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교육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확정했다. 전국의 학생은 이제 민간 출판사가 아닌 정부에서 만든 교과서로 역사를 배우게 된다. 이에 각 계층은 찬반으로 나뉘어 대립하기 시작했다. 찬반 대립 양상에 더욱 힘을 불어준 것은 교육부의 국정화 정책 추진 이유인 ‘편향’이다. 현재의 검정교과서가 북한을 옹호하는 입장으로 치우쳐서 중고등학생을 ‘종북화’시킬 위험이 있으니 국정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국정화를 지지하는 여당은 정부의 주장을 토대로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왜곡 논란과 비판이 거세져 얼마 지나지 않아 철수했지만, 여당은 여전히 검정교과서가 주체사상을 가르치고 있다면서 잘못된 편향성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중이다.
하지만 정부의 주장과 여당이 내건 현수막에서 논리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들은 ‘편향’을 막기 위해서 국정화를 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것이야말로 모순적이다. 국정화는 단 하나의 주체가 단 한권의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역사에 100% 객관적인 사실이란 없다. 단지 개인마다의 관점과 해석만이 있을 뿐이다. 단 한 권으로는 결코 해석의 다양성을 보존해줄 수 없다. 또, 정부의 시각이 균형적이고 객관적이라는 근거 역시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또 다른 편향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정부는 여러 전문가를 모아 통합된 의견을 넣으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만장일치로 의견을 통합하기란 불가능하며, 결국 특정 몇 명의 의견만이 투영될 것이다. 게다가 이번 국정교과서 대표집필자인 국사편찬위원회 김정배 위원장은 과거 독재·친일 미화로 논란이 됐다. 사실상 통합된 의견이란 게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
현재 60여 개 대학의 역사학과 교수 400여 명은 국정 역사 교과서 집필을 거부했다. 많은 여론 역시 국정화 추진에 반대한다. 그러나 정부는 지금도 국민의 의견을 듣지 않은 채 국정화 사업을 진행하는 중이다. 이미 예비비 44억 원이 편성했으며, 그 중 약 17억은 개발 및 편찬 명목으로 지출됐다. 통합과 합의라는 말과는 다르게 여론 수렴의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애초에 역사 해석의 다양성을 생각했을 때 ‘올바른’ 교과서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올바르지 못한’ 교과서는 있을 수 있다. 검정교과서에 잘못된 점이 있다면 그것을 수정하고 보완해 바로 잡으면 된다. 굳이 억지로 국정화를 추진하는 정부의 진짜 의도가 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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