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보면 종종 여러 항목에 대한 OECD 가입국의 순위를 알려줄 때가 있다. 수출량, 경제성장률, GDP 등 객관적 지표를 비롯해 행복지수, 정부 신뢰도 등 주관적 지표까지 매년 통계를 내고 있다. 아무래도 OECD에 속한 국가는 ‘선진국’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항상 이들과의 비교는 이슈가 된다. 

작년 OECD 통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50개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 ICT 부가가치 비중, 공공데이터 공개지수, 인구대비 사물인터넷 연결기기 수, R&D 집약도 등 긍정적인 항목에서 1위에 등극했다. 하지만 과반의 항목은 다소 부정적이다. 자살률, 산업재해 사망률, 노인 빈곤율, 청소년 흡연율, 저임금 노동자 비율, 국가채무 증가율, 낙태율, 실업률 증가 폭, 가계부채, 남녀 임금격차, 근무시간, 세 부담 증가속도, 최저임금 낮은 순위, 공공 사회복지 지출 비율 낮은 순위, 고등교육 국가지원 비율 낮은 순위 등이 이에 해당한다.


위 항목을 들여다보면 우리나라는 경제, 과학 등의 분야에서 긍정적인 발전을 이뤄왔으나 복지나 사회 등의 분야에서는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 문화 지체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문화 지체현상이란 미국의 사회학자 W.F.오그번이 <사회변동론>에서 주장한 이론으로 가치관, 신념, 규범, 제도 및 사회적 상호작용 등을 포함하는 비물질문화가 항상 물질문화의 발달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사실 이 현상은 현대사회에서 빈번히 일어난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는 좀 더 극단적인 양상을 띤다. 한국전쟁 이후 빈곤국이던 우리나라는 70년대에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릴 만큼 빠른 경제 발전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경제, 과학 등 물질적인 지표에만 신경 썼다. 그 결과 천민자본주의,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하면서 돈이 권력이 되는 세상이 돼버렸다. 이에 정경유착이 심해지며 국민은 이익에 집착하는 기업과 더불어 정부까지 불신하게 되는 안타까운 현상 또한 발생했다. 실례로 우리나라가 공공데이터 공개지수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이것이 정부 신뢰와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작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34%로 41개국 중 26위를 기록했다. 공동 26위를 차지한 나라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체코가 있다.


‘선진국’ 기구에 들어가기까지 IMF를 겪는 등 다사다난했지만, 내년이면 한국이 OECD에 가입한 지 20년이 되는 해다. 그만큼 앞으로는 OECD 통계에서 긍정적인 항목에서는 높은 순위를, 부정적인 항목에서는 낮은 순위를 꾸준히 기록해 한 번 더 세계를 놀라게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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