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tvN 프로그램 <쇼미더머니>는 가장 많은 논란이 쏟아져 나온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닐까 싶다. 오디션 참가자들을 일렬로 세워두고 랩을 듣고는 즉석에서 당락을 결정하는 1차 오디션 장면에서부터 논란은 예고돼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무대도 아닌 그저 큰 강당에 서서 평가받아야 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프로그램의 출연자인 MC 메타가 조목조목 비판한 바 있다.
이번 시즌의 첫 회에서 한 참가자가 랩을 하면서 바지를 내려버리는 장면이 있었다. 물론 모자이크처리 됐지만, 이 자극적인 장면은 다른 출연자들의 랩을 싹 잊게 하는 효과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는 이 프로그램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처음부터 아이돌 저격을 해 주목받더니, 과거에 쓴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가사와 ‘일베’ 활동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가 바로 블랙넛이다.
이 외에도, YG 소속 아이돌 그룹 위너의 래퍼이기도 한 송민호는 오디션 중 부른 ‘여성비하’ 가사로 논란을 일으켰다. 송민호와 1대1 대결을 벌인 블랙넛은 송민호가 랩을 하는 동안 죽부인을 안고 무대에 누워 낯 뜨거운 퍼포먼스를 벌여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다. 또 힙합의 대부라고 불리는 스눕독을 앉혀놓고 여러 명이 한 개의 마이크로 경쟁하는 랩을 하게 한 떼거리 미션은 ‘힙합을 모독했다’는 비판까지 받았다.
너무 많은 논란에 휩싸인 <쇼미더머니4>를 두고 ‘막장 오디션’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자극과 논란만을 양산해 시청률 만 끌어모으고 있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흥미로운 이유는 우리 사회의 병리 현상을 하나의 축소판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쇼미더머니4>가 이처럼 논란이 된 이유는 지나치게 과도한 경쟁 때문이다. 1차 오디션의 대강당은 그래서 사회로 나가는 문이 극히 좁고도 조악한 우리네 현실을 그대로 상징하는 듯 보였고, 한 개의 마이크를 서로 잡고 랩을 하려는 그 떼거리의 몸부림은 다름 아닌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청춘들의 무한경쟁을 표징 하는 것처럼 보였다. 블랙넛 같은 골칫덩이는 무관심으로 사라져 가느니 차라리 욕을 먹더라도 논란의 중심에 서겠다는 비뚤어진 인정투쟁의 한 양상이다. 중간에 합격자를 뽑고는 그걸 재차 번복하는 심사 역시 문제다. 어디든 이런 불공정하고 제 맘대로인 심사와 당락을 우리는 슬프게도 현실에서 자주 발견한다.
물론 <쇼미더머니4>가 이렇게 불공정한 경쟁 현실 그 자체를 풍자적으로 그리려 한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오디션이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존폐 위기에 몰리자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치다 보니 밑바닥이 들통 났다고나 해야 할까. 사실 무수한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공정성을 내세우지만 누구에게나 100% 공정하게 주어지는 오디션이 어디 있을까. 오디션 프로그램이 주는 판타지는 현실의 불공정함을 프로그램들을 통해 대치한다는 환상에서 나온다. 하지만 현실에서 불공정함을 느꼈던 청춘들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시스템을 다시 맞닥뜨리게 된다. 거기에는 다시 심사위원이 있고 룰이 있다. 그것이 100% 공정하다고 어떻게 얘기할 수 있단 말인가. 안타깝게도 본래 공정함이란 이 오디션의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공정함을 가장한 무한경쟁의 자본 기계가 우리의 혹독한 현실이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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