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은 2년에 한 번씩 가요제를 진행한다. 이 프로그램에 원래 관심이 없던 사람도 ‘무한도전 가요제’만큼은 알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 2007년 지나가던 주민 30여 명만이 참여했던 이 작은 행사는 현재, 공연 당일 스크린 관람 수까지 포함해 관객 4만 명에 이르는 큰 축제가 됐다.
그런데 올해 평창에서 열린 이 가요제 때문에 지역주민이 피해를 보는 일이 발생했다. 가요제가 끝나고 사람이 떠난 자리엔 수많은 쓰레기로 가득했다. 500m가량 되는 2차선 도로가 쓰레기로 뒤덮여 차량이 지나다닐 수가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을 치우는 것은 고스란히 평창 지자체와 주민의 몫이었다. 많은 사람의 비난이 쏟아지자 무한도전 측은 뒤늦게 쓰레기를 책임지고 치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비난은 가요제에 갔던 4만여 명의 관객에게도 향했다. 이번 일로 턱없이 부족한 시민 의식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거리응원이나 행사 후 생기는 쓰레기더미는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문제다. 그러나 2002년 월드컵 당시만 하더라도 사태가 이렇게까지 심각하진 않았다. 응원하러 모였던 수많은 인파가 자율적으로 길거리를 청소했다. 그 모습이 화제가 돼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의 청결한 길거리 문화가 주목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완벽히 다른 길거리 문화를 보여줬다.
사람은 상황에 따라 마음을 달리한다. 시민들은 즐기기만 하면 된다는 개인적인 마음을 가지고 무도 가요제에 참여했을 것이다. 시민 의식이란 다른 게 아니라 결국 시민의 생각과 마음이다. 2002년 이후 의식 수준이 퇴보한다는 말을 듣게 된 것은 ‘나는 즐기기만 하면 돼!’라는 이기적인 마음 때문 아니었을까. 각자가 어떤 생각을 가지냐에 따라 행동이 변하고 전반적인 문화도 달라질 수 있다.
2002년 월드컵 이후 점차 거리 응원 문화가 우리나라에 자리 잡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이 문화에 필요한 성숙한 시민 의식은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불법적인 쓰레기 투기에 대한 처벌이 벌금형에 그치기 때문에 사람들이 비교적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모였던 ‘무한도전 가요제’ 역시 개개인의 노력이 필요했다. 결국, 우리나라의 거리문화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성숙한 책임의식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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