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2호선 성수역에서는 스크린 도어를 점검하는 도중 진입하던 열차와 스크린 도어 사이에 껴 정비업체 직원이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그 후 서울 메트로에서는 정비 안전 수칙을 마련했다. 이 수칙은 △2인 1조 근무 △지하철 운행 시간에는 승강장에서만 작업할 것 △스크린 도어 안에 들어갈 경우에는 사전에 보고할 것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성수역 사고 이후 2년 반 만인 지난달 29일, 2호선 강남역에서 똑같은 사고가 발생했다. 외주 업체 직원 조 모 씨가 스크린 도어를 수리하는 도중 진입하던 열차와 스크린 도어 사이에 끼어 숨지게 된 것이다. 서울 메트로 측은 사고 당시 조 모 씨가 2인 1조로 행동하지도 않았으며 작업할 때 사전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므로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외주 업체의 잘못이라는 것이다. 반면 외주 업체 측은 수리 과정에서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고 수리 작업을 한 조 모 씨 개인의 잘못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조 모 씨도 사고 당시 위험한 상황임을 인지할 수 있었을 거로 생각한다. 그렇지만 고용된 노동자 입장에서 안전보다 주어진 일을 빨리 수행하는 데 매진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또한, 피해를 책임질 이를 구분하기 힘든 구조로 이끌고 가는 외주화 현상도 큰 문제점이다. 외주화란 기업이나 기관이 원래 맡은 일을 경영 효과 및 효율의 극대화 등을 이유로 제3자에게 위탁하는 것을 말한다. 하루에도 수십만 명이 이용하는 지하철에서 가장 중요시해야 할 안전 업무를 직접 관리하지 않는 구조가 사고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일을 관리 감독하는 원청업체에서는 비용절감을 위해 경쟁 입찰해, 관리하기 어려운 일을 외주업체에 떠넘긴다. 적은 인력으로 많은 작업량을 소화해야 하는 외주업체 측은 노동 부담이 높아지게 된다. 동시에 값싼 비용으로 계약했기 때문에 재정적으로 압박을 받는다. 결국, 정비 점검에 지장이 생기게 되고 노동자는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환경에 놓인다.
이번 사고의 원인을 밝히는 과정에서도 대비책 대신 변명과 책임을 회피하려는 입장 발표만 이뤄지고 있다. 이제는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생명안전업무 종사자를 고용하는 등 정확한 매뉴얼을 설정하고, 외주업체와 원청업체가 협력해 관리해야 한다. 또한, 자칫하면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어려운 작업임을 직시해 위험한 상황에 대비할 실질적 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김세영(국제경영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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