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NS나 개인 블로그를 통해 한복을 입고 국내외를 여행하는 ‘한복여행’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때문에 맞춤 한복보다 저렴하고 다양한 종류를 입어볼 수 있는 한복대여산업이 흥하고 있다.
 

   지난 10일, 한복 체험을 준비하기 위해 한복 대여점에 전화했다. 인기 있는 곳이라 주말에는 사전예약을 해야 한다는 소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3일 전에 전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약은 이미 종료된 상태였다. ‘조금 더 일찍 전화를 했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가게 오픈 시간에 맞춰서 오면 대여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취재 당일 아침 9시 50분, 오픈 시간에 맞춰서 대여점으로 향했다. 그러나 대여점의 문이 열리기 한참 전부터 앳된 얼굴을 한 학생 무리가 줄을 서 있었다. 오랜만에 입는 한복에 한참을 고민하다가 점점 몰리는 사람을 본 후 다급하게 한복을 골랐다. 대여료는 4시간에 13,000원, 추가 시간당 4,500원으로 다른 곳에 비해 비교적 저렴했다. 또한, 전통 문양이 새겨진 댕기와 머리띠, 손가방까지 고를 수 있었는데 추가 비용은 따로 받지 않았다.
 

   가게 안에서는 다들 한복을 입고 있어서 어색하지 않았다. 지하철에서는 단연 시선 집중이었다. 어르신은 “젊은 사람이 입으니 예쁘다” 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다른 시민들은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기도 했다.
오전 11시 30분, 경복궁에 들어서자 비로소 집에 온 듯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나라 고유의 공간에 한복을 입고 가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한복 입고 궁에 가면 관광객에게 하루 종일 사진 찍힌다는 소문을 익히 들어왔다. 우리는 예외가 아닐까 했지만, 중후한 신사분이 사진을 찍어주신다며 다가온 것이 시작이었다. 시민 인터뷰 대상을 찾다가 벤치에서 쉬고 있는데 한 중국인이 앉아있는 우리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냐며 묻더니 그대로 찍어갔다.
또 다른 미국인 가족이 사진 요청을 해왔다. 자연스럽게 어깨동무를 하며 포즈를 취한 그들은 나에게 “Do you wear it often?”라고 질문했다. 전통 옷이 신기했는지 연신 질문을 해왔지만, 질문만 이해하고 답은 해줄 수 없어 안타까웠다. 
 

   후배 기자가 취재용 사진을 찍는 도중에도 사진 요청은 계속됐다. 한 외국인 아주머니가 자기 딸과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해 취재를 잠시 중지하고 찍기도 했다. 이렇게 많이 찍힐 줄 알았으면 머리라도 더 예쁘게 묶었을 텐데 하는 후회가 남았다.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도 앞서 만났던 중국인이 끈질기게 사진을 찍어갔다.
 

     오후 2시 30분, 한복을 반납하러 가는 길. 이제는 계단에서 한복이 끌려도 당황하지 않고 잘 접어서 내려가는 방법을 터득했다. 처음 어색해하며 입었던 한복도 제법 편해지고 지하철에서 시선이 집중돼도 아무렇지 않은 경지에 이르렀다. 반납하러 대여점에 들어갔는데 발 디딜 틈이 없다는 것이 이런 걸까. 빌리는 것보다 반납이 더 오래 걸렸다. 오전에 문을 열자마자 도착했던 게 다행스러운 순간이었다. 


     한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이 생각보다 꽤 있었지만, 신기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훨씬 많았다. 실제로 경복궁에서 만난 한 아이는 한복을 입은 우리가 일본인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관광 온 외국인이 한복을 더 많이 입고 다니고, 우리나라 사람이 자국의 옷을 신기하게 보는 것이 안타까웠다. 시대가 변해 편한 옷을 입는 것은 당연하지만, 우리 고유의 옷을 이질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생활한복도 많이 나오고 있어 접할 기회도 늘어났다. 우리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더 자랑스럽게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먼저 다녀온 최 기자의 팁
  1. 대여점은 오픈 시간에 맞춰서 가는 것이 좋다. 예약해도 사람이 많은 시간에 하는 것보다 훨씬 여유롭게 한복을 고를 수 있다.
  2. 한복을 입으면 무료지만 입장표는 필요하다. 매표소에서 0원이 찍힌 표를 받아서 들어가자. 또한, 한복을 입지 않아도 만 25세 이하면 무료입장할 수 있다.
  3. 궁에 도착하면 사진을 많이 찍히게 될 것이다. ‘예쁜 애들만 찍히지 우린 안 찍어가!’라고 생각하지 말고 풀 메이크업을 하고 가길 권장한다.
  4. 막상 외국인이 말을 걸면 당황하게 된다. 사진만 찍고 가는 경우도 있지만, 여러 질문을 하는 경우도 있으니 간단한 영어회화 정도는 준비하고 가자. 한복에 관해 설명해준다면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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