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현재 고궁과 국립박물관에 한해 입장료를 받지 않거나 최대 3,000원의 입장료를 받고 있다. 한 나라의 문화재를 관람하기 위한 입장료치고는 저렴하게 책정됐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가. 물론 입장료를 저렴하게 받으면 국민이 문화재를 친근히 여길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우리나라 문화재에 도움 되는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2012년, 유홍준 교수는 MBC <놀러와>라는 프로그램에서 우리나라 박물관 무료입장에 대한 견해를 밝힌 적이 있다. 그는 “전 세계 박물관 중에서 무료입장을 하는 곳은 거의 없다. 영국은 약탈 문화재이기 때문에 입장료를 받지 못하는 거다”, “이제는 우리 문화의 가치를 높여야 할 때”라며 문화재 입장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의 입장료가 우리나라의 물가보다 싸게 책정됐다고 해서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얘기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입장료를 비싸게 받아낸다고 가치가 높아진다는 얘기도 아니다. 입장료를 인상함으로써 국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우리나라의 문화재를 바라보는 시선이 개선되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외국에서 문화재를 관람할 때 내야 하는 입장료는 평균 10,000원 선이다. 혹자는 그만큼의 비용을 낼 정도로 외국의 문화재는 ‘볼거리’가 많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문화재는 그렇지 못해서 입장료를 저렴하게 책정한 것일까? 이렇듯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우리나라의 문화재를 외국의 문화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가치가 없다는 듯이 주장하는 사람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 입장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입장료가 저렴해 남녀노소 불문하고 문화재를 쉽게 접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지만, 문화재를 너무나도 쉽게 생각한다는 문제점 또한 존재한다. 우리 또한 문화재를 단순한 쉼터나 과제 제출용으로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가. 유홍준 교수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입장료를 무료로 책정한 뒤부터 관람 예의 질서가 엉망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례는 입장료가 관람객의 수준을 어느 정도 만들어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문화재는 민족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쉼터로만 사용한다면 우리 스스로 문화재의 가치를 격하시키는 일일 것이다.

이신후 기자 sinoo__@naver.com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