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25년까지 약 18조 원을 들여 ‘미들급’ 한국형 전투기를 개발한다는 야심 찬 KF-X 사업이 큰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미국 정부가 핵심기술 이전을 거부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KF-X 사업은 현재 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KF-16과 기동성 면에선 유사하다. 하지만 탑재되는 레이더와 전자장비 등은 더 우수한 ‘미들급’ 전투기 120대를 국내 개발로 양산하는 것이 목적인 사업이다. 개발비(8조5천억 원)와 양산 비용(9조6천억 원)을 합해 총 18조1천억 원을 투입해 2025년 개발 완료, 2032년 전력화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올해 10월 기준으로 420여 대의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적정 전투기 보유 수준인 430여 대보다 10여 대가 부족하고, 북한 전투기 820여 대의 절반 수준이다. 비록 공중 전력지수 면에서는 우리 공군이 앞선다고 하지만 이런 전력 격차는 국가 안보의 큰 위협요인이다. 게다가 도입한 지 40년이 넘어서는 F-4, F-5 계열의 전투기가 2019년이 퇴역 시기이기 때문에 이후 160여 대가 급격하게 도태되면서 남북한 전투기 보유 격차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전투기인 하이급(F-35A급) 40여 대와 경공격기인 로우급(FA-50급) 60여 대가 도입되더라도 2020년 중반이면 310여 대에 불과해 여전히 110여 대가 부족하게 된다.

이 때문에 앞으로 발생하는 전투기 노후 및 부족분 대체 소요를 충당하기 위해 미들급(KF-16급 이상) 한국형 전투기 개발 사업인 KF-X 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이 사업은 1998년 필요성이 제기됐고, 2002년 11월 합동참모회의에서 장기사업으로 결정됐다. 이후 7차례 타당성 조사와 수십 차례의 세미나 개최 끝에 2014년 9월 추진 결정이 난만큼 고심 깊은 사업이다.

이 사업의 주관부처인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9월 정부 간 계약인 미국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록히드 마틴사가 만드는 차세대 전투기 F-35A 40대(약 7조3천억 원)를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5세대 전투기 또는 ‘하이급’ 전투기로 불리는 차세대 전투기 F-35A는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은폐기능, 즉 스텔스(Stealth) 기능이 핵심이다. 또한, 상대방을 더 빨리 탐지하고, 적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자체 방어할 수 있는 능력 등을 갖추고 있다.

애초 이러한 ‘하이급’ 차세대 전투기 도입과 ‘미들급’ 한국형 전투기 개발 사업인 KF-X 사업은 별개로 추진됐었다. 그러다가 작년에 차세대 전투기 도입 기종을 결정하면서 KF-X 사업에 필요한 기술을 절충교역(Offset trade) 방식에 의해 이전받기로 방침을 바꾼 것이다. 절충교역은 해외로부터 무기체계 구매 시 우리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이전받거나, 국산 부품을 제작 수출하는 형태의 연계무역을 말한다.

이러한 방침 변경에 따라 방위사업청은 록히드 마틴사와 KF-X 사업에 필요한 기술 25개 중 14억 달러(약 1조6천억 원)에 달하는 21개 기술을 이전받기로 했다. 그리고 다기능 위상배열 레이더(AESA), 적외선 탐색·추적장비(IRST), 전자광학 표적추적장비(EO TGP), 전자파 방해장비(RF Zammer) 등 나머지 4개의 최첨단 고난도 핵심기술은 미국 정부 승인을 받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올해 4월 미국 정부로부터 기술이전을 거부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방위사업청은 그동안 이를 숨기고 쉬쉬했다. 지난 10월 15일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도 우리의 조건부 기술이전 요청은 거듭 거부당했다. 그 대신 방산기술협력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그래서 이를 둘러싼 책임 소재와 향후 대처방안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사실 미국을 포함해 방위산업 선진국들은 첨단기술을 다른 나라에 절대 이전하지 않는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발명한 거북선 제작 기술을 중국에 알려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여기서 방위사업청이 이를 알면서도 포기해선 안 된다는 논리로 미국 정부의 결정 이전에 마치 기술이전이 확정된 것처럼 과장했고, 계속 말 바꾸기를 했다는 것이 문제다. 이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이번 사건으로 KF-X 사업이 중단된다면 전력 공백에 따른 국가 안보 위협은 심각한 상황에 부닥칠 것이다. 따라서 유럽 등 제3국과의 협력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KT-X 사업의 지연을 최대한 막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국방 핵심기술의 중요성을 깨닫고, 생존전략 차원에서 국가 안보와 직결된 독자적인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국내 연구역량을 총동원하는 등의 국가적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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