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한 지 어느덧 3주가 지났다. 15학번은 졸업을 위해 필수로 들어야 하는 교양수업이 다른 학년에 비해 많은 편이다. 본인은 이번 학기에 동덕인성교육을 포함해 필수교양강의를 세 개나 듣고 있다. 대학에 가면 듣고 싶은 수업을 학생이 선택해 들을 수 있다더니, 실상 졸업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수강하고 싶지 않은 강의를 의무적으로 들어야 한다는 게 불편했다. 선배에게 이러한 불만을 토로하자 한 학년만 버티면 좀 나아질 거라는 의미 없는 위로의 말이 돌아왔다.

사실, 필수교양 과목으로 ‘인성교육’이 개설됐다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부터 우려가 있었다. 교육을 통해 인성을 계발하겠다는 발상은 초·중·고등학교 정규교육과정에서 ‘도덕’이라는 교과목을 통해 특정 가치를 강요받았던 기억을 되살려줬기 때문이다. 내 기억 속의 도덕교육은 진정한 도덕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나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기보다는 마땅히 내면화해야 할 바람직한 규범을 일방적으로 제시하며 체제 순응형 인재를 양성하는 데 목적을 둔 교과목이었다.

동덕인성교육은 이전에 내가 받아왔던 도덕교육과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러한 교육은 앞으로 어떤 윤리관을 형성해나갈 것인지 학생 스스로 고민해볼 기회를 빼앗는다고 생각한다. 수업의 일환으로 인성교육교재를 비판적으로 읽는 시간을 가져볼 수도 있겠지만, 책에서는 이미 특정한 방향의 해답을 제시하고 있어 한계가 있다.

교양교직학부에서는 “동덕의 역사와 정신뿐만 아니라 신입생이 동덕여대 학생으로서 정체성을 찾고, 자부심을 느끼길 바라는 생각에서 특강이 마련됐다”는 말로 인성교육의 취지를 설명한다. 이는 인성교육 특강을 통해 학교 설립자인 춘강 조동식의 친일 행위를 미화한 것이 아니냐는 반발의 목소리가 있은 후 나온 답변이다. 그러나 지금, 학교가 학생의 요구와 필요를 충족시켜주지 못한다면 과거의 영광이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학교의 역사와 정신, 동덕여대 학생으로서의 정체성을 찾길 바란다는 교양교직학부의 입장은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포털 사이트에 학교 이름을 검색해보면 국내 최초로 여성학센터를 설립하고 여성리더 양육에 힘쓰는 등 여자학교의 강점을 살린 교육의 메카로 본교를 소개하는 기사와 게시물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난 학기 본교는 학생의 의사는 배제한 채 여성학 전공과정을 폐지한 바 있다. 하루라도 빨리 학교가 학생의 요구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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