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2일 교육부가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대학가가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안녕들하십니까’ 이후로 한동안 대학가에 잠잠했던 대자보 열풍이 다시 일어났고, 각 지역에 있는 대학끼리 뭉쳐 반대 연명을 받았으며 심지어는 대학교수까지 들고일어났다. 본교에도 학우들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대자보를 붙였고, 학내 커뮤니티를 통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비쳤다. 지난 16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대학생 네트워크인 평화나비 네트워크는 전국 23곳의 대학에서 한국사 국정화 반대하는 피켓팅 퍼포먼스를 동시에 진행하기도 했다. 이 같은 대학생의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지금의 상황을 보며 유신 체제에 반대하는 대학생들이 운동을 벌였던 때가 떠오른다고 말하기도 한다. 우리나라가 과거로 회귀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염려에 그 당시의 상황에 빗대는 것 같기도 하지만, 어느 한 사안에 대해 전국의 대학생이 들고일어난 것이 드문 일이라 이런 얘기가 나온 것도 같다.

유신 체제에 반해 청년들이 거리로 뛰쳐나간 것처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처음으로 강력히 낸 것도 대학생들이었다. 많은 이들이 요즘 대학생들은 스펙 쌓기와 학업, 취업 준비에 치여 한국 사회가 돌아가는 것에 관심이 없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그런데 작금에 벌어지는 일들을 보라. 과연 이들이 한국 사회에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취업이 점점 어려워지고, 우리가 사는 곳을 ‘헬조선’이라 부르는 현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대학생들은 아직 깨어있었다.

어느 시대나 살아가기 힘들다고 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들은 지금이 제일 힘들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나 사회가 점점 마음의 여유를 갖기 힘든 상황으로 흘러가도 청년은 항상 부당한 것에 대해 맞서 싸우기도 하고, 목소리를 높이고, 행동으로 옮기고, 또 더 나은 대안을 제시했다.

포털사이트에 ‘국정화’라는 단어만 검색해도 교수들의 한국사 교과서 집필 거부 선언과 대학교 학생들의 반대 성명서 발표가 수두룩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깨어있는 지성들의 힘이 아닐까. 대학가가 깨어있을 때 우리 사회가 변화했듯이 오늘날도 이들이 오래오래 깨어있었으면. 그래서 끝내는 올바른 방향으로 한국 사회를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됐으면 하고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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