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관점의 역사 교육 필요해

 “죄송합니다. 너무 늦게 왔습니다” <무한도전> ‘배달의 무도’ 특집으로 일본의 우토로 마을을 찾은 유재석은 강경남 할머니 앞에서 그렇게 말한 후 고개를 떨궜다. 우토로 마을. 이미 10년 전부터 민간단체에 의해 그곳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우리 동포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그 덕에 그곳에서 살아가는 우리네 동포들이 쫓겨날 위기에서 간신히 벗어나게 됐다.
 일제 강점기 당시 강제로 끌려간 우리 동포들은 그 곳에서 일본군을 위해 비행장을 만드는 일을 했다. 그러나 해방된 후 돌아오지 못하고 그곳에 터전을 꾸린 이들은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재개발로 인해 쫓겨날 위기까지 처했다. 그들은 민간단체에 의해 모아진 기부금과 우리 정부의 지원금으로 간신히 3분의 1 정도 되는 땅을 매입해 살아갈 수는 있게 됐다. 하지만 동포들은 우토로 마을의 역사적 의미들이 사라지는 것을 못내 안타까워했다.
 <무한도전>은 이 마을의 이야기에서 머물지 않고 최근 세계문화유산 등재로 논란이 되고 있는 하시마섬을 찾아 그곳에 강제노역에 시달리다 돌아오지 못한 동포들의 넋을 달랬다. 어린 나이에 징용돼 죽음에 이르기까지 지옥 같은 탄광에서 지내야 했던 우리 동포의 역사가 묻혀진 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그곳은 일본 근대화를 상징하는 관광지가 돼 있었다. <무한도전>은 역사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하시마섬을 두 차례나 방문해 그 실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알려줬다.
 사실 <무한도전>을 통해서나마 잊지 말아야 할 역사적 사실을 환기하고 있다는 건 우리네 역사 교육의 문제를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 역사 교육이 다양한 역사관을 보기보다는 하나의 정답을 찾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건 심각한 일이다. 하나의 정답을 찾는 역사관은 자칫 전체주의적인 역사 교육으로 흘러갈 수 있고, 지나치게 입시교육으로 맞춰져 가는 우리네 역사 교육은 결국 외면받게 될 것이다.
 실제로 역사가 ‘선택’과목이 된 지금, 입시 앞에서 이를 선택하는 학생은 그리 많지 않다. 다른 과목에 비해 암기해야 할 것들이 훨씬 더 많은 역사를 선택한다는 건 입시에 스스로 불이익을 감수하겠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나라의 역사를 모르는 학생들에게서 나라의 미래를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가 걸어갈 길도 우리가 걸어온 길의 연장선 위에 있어야 의미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역사 교육 문제의 또 다른 쟁점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 ‘국정 교과서 논란’이다. 역사를 국정 교과서화 한다는 것은 특정 이념의 입맛에 맞는 것들만 선별하겠다는 얘기처럼 들린다. 실제로 교학사 역사 교과서의 문제는 친일과 독재 미화 같은 심각한 역사의식의 부재를 드러냈던 바 있다. 좀 더 다양한 관점을 체득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역사 교육은 불가능한 일일까. 이에 대해 적어도 <무한도전>이 보여준 노력 정도라도 보일 수는 없는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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