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1일 보건복지부는 간호인력개편에 관련한 의료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입법예고 했다.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해 국민에게 더 많은 의료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목적은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러나 정작 개편안의 당사자인 간호사협회, 간호조무사협회는 반대 뜻을 보이고 있다.

간호사는 간호학을 전공해 국가시험에 합격한 후 면허를 취득하는 반면, 간호조무사는 간호특성화고등학교, 간호조무사학원 등에서 교육받은 뒤 국가자격시험을 통해 자격증을 받는다. 대한민국 의료법에서도 간호사만을 의료인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간호조무사는 간호보조와 진료보조를 업무로 둔다는 큰 차이점이 있다.

이번 개편안은 자세히 따져볼수록 불필요한 변경사항이 많다. 우선 첫 번째 변경 사항은 현재 간호 인력 2단계 상태(간호사·간호조무사)를 3단계로 나눠, 간호조무사를 1급 간호지원사와 2급 간호지원사로 분리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간호학원협회는 오히려 교육 연수가 늘어남에 따라 비용이 몇 배로 들기 때문에 간호조무사 자격을 취득하려는 사람이 줄어들 것에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실제 간호에 필요한 물품을 준비하고 병실의 정돈, 환자의 입·퇴원 절차 등을 수행하는 것이 간호조무사의 일이다. 말 그대로 단순 조무업무를 보는 직업에 시간과 돈을 배로 투자하게 하는 것이 인력을 늘리는 것에 정말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또한, 이러한 단순 업무를 1급, 2급 간호지원사로 나누는 것은 불필요한 서열화를 부를 뿐이다.

또 다른 변경 사항은 체계적인 역할 분담을 하고, 간호조무사 양성기관에 평가인증제도를 도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조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더욱 질 좋은 간호조무사 인력이 생성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두 직업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법적 근거가 부족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인력 확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된 일에 비해 적은 보수와 열약한 업무 환경은 많은 간호사에게 일할 능률을 떨어트린다. 여기에 간호지원사에게도 면허를 부여하고 보수교육을 의무화한다는 사항은 간호사를 위한 단독법이 존재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그들이 설 자리를 빼앗는 격이다.

간호인력개편안은 미숙한 이에게 의료 면허를 부여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직업 간의 경계를 흩트려 더욱 극심한 경쟁 구도로 몰아가고 있다. 부족한 인력을 채우려 한다면 개선된 업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리고 직업 간의 구분을 뚜렷이 할 수 있는 법안을 명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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