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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의 패션 비교 기사로 재학생 초상권 침해당해
대외협력실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한다면 적극적으로 지원 예정”
2015년 09월 22일 (화) 17:03:17 이소정 기자 gisele_2@naver.com
   
지난 8일, 한국일보에서 본교와 고려대학교 재학생의 옷차림을 비교한 기사 ‘두 정거장 차인데 패션은 ‘극과 극’’을 발행해 논란이 되고 있다. 본 기사를 작성한 한국일보 김주영 기자는 학우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본교와 고려대학교 자연대 재학생 200여 명을 촬영했고 얼굴만 모자이크 처리한 채 기사에 내보냈다. 이를 본 학우들은 본교 학생 커뮤니티 사이트 동감(dong-gam.net)과 페이스북 페이지 동덕여대 대나무숲에서 “기분이 나쁘다”라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기사와 댓글, 이중으로 상처받아
기사는 고려대학교 자연대 여학생들이 대체로 수수한 옷차림을, 본교 재학생들은 개성 있는 옷차림을 착용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자세히 읽어보면 기사에 실린 당사자의 입장에서 분노를 표할만한 부분이 적지 않다. 
 
우선 사진을 몰래 촬영했다는 부분이 가장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기사가 나오기 전 한 학우는 학교 앞에서 사진 찍는 것을 봤다며 익명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이후 기사가 발간되자 기사 링크까지 올리며 크게 이슈가 됐다. 실제로 기사에 사진이 실린 학우는 “동의하지도 않았는데 기사에 나와 있어 당황스럽다”라며 입장을 전했다. 
 
게다가 기자가 단편적인 시선으로 기사를 썼다는 의견도 일고 있다. 마치 고려대 학생들은 무채색의 옷만 입고, 우리 학교 학생들은 튀는 옷만 입는 것처럼 서술했다. 하지만 ‘튀는’ 옷을 입은 학생은 특정 과에 국한될 뿐, 많은 학생이 기사에 실린 것과 같은 옷을 입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저질렀다는 의견도 많았다. 기사 본문에서도 “흰색, 회색, 검정 상의 등 무채색 계열을 선호하는 흐름은 비슷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인상을 결정짓는 것은 특별한 소수였다”라는 구절이 나와 있다.   
 
또한, 이 기사에는 단순한 패션만 설명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각 대학 재학생의 의견도 조금씩 들어가 있다. 그중 여자의 옷차림이 마치 남자의 시선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말도 같이 실렸다. 이에 본교 이나현(독일어 12) 씨는 인문 비평 공동체 IRIS에 ‘난 남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옷을 입는 게 아니다’라는 글을 기고했다. 이 씨는 글에서 “단순히 ‘남자에게 잘 보이려는’ 고대 자연대 여학우와 ‘남자가 없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동덕여대생이라는 의미가 기사에 내포돼 있다. 이는 여성이 패션이나 자신을 가꾸는 것이 남성에 의해 수동적으로 이뤄진다는 굉장히 남성 중심적인 사고다”, “‘평범’과 ‘독특’을 가르는 기준이 ‘남자가 있고 없고’라니, 황당하다”라며 기사 내용을 꼬집었다. 
 
이 기사가 포털사이트에 올라와 많은 네티즌에게 노출됐다. 이에 달린 댓글을 보면 본교를 폄하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고등학교 입시 결과로 학교 수준을 비교하며 우리 학교 학생의 인성까지 욕하는 글이 많아 학우들이 상처받기도 했다. 동감에 글을 올린 한 학우는 “옷을 찍으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학생의 몸매가 드러났다. 하지만 학교 수준을 언급하며 몸매까지 평가하는 댓글을 보니 어이가 없다. 명백한 인권침해다”라며 불편한 기색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실제로 사진이 실린 학우는 자신이 왜 욕을 들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항의 메일에 기자의 답신은
 
이런 문제점을 종합해 한 학우는 직접 기자에게 항의 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회신에는 사과의 말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기자는 “‘패션 온도차’를 주제로 지역별, 시기별, 상황별 옷차림 차이를 사진으로 보여주는 온라인 연재를 시작했다. 구성원이 입은 옷이 어떤 시대상과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일은 역사를 기록하는 매우 가치 있는 부분이다. 그 자체로 공익적인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한다”라며 본 기사의 기획의도와 방향이 명확하다며 기사에 대해 잘못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여대생이 선호하는 의상을 기록·분석함으로써 사회상이나 주변 분위기를 보여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기사의 본질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악의적인 댓글에 대해서는 “기사가 포털에 노출돼 부정확한 정보가 가미됐고 사실과 다른 부분이 확대 재생산되는 과정에서 본사의 의견과 다른 방향으로 해석됐지만, 이 부분까지 통제할 수 없다. 도와줄 수 없어 안타깝다”라고 전했다.
 
또한, ‘몰카’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취재과정에서 은폐, 엄폐하지도 않았으며 불순한 목적으로 사진을 찍은 것이 아니다. 비록 동의를 구하지는 않았지만 위법할 만한 행동은 아니었다”라며 사과의 말없이 안타까워만 했다.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를 했거나 아예 싣지 않았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항에 따르면 “①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해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제1항의 촬영이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사후에 그 의사에 반해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영리를 목적으로 제1항의 촬영물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1호의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유포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명시돼있다.
 
대외협력실에 문의한 결과
이번 문제에 대해 총학생회장은 학교와 논의해 그 내용을 동감에 게시했다. 논의 결과, “취재 당시 신문사의 교내 촬영 요청에 대해서 거부했으나 학교 외부에서 학생을 촬영한 것은 명백히 ‘도촬’이다. 학교의 명예훼손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대외협력실을 통해 강하게 대응하겠다”라는 답변을 받았다며 총학생회 또한 학교 차원의 강한 대응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본사가 대외협력실에 확인한 결과, 학교 측에서 이 기사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대외협력실은 “기사 자체 내에 본교를 폄하하는 내용이 없어 학교가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사가 게시된 날에 기자에게 기사를 내려달라고 항의 전화를 했지만, 기사에 문제가 없어 유지할 것이라는 답변만 들었다”라며 사진이 찍힌 학우들이 모여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할 계획이라면 본 부서에 도움을 요청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개인이 준비하기 힘든 부분에 대해 충분히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기자는 ‘패션 온도차’라는 기획으로 연재형식의 기사를 내고 있었다. 첫 번째는 은행과 백화점 직원을 비교했고, 두 번째는 판교 IT업계와 광화문 사무직 직원을 비교했다. ‘업무 성격과 구성원이 공유하고 있는 가치관’이라는 타당한 기준을 가지고 옷차림을 비교·분석했던 이전 기사와는 달리 이번에는 학풍이나 학내 분위기가 아닌 남성의 유무로 여성만의 옷차림을 비교해 논란이 됐다. 게다가 이미 취재 전부터 다소 문제 소지가 있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기사를 기획했고, 취재 과정을 그 편협한 생각에 맞췄으며,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몰래카메라’까지 이용됐다. 학우에게 보낸 답신에서 밝힌 ‘분명한 기획의도나 방향’조차 이번 기사는 부합하지 않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논란이 커지자 한국일보는 지난 9일, 포털사이트에서 해당 기사를 삭제했다. 하지만 한국일보 홈페이지에 접속해 기사를 검색하면 여전히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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