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부문 당선작
 
 
노을
 
 
박소영(경영 13)
 
 
 
 
사진 당선 소감
 
저물어 가는 저녁 하늘은 떠오르는 태양보다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저녁노을은 오늘 하루도 애써 일하신 부모님, 독서실에서 열심히 공부했을 동생,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누이. 우리의 등 뒤에서 말없이 우리의 노고를 빛내주기 때문입니다. 떠오르는 해가 하루의 힘찬 시작을 알린다면, 지는 노을은 우리를 조용히 다독여 울림 있는 하루의 마감을 돕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그래서 저녁 하늘을 찍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 사진은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부둣가에 앉아 하루를 마무리하며 찍었습니다. 저는 이탈리아에서 한 달 가까이 여행을 하며 ‘저녁이 있는 삶’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저녁 6시면 대부분 가게가 문을 닫고 온 가족이 저녁을 함께합니다. 야근과 야자 등에 치여 사는 우리네의 삶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어쩌면 우리의 노고를 덜어주는 것은 노을의 다독임보다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족한 실력으로 찍은 사진이지만 이 사진을 보는 분들께 지는 석양이 주는 위로를 함께 느끼고 싶습니다. 우리가 모두 ‘저녁이 있는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사진 심사평
 
은빛 물결을 옷 입은 바다는 고요하고 평온하다. 햇빛은 여전히 눈부시지만, 이제 곧 한결 농익은 석양의 빛깔로 뒤덮여갈 것이다. 땅에 가득한 외침들, 낮의 소란스러움, 선동의 몸부림들을 뒤로 한 채, 두 척의 배는 미끄러지듯 물살을 가른다. 배가 지나간 뒤로는 곧 사라질 흔적이 잠시의 기억처럼 수수하게 남는다. 빛은 물결과 포개어지며 마치 위로의 알파벳처럼 안식의 문장을 구성해낸다. 이 세계는 정녕 부드럽다. 조금도 격하거나 도도하지 않으면서, 깊은 평화가 영혼을 감싸도록 허용한다. 어머니의 복수(腹水)가 그러했을까! 그것이 아니고선 이 너르고 관대하고 허용적인 우주의 마음을 달리 어떻게 표현할까. 

그래, 바다는 모성(母性)일 거야! 그 앞에서 땅의 역사가 어질러놓은 것들이 치유되는. 바다 앞에서는 그렇듯 땅의 시간을 눌러대는 무게를 잠시 내려놓을 수 있어서 좋다. 존재는 분리로 인해 두려움에 떨었던 자아를 잠시 넘어서 볼 수 있다. 놀라운 경험이다. 끊임없이 그리고 본능적으로 영혼의 쉼을 찾는 우리에게는. 조셉 파이퍼(Josep Pieper)의 말처럼 “쉼이야말로 영혼의 조건”이니까.  

박소영이 포착한 <노을>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복잡하지 않다. 가던 걸음을 멈추고, 바다로 향했던 시선을 그저 잠시 그대로 내버려두어 보자는 것이다. 숨 막힐 만큼의 인지적 긴장이나 장엄한 초월성, 경이로움이 없다고 지나쳐버리기로 결정하기 전에 말이다. 그 은빛 물결의 이야기에 그저 귀를 기울이기만 하라는 것이다. 존재 본연에 대한 인식은 늘 그렇게 그저 그런 순간들을 타고 전해지는 것이므로.
심상용(예술대학 큐레이터학과) 교수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