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월은 학생회 선거로 전국의 대학이 시끌시끌해지는 시기다. 내년을 이끌어갈 학생의 대표를 선출하는 달이기 때문에 학생들은 어떤 사람이 선본으로 나왔는지 공약을 살펴보고 자신의 권리를 어떻게 행사해야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지 고민해보는 때다. 우리 대학도 11월마다 총학생회 입후보 선본 및 각 단대 입후보 선본의 유세로 곳곳에 포스터나 리플렛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유독 조용했다. 학생들 사이에서 ‘왜 유세하는 모습을 볼 수가 없느냐’라는 물음이 돌았지만, 그 누구도 답해주지 않았다.

투표일이 일주일 정도 남았을 때 학교가 비로소 시끄러워졌다. 입후보 선본들의 유세 때문이 아니었다. 익명의 학우가 붙인 대자보 때문이었다. 학교의 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했고 이것은 일파만파로 학내에 퍼져나갔다. 익명의 학우는 학교가 어용 총학을 세우려는 것 아니냐고 추측했고, 총학생회 입후보 선본 측은 학교와 접촉한 사실이 없다고 했으며 학생처장은 익명의 학우에게 총학생회장 후보로 등록하라고 제안한 것은 맞다고 시인했다. 이에 학생들은 학생자치를 걱정했다. 다들 이게 무슨 일이냐고 수군거렸지만, 이렇다 할 입장이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자 여론은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을 보고 그동안 본교 학생회 선거에 어떠한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타 대학을 보면 후보 ‘공청회’가 열리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그것이 단일 선본이라 해도 말이다. 공청회를 통해서 학생들은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알고 공약에 대한 의문을 풀 수 있다. 또 선본이 답한 것을 보며 어디에 투표해야 할지 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우리 대학은 포스터나 선본의 유세로밖에 그들을 알지 못한다. 유세가 없다면 후보자에 대한 정보조차 접할 수 없는 것이다. 본교의 학생회 선거는 유권자인 학생에게 매우 불친절한 시스템이라고 말할 수 있다. 10일 사건이 터진 날 선관위회의가 비공개로 열린 것도 마찬가지다. 회의는 대자보를 붙인 학우와 총학생회 입후보 선본의 입장을 듣는 것이 주를 이뤘고, 이 때문에 많은 학생이 촉각을 곤두세워 그들의 생각을 알고 싶어 했다. 후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속기록을 공개하긴 했지만, 이것으로 학생의 모든 의문이 풀릴 순 없었다. 다소 폐쇄적이라고 할 수 있는 선관위가 앞으로 개선돼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또한, 학생들도 학생자치에 지속적인 관심을 두고 유권자로서 행할 수 있는 권리를 당당히 요구하길 바란다. 학생의 대표를 뽑는 일 년에 한 번 있는 선거인만큼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지 중선관위 측에 말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더욱 성숙한 학생자치가 될 수 있도록 모든 구성원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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