다.


동물보호법 제16조 제1항 제1호에 따르면, 누구든지 학대를 받는 동물을 발견한 경우에는 동물보호센터나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신고할 수 있다. 아직은 처벌 수위도 약한 데다 법 실행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기에, 동물을 향한 모두의 관심이 더욱 필요한 때이다.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