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라는 목소리가 앳되다. 나이에 비해 어려 보이는 목소리가 콤플렉스라고 말하는 그녀의 나이는 서른둘이다. 예술 나눔 봉사단체 ‘삼분의 이'는 소외된 아이들에게 예술을 가르쳐서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꿈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목적이다. 호기심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 다방면에 관심 갖던 그녀가 이 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사업이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주위에서 반대가 많았다고 한다. 거의 일인 기업 형식으로 운영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하는 그녀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이번 개강호에서는 예술 나눔 봉사단체 '삼분의 이'의 서현주 대표를 만나보았다.

내가 아닌 이웃을 위한 삶

   성북예술센터에 위치한 ‘삼분의 이(http://www.2slash3.com)’는 5세부터 19세까지의 아이들에게 무료로 예술 활동을 가르치는 비영리단체이다. 서현주 대표는 ‘삼분의 이’라는 말이 원래 자신의 삶의 모토라고 말한다. “기독교가 제 삶의 주축이었어요. 어떻게 하면 아깝지 않게 인생을 살 수 있을까 고민도 많았고요. 삼분의 일은 하나님을 위해서 살고, 삼분의 일은 이웃을 위해서, 나머지 삼분의 일은 나를 위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정해진 이름이 ‘삼분의 이’에요. 이웃과 하나님을 위해서 일하는 기업이 되자고 지었어요”
   ‘삼분의 이’는 아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친다. 이곳에서 가르치는 아이들은 신체적으로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비롯해 다문화 가정, 조부모 가정, 한부모 가정,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자폐 아이들까지 다양한 배경을 가졌다. ADHD나 자폐아의 경우, 외국에 비해 아직까지 연구가 진행 중인 경우가 많다. 또한 주변 환경 하나에도 민감한 아이들이기 때문에 외국의 연구사례를 무턱대고 따라가기도 어렵다고. 서현주 씨는 아이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다가가야 하는지가 항상 고민이라고 한다.
  

▲ 예술나눔봉사단체 '삼분의 이' 서현주 대표
그런 그녀가 가장 감동스러웠던 순간은 ADHD가 있는 아이들에게 인사를 받았을 때라고 한다. “저번 수업에서 ADHD를 앓고 있는 아이들 6명을 가르쳤던 적이 있어요. 그룹에 ADHD 학생이 1명만 있어도 그 수업은 무너져요. 뛰어다니고 소리 지르는 일이 다반사거든요. 욕도 많이 하고 폭력적이었죠. 인사는 커녕 처음에는 1분도 앉아 있지 못했어요. 그런데 차츰 바뀌기 시작하더라고요. 나중에 수업을 다 마치고 나니 주위 사람들이 아이들이 많이 변했다고 해요. 마지막으로 부모님을 모시고 하는 전시회에서 처음으로 공손하게 ‘선생님,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고 감동 받았어요”
사진수업으로 부모님들도 아이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고 한다. “학교를 졸업해도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단순한 노동 이상의 직업은 갖지 못해요. 아이들에게 단순한 노동이 아닌, 다른 삶을 찾아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비’영리단체라는 이름으로
   서현주 대표는 이 년 전, 서울시의 지원으로 처음 이 사업을 시작했다. 정부공모를 이용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지원받았다. 그녀는 우리학교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원에서 사진을 공부했다. 전문적으로 경영에 대해 공부한 적 없는 그녀는 현재 몸으로 부딪혀가며 배워나가는 상황이라 시행착오가 많다고 말한다.
   2009년부터 일 년 동안 받은 서울시의 지원이 끊기기 한 달 전인 작년 7월, 문화재단으로부터 일 년 동안 지원을 받게 되었다. ‘삼분의 이’에서 진행되는 모든 수업은 무료다. 비영리단체이기 때문에 수업료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운영은 거의 정부지원과 후원금에 의존하는 상태다. 운영상의 어려움에 대한 질문에 그녀는 뜻밖에 말을 꺼낸다. “저번엔 예산안을 적게 냈더니 전화가 왔어요. 정부지원에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지원해 준 돈은 다 써라’는 식이에요”
   비영리단체가 인증을 받으려면 적어도 일 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일 년간의 활동을 보고 나라에서 그 자격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비영리단체에 대한 안 좋은 소식이 매스컴을 타고 들려온다. 서현주 대표는 비영리단체들이 비리를 저지르지 않으려면 자기 허벅지를 꼬집으면서 인내해야 하는 현실이라고 말한다. “솔직히 사진수업은 거의 돈이 안 들어요. 저희는 남은 지원금을 남겨 놨다가 다른 수업에 쓰고 싶은데 무조건 ‘0원’통장을 만들라는 말에 좀 씁쓸했어요. 조금 더 지혜롭게 돈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죠”
   그녀는 ‘삼분의 이’ 대표와 사진작가 일을 겸업하고 있다. 사진작가는 일의 특성상 한 번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서현주 씨는 그 돈을 조금씩 나눠서 생활비로 사용한다고 한다. 회사로 들어오는 후원금 중 아이들에게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후원금이라면 거절하기도 한단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제 나름대로의 기준을 가지고 운영하고 있어요. 한 번 그 기준이 무너지게 되면 걷잡을 수 없을 것 같아서요”
 
