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여러 가지 면에서 지금껏 텔레비전이 만들어온 콘텐츠와는 사뭇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통상적으로 스튜디오물이라고 하면 한 가지 주제에 출연자들이 집중하는 것이 기존 TV의 방식이었다. 하지만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스튜디오물이라고 해도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하기보다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오히려 주의를 분산시킨다. 하나의 집을 콘셉트로 한 스튜디오에는 몇 개의 방들로 구획되어 있고 출연자들은 ‘저마다’의 방에 들어가 ‘자신들만’의 개인방송을 진행한다.

하나로의 집중과 여러 개로의 분산.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보여주는 분할화면과 그 속에 담겨진 여러 개의 콘텐츠는 지금의 미디어 환경을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다. 지금은 다채널 시대다. 미디어는 과거처럼 TV 하나에 몇몇 한정된 채널에서 송출하는 콘텐츠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 이제는 수백, 수천 개의 소규모 개인방송들이 인터넷에 포진해 저마다의 지분을 주장한다. 과거 하나의 TV, 몇 개의 채널이 독점적인 힘을 발휘하던 시대를 ‘빅 TV 시대’라고 부른다면, 이제 도래한 다채널 시대의 개인방송 시대는 ‘맞춤형 리틀 TV 시대’라고 부를만하다.

문화 비평가 마샬 맥루한이 말했듯, 미디어는 단지 형식이 아니라 그 내용까지 바꿔놓는다. 소규모지만 다양한 취향을 담는 시대에 콘텐츠도 달라지고 그 콘텐츠의 주인공인 스타들도 달라진다. 역사나 미술 같은 교육 콘텐츠도 예능의 소재가 되고, 요리 레시피를 가르쳐주는 쿡방은 이 달라진 시대의 트렌드 콘텐츠가 됐다. 마술이나 노래교실, 춤 교실, 몸 관리 심지어 종이접기 같은 추억을 자극하는 소재까지 콘텐츠가 다양해지고, 저마다의 정보를 가진 이들은 기존 연예인들의 자리를 넘본다. 연예인 김구라보다 백종원, 이은결 그리고 김영만처럼 특화된 콘텐츠를 보유한 이들이 이 새로운 시대를 이끌 주역들이라 할 수 있다.

맞춤형 리틀 TV의 핵심 경쟁력은 두 가지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하나는 특화된 콘텐츠이고 다른 하나는 소통력이다. 과거의 빅 TV 시대가 재미만 있고 정보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면, 이 리틀 TV 시대에 정보는 필수적인 요소다. 하지만 제아무리 정보가 특화돼 있다고 해도 그것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전달하는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아무런 쓸모가 없다. 백종원이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화제가 된 건 요리 레시피라는 그만의 정보 때문만이 아니다. 그는 일일이 인터넷 창에 올라오는 댓글에 반응하며 소비자와 함께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금의 2030세대를 ‘코딱지들’이라고 부름으로써 그들의 어린 시절 향수를 파고들었다. 콘텐츠와 소통. 리틀 TV 시대는 이 두 가지를 어떻게 버무리느냐가 관건이 되고 있다.

리틀 TV 시대가 가져올 변화는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그 중 가장 큰 것은 다양성의 변화다. 하나의 유행에 집중하던 트렌드는 이제 개개인의 취향을 누리는 트렌드로 바뀔 것이다. 그래서 1인 1미디어 시대는 저마다의 개인적 취향들이 하나의 콘텐츠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 누군가를 추종하기보다는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야 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작지만 다양한 콘텐츠들의 새로운 세상. 이곳에서 콘텐츠는 이제 바로 당신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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