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택시>

자유를 억압하는 이란을 드러내다
소정 : 기승전결이 없는 영화는 정말 오랜만이었어. 큰 사건이 있다기보다는 이란 사회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는 느낌이었어. 또 감독이 택시 운전사로 등장해 사람들을 촬영한 것도 신선했어. 감독이 택시 운전사니까 승객에게 말을 걸거나 질문을 받곤 했는데, 이들의 대화만으로도 이란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더라고.

신후 :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그 점을 노린 것 같기도 해. 처음에 택시에 탑승했던 승객은 도난장치 전문가와 교사였는데, 이 둘이 타이어 도둑의 처벌에 대해 나눴던 대화가 참 인상 깊었어. 전문가가 도둑을 일벌백계, 즉 사형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말하잖아. 그들에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주장하는 교사에게 ‘아직 사회를 잘 모르시는구먼’이라고 비난하고 말이야. 이를 보고 이란 사회가 생명을 경시하는 분위기라고 느꼈어.

소정 : 타이어 도둑에게 사형이라니! 감독의 오랜 친구도 강도를 만나 폭행을 당하고 돈을 빼앗겼지만, 강도가 자신의 지인이란 사실을 알고 고민에 빠졌잖아. 이러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사형 선고를 받았다는 뉴스를 접한 데다 지인의 궁핍한 삶을 알고 있던 터라 신고조차 하지 못했다고 했어. 자신이 당한 고통은 컸지만, 범인에게 가혹한 처벌을 내리는 사회 분위기를 알기에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한 것을 보며 사회가 국민을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지.

신후 : 여성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야. 아내는 남편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다는 법이 존재하고 있잖아. 스포츠 경기도 관람할 수 없고. 여성에 대한 성차별이 만연하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어. 또 여권 신장을 위해 이란의 인권 변호사가 활발히 활동했지만, 같은 변호사조차 이에 대해 동의하지 않잖아. 이 현실이 너무 답답했어.

소정 : 사회 분위기를 숨기려는 정부의 의도도 영화에서 드러나더라. 감독의 조카가 단편영화를 찍으려고 영화 선생님에게 배운 촬영 지침을 삼촌에게 읊어주잖아. 그 지침 속에 배포할 수 없는 영화, 즉 사회의 문제를 보여주는 것이라면 촬영하지 말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정부가 어린이에게조차 표현의 자유, 창작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걸 알 수 있었어. 내용을 듣는 감독이 씁쓸한 웃음을 짓는 걸 보고 감독 또한 억압당하고 있다는 걸 알겠더라고.

감독도 억압받고 있었다
신후 : 감독에 대한 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자세히 알아보니 어려운 환경 속에서 영화를 만들고 있더라. 그간 감독이 촬영한 영화를 살펴보니 주로 여성 인권의 문제점과 국민을 억압하는 이란 사회의 부조리를 다룬 영화가 많더라고. 이 때문에 감독은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이슬람공화국에 반대하는 내용을 선전한 혐의로 반체제 인사로 분류돼 20년간 영화 제작과 해외출국을 금지당했지.

소정 : 그런 역경 상황 속에서 그는 ‘택시’라는 영화를 만들어냈구나. 그러고 보니 카메라가 택시 안에만 있었네. 왠지 감독의 상황과 비슷해 보여. 감독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지만 사회에 관심을 가졌듯이, 카메라도 택시 안에서 이란 사회를 충분히 담아냈고 결국 감독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알렸지.

신후 : 이란에서는 상영 금지가 돼 정작 자국민은 감독의 영화를 단 한 명도 보지 못했지만, 세상은 감독의 손을 들어줬지. 이란은 추악한 리얼리즘을 담아내는 것을 금지하고 있어. 그렇지만 택시는 오히려 추악한 리얼리즘을 드러내 올해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했어.

소정 : 마지막에 “하던 일을 해요. 그게 더 중요하죠!”라고 말한 인권 변호사가 기억에 남아. 촬영을 하지 못하는 감독에게 이 말이 얼마나 응원이 됐을까. 아직은 차가운 이란의 현실을 감독과 같은 사람의 노력과 응원이 모여 따뜻하게 녹여주길 바라.
 

이신후 기자 sinoo__@naver.com
이소정 기자 gisele_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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