‘이슈’거리가 아닌 이해와 관심이 필요
   일반 계산기로도 할 수 없는 계산을 척척 해내고 놀라울 정도의 암기력을 가진 사람. 자폐증이나 뇌기능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특정분야에 재능을 보이는 현상을 서번트 신드롬(Savant Syndrome)이라고 부른다. “하루 종일 사진만 찍던 자폐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가 우연히 텔레비전에 출연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게 다였어요. 기삿거리만 만들고 가 버린거에요. 지원하도록 연결해준 것도 아니고 작품 활동을 후원해준 것도 아니고……”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감동을 받았을 때가 언제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녀는 일 년 내내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어야만 한두 번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녀에게 사회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바라봐주었으면 하냐고 물었다. “바라보는 것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해요. 자폐아이들 사이에서 2%만이 서번트 신드롬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그 소수에만 관심 가지고 바라봐요. 나머지 아이들에게는 관심조차 없어요. 아이들의 특수성만을 바라보지 않고 그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바라봐 달라는 거죠”

   대학생 시절, 그녀는 호기심도 많고 이것저것 관심도 많았다. ‘가슴 뛰는 일’을 찾기 위해서 물불 가리지 않고 뭐든지 다 해봤단다. 그녀는 가슴 뛰는 일을 찾기 위해 십 년간 노력했다고 말한다. 그런 그녀가 대학생 시절 공부를 잘해서 장학금을 받거나 하진 않았다고. 남들과는 달라야한다고 생각하는 요즘 사람들과 달리 그녀는 무엇보다 자신의 생각을 온전히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즘에는 방학동안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루저’ 된다고 생각하잖아요. 저는 대학생들에게 ‘놀아라’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때 놀아야 사회에 나가서 버틸 수 있는 자양분을 쌓을 수 있어요. 무엇보다도 가슴 뛰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에 용기를 내고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녀에게 앞으로의 꿈에 대해서 물었다. “이 단체는 아이들을 위해 만든 단체에요. 앞으로 50년 후까지 장기적인 계획이 있어요. 중국과 인도엔 어린이 노동자들이 많아요. 죽거나 먹지 못하는 일도 빈번해요. 그런 아이들에게 스스로 다른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나눔에 대해 물었다. “나눔이요? 힘들어요. 힘든데 해야만 하는 거잖아요. 나눔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꼭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인터뷰를 하는 내내 그녀의 답변은 단 일 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남들과 같아지기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 그 뒤로 후광이 비추는 걸 그녀는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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