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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거나 다시 떠오르거나 지거나…변화하는 대여 문화
2015년 08월 24일 (월) 16:10:36 이신후 기자 sinoo__@naver.com
   
 

#1. 취업준비생 최모 씨(26)는 다가오는 하반기 공채 일정에 맞춰 정장을 마련하기로 했다. 혹시나 있을 면접에 대비해 정장을 구매하려고 이름 있는 곳을 찾아갔다. 그런데 생각 외로 비싼 가격에 이 씨는 갈등했다. 통장의 잔액이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지인의 정장을 빌려보기로 했지만, 자신의 치수와 맞지 않아 옷이 작거나 커서 활동하기 불편했다. 발품을 팔아 알아본 결과 정장을 대여해주는 곳을 찾았다. 그곳은 정장의 수도 많았거니와 치수에 맞지 않으면 수선까지 해주고 있어 이 씨는 하반기 공채 때 자주 드나들게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2. 최근 박모 씨(29)는 명품가방 대여점에서 작은 핸드백을 대여했다. 남들보다 취직이 늦게 된 그녀는 이제 막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그녀의 친구들은 박 씨와는 달리 사회에 일찍 자리를 잡아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 SNS를 둘러보니 다들 이름을 대면 알만한 ‘백’을 가지고 있었다. 박 씨는 명품가방을 들고 다니면 어떤 기분일지 호기심이 생겨 대여점을 방문해봤다. 대여점에 가니 신상품까진 아니어도 유명한 디자인의 가방을 대여할 수 있었다. 박 씨는 “대여를 이용해 미리 체험해보니 나중에 구매할 때 도움이 될 것 같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3. 동네 도서대여점 단골인 이모 씨(22)는 어느 날 휴대폰으로 온 문자를 보고 실망을 금치 못했다. 서울에 상경해서 약 2년간 애용했던 도서대여점이 문을 닫게 된 것이다. 그는 올해 초 연장했던 1년 정액권에서 이용하지 못한 나머지 개월만큼 돈을 환불받았다. “주소를 옮기지 않아 도서관 대출증 발급받는 절차가 복잡해 대여점을 이용했는데, 이렇게 없어지다니 아쉽기 그지없다”, “갈 때마다 손님이 자신밖에 없어 이 상황을 예상하긴 했지만 섭섭하긴 하다”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말했다.

대여 문화가 변화하고 있다. 요즘의 대여점을 간략히 요약해보면 새롭게 등장한 수요층을 공략한 대여점과 유행이 돌고 돌아 다시금 주목받는 대여점, 마지막으로 소비자에게 외면당한 대여점이다.
   
 

우리 사회에 ‘대여’라는 개념이 등장하게 된 것은 1990년대 도서대여점이 나타나고부터다. 한두 가게 생기기 시작한 도서대여점은 4년 뒤 전국에 2,000개가 넘을 정도로 급증했고, 깨비책방, 글사랑과 같은 프랜차이즈도 생겨났다. 이때 최대 대여 기간은 5일 정도였으며, 권당 500원-1,000원 사이의 대여료를 받았다. 당시 다수 출판사는 매출 하락과 저자 인세를 들어 부정적인 영향을 걱정했지만, 서점을 찾기 어려운 사람에게 폭넓은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도서대여점은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2000년대 인터넷 서점과 전자책의 등장으로 도서대여점의 인기는 사그라졌다. 일부 도서대여점은 북카페로 사업을 전환하기도 했지만, 한번 식은 인기는 돌아오지 않았다. 최근까지도 대여점을 이용한 최지영(문예창작 13) 씨는 “쉽게 구할 수 없던 책을 찾으려고 대여점에 가봤다. 그런데 책이 오래되거나 찢어져서 관리가 잘 안 되는 느낌을 받았다. 사장이 관리에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이 책을 찾지 않는다는 말인 것 같아 씁쓸했다”라며 이용 소감을 전했다.

도서대여점을 시작으로 실생활에 대여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 장난감 대여점, 의류 대여점, 명품 대여점 등이 그 예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중에서 의류 대여점은 2010년도로 와서 분야가 세분됐다. 90년대 함께 등장한 한복 대여점을 포함해 앞서 언급한 정장 대여점, 돌복 대여점 등 다양하게 나타났다. 이는 비용, 접근성 등 쉽게 사들일 수 없는 소비자의 마음을 파악한 것이다. 최근 다시금 수요자가 많아진 명품 대여점도 마찬가지다. 시대가 흐를수록 물가는 점점 오르고 명품의 가격은 날이 갈수록 치솟는다. 신상 또한 쏟아져서 유행이 빠르게 지나는 명품을 쉽게 구매할 수 없는 소비자로서는 대여점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이미 생활 속에 깊숙이 박힌 대여 문화도 존재한다. 문화라고 인식되지 않을 정도로 정수기 대여 사업은 크게 자리 잡았다. 고가라 엄두도 못 냈던 안마 의자도 대여 문화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기술이 발달해 이제는 인터넷에서 물건을 대여하고 집으로 받아볼 수도 있다.

이렇듯 대여 문화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나가고 있다. 그 속에서 도태되는 대여점이 생기기도 하지만, 대여점을 이용하는 소비자로서는 실보다 득이 커 우리 삶 속의 ‘대여 문화’는 앞으로도 더욱 확산할 전망이다.

글·사진 이신후 기자 sinoo__@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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