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마다 찾아오는 찜통더위 속에 국민은 전기세 부담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갈수록 전기 사용량이 많아지는 데다 그 비용까지 점차 오르고 있어 자칫하면 세금 ‘폭탄’을 맞을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여름철 전기세 인하’ 정책은 가뭄 속 한 줄기 단비로 보일 수 있다. 실제 그 효과 또한 647만 가구에 월평균 8,368원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크나큰 허점이 보인다.


우선, 이번 정책의 주요 수혜 대상은 4구간 사용자다. 하지만 지난해 8월 기준 가구별 평균 전력 사용량은 251kWh로, 혜택이 가지 않는 3구간에 이른다. 게다가 월 300kWh 미만 이용 가구가 총 1505만 가구로 국내 전체 사용량의 70%를 차지한다. 즉, 전기세 인하의 효과는 우리나라 평균 이용자가 아닌 4구간 이상의 중산층에만 해당되는 것이다. 또한, 국내 전력 총 소비량의 21.1%를 차지하고 있는 소상공인이 이용하는 일반용과 산업용 전기세는 인하되지 않는다. 결국, 이는 ‘소수’에게만 혜택이 가는 한계적 정책일 수밖에 없다.


한편, 전문가들은 전기세 인하에 관해 전기 과소비를 부추기는 정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비용 인하로 경각 없는 전기 사용이 늘면서 낭비가 심해진다는 것이다. 실례로 개문냉방 단속이 느슨해짐에 따라 상점가에서는 문을 열고 에어컨을 틀어 최대 4배의 전력이 더 손실되고 있다. 이에 관해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이채익 의원은 “전력예비율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력난을 초래하지 않을지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력 낭비가 심각한 수준이다. 1인당 전체 전력 소비량이 9,628kWh로, OECD 평균인 7,400kWh에 비해 훨씬 많다. 일시적인 전기세 인하가 이를 더 부추긴다면 장기적으로 더 큰 문제를 낳는 것이다.


결국, 이 정책은 국민의 환심을 사기 위한 한시적 대안일 수밖에 없다. 그 허점이 드러나자 “원전 증설을 위한 꼼수가 아니냐”, “포퓰리즘적 정치안이 아니냐” 등의 부정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기세 인하’라는 감언이설보다는 전략적인 전기 요금 체계 개선을 통해 모두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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