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북한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목함 지뢰 폭발로 인해 장병 2명이 다리 부상을 입었다. 이에 북측은 25일, 공동보도문을 통해 ‘지뢰 도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이례적인 성과라는 긍정적 평가와 진정한 사과가 아니라는 비판이 엇갈리고 있다. 북한 정부의 ‘유감’ 표명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국립국어원의 우리말 바로 쓰기에 따르면, 유감은 ‘마음에 차지 아니해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을 뜻한다. 즉, ‘애석하다, 안타깝다’ 등의 어감 정도로만 해석된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사과’라고 받아들였다. 남북 고위급 회담에 참여한 김관진 청와대 국가 안보실장은 25일 청와대 브리핑에서 “북한이 지뢰 도발을 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와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과의 사전적 정의는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빎’이다. 본래 사과의 뜻에는 문제 주체와 해결 의지까지 명확하게 담겨있다. 그런데 남북 합의내용에는 “국가의 소행임을 직접적으로 명시하는 ‘지뢰 폭발’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표현되는 ‘도발’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다”라고 쓰여 있다. 이는 자신의 소행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지난 2일, 북측은 직접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에서 공동보도문에 담긴 유감 표현은 사과가 아니라고 밝혔다. 남한이 이를 사과로 받아들이는 것은 북측의 의도를 왜곡한 것이라며 현 상황을 내버려둘 경우 남북은 다시 대립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박근혜 정권은 누구도 인정할 수 없는 해석을 한 것이다. 이는 날카롭게 대립하는 남북 분위기에 두려움을 느낀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사탕발림으로 보일 뿐이다. 이에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이 나서 “말 한마디에 너무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지금 이렇게 말 한마디에 다툴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정부의 입장을 표명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여전히 자의적으로 해석해 발생한 오류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는 오히려 상대방을 불쾌하게 해 애써 만들어 놓은 화해 분위기를 다시금 와해시키는 일이다. 이제는 진정으로 아슬아슬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남북이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일 때다. 이에 앞서, 나라는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잘못된 것은 발 빠르게 바로 잡아야 한다. 자의적인 단어 해석에만 얽매이는 것은 상대 나라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의 공감 또한 끌어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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