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인재(人災)가 발생했다. 지난 25일 서울 구파발 군경합동검문소에서 의무경찰로 복무 중이던 박 모 경위(54)가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사고의 희생자는 故 박세원(21) 상경이다. 나라의 부름을 받아 잠시 학업을 중단하고 국군의 의무를 수행하던 그는 왜 38구경 권총에 맞아 사망해야만 했을까.

사고 이후 서울 은평경찰서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경찰 조사에서 박 경위는 간식으로 나온 빵을 ‘너희끼리만 먹느냐’며 총을 쏘는 장난을 치다가 실탄이 발사됐다고 말했다. 경찰에서도 박 경위의 진술에 따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의 이 같은 결정에 유가족과 박 상경의 동문은 분노했다. 특히 박 상경의 아버지는 아들이 박 경위가 총을 가지고 위협한다고 자신에게 불만을 토로했던 적이 있다며, 이것이 ‘장난하던 중 벌어진 실수’라는 판단에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8월 30일 동국대학교 팔각정에서 열린 박 상경의 추모제에서 홍윤기 철학과 교수는 “1987년 1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이래 경찰에서 일어난 사건 중 가장 치명적인 사건이다. 이번 경찰의 발표를 보면 변한 것은 전혀 없다. 경찰의 총기 관리를 보고 세월호 참사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했다. 수백 명의 생명을 죽여 놓고, 공권력이 팽목항 앞에서 안전과 재난에 대해 그렇게 이야기했는데 바로 경찰서 안에서 경찰이 경찰을 총으로 겨누는 일이 발생했다. 그렇게 총기 관리를 했다면 이것은 엄청난 문제가 된다”라며 총기 사고에 대한 처리를 비판했다.

이후 경찰은 구파발 총기사고의 경위를 다시 수사하는 중이다. 미필적 고의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박 경위에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고의가 있었다고 바라볼 수는 없다는 두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여기서 지난 3일 서울 은평경찰서는 박 경위를 업무상 과실치사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흉기 협박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흉기 협박 혐의를 추가한 것에 대해 “실탄이 장전된 총으로 위험한 장난을 쳐 사고 현장에 있던 다른 의경 2명이 위험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를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의경들의 진술을 보면 박 경위는 이번뿐 아니라 다른 때도 이러한 위협을 한 것처럼 보인다. 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을까. 사람의 주목을 받자 다시 수사를 시작한 경찰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박 경위에게 어떠한 판결이 내릴지는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봐야 할 테지만, 이제 박 상경은 우리 곁에 없다.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