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주회 시작 전 입간판 옆에서 공연사진을 찍었다

최근 2015 제17회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우승하면서 한국에는 클래식 열풍이 불고 있다. 그의 연주 실황 음반 5만 장이 발매 1주일 만에 품절되는 등 클래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자도 이런 열풍을 직접 체험해보기 위해 연주회 관람기를 기획했다.

클래식 연주회를 관람하기 위해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연주회 일정을 찾아봤다. 그러던 중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베토벤 교향곡 5번인 ‘운명 교향곡’을 선보이는 연주회를 발견했다. 오스모 벤스케라는 핀란드 지휘자가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을 이끈다는 소개말을 보고 기대감이 생겨 ‘오스모 벤스케의 베토벤 교향곡 5번’을 예매했다.

지난 13일 5시 30분, 연주회 시작 시각인 8시보다 여유를 갖고 예술의 전당에 도착했다. 이곳은 비 오는 날임에도 연주회를 관람하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한편 연주자가 생각하는 클래식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서울시향 호른 단원 세르게이 아키모프(31)씨를 만났다. 그에게 현재 클래식 열풍에 관한 생각을 물었다. 세르게이 씨는 “사실 클래식 열풍이 불기 전부터 관계자들과 연주자의 노력은 계속 있었어요. 서울시향을 예로 들면 현대음악 시리즈를 기획하고 무료음악회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관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했죠”라고 답했다. 덧붙여 “조성진의 우승으로 생겨난 클래식을 향한 대중의 관심이 금방 가라앉지 않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연주회는 ‘포횰라의 딸’, ‘클라리넷 협주곡’, ‘교향곡 5번 C단조’ 총 세 곡으로 이뤄졌다. 전날 익숙하지 않은 클래식 음악을 잘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돼 미리 유튜브로 곡을 들었다. 첫 번째 곡은 얀 시벨리우스가 1906년에 발표한 ‘포횰라의 딸’이었는데, 이 곡은 세 곡 중에서 가장 잔잔한 분위기라 졸음이 몰려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연주회 동안 가장 정신을 차려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 긴장했는데 막상 들으니 몽환적인 느낌이었다. 실제로 이 곡은 특유의 환상적 색채로 인해 작곡가가 남긴 관현악곡 중에서도 자주 무대에 오른다고 한다.

두 번째 곡은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핀란드 작곡가 키모 하클라가 2001년 작곡한 ‘클라리넷 협주곡’이었다. 이 곡은 세르게이 씨가 사전 인터뷰에서 연주 중 재밌는 요소가 있으니 주목하라고 일러주기도 했다. 클라리넷 협연자는 현대음악 연주자로 인정받고 있는 카리 크리쿠였다. 발로 바닥을 살짝 두드리며 클라리넷을 불던 그는 곡 중간에 현란한 솜씨로 탭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그의 모습은 마치 투우사를 연상하게 했는데, 어딘가 코믹한 부분이 있어 숨소리도 들리지 않던 공연장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어 곡의 분위기가 갑자기 집시음악으로 바뀌며 젬베 연주가 경쾌하게 흘러나왔다. 이 때문인지 이전에 살짝 몰려왔던 졸음이 모두 달아났다. 그리고 다시 잔잔한 흐름이 이어지던 중 연주자는 클라리넷으로 여러 새의 울음소리를 흉내 냄으로써 관객에게 다시 한 번 큰 웃음을 선사했다.

마지막 곡은 루트비히 판 베토벤이 1808년에 작곡한 ‘교향곡 5번 C단조’였다. 우리에게 비교적 익숙한 운명 교향곡을 직접 들을 수 있어 이 연주회를 선택한 것이라 기대가 컸다. 매번 앞의 부분만 짧게 듣는 것이 전부였는데 실제로 연주를 들으니 기승전결 구조가 확실한 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세르게이 씨의 조언처럼 교향곡에서 C단조에서 C장조로 끝나는 차이를 어렴풋이 느꼈던 때였다. 처음 C단조로 시작되는 부분은 무거운 느낌이라 베토벤의 시련이 표현된 듯했다. 그러나 마지막 부분에서 C장조의 밝은 분위기는 시련의 극복을 표현한 것 같아 가장 인상적인 부분으로 남았다.

연주가 끝난 후에는 공연을 관람한 임수진(31) 씨에게 클래식에 관한 몇 가지 질문을 했다. 공연을 관람하게 된 이유를 묻자 평소에 클래식에 관심이 많다는 그녀는 오늘 공연은 지휘자가 베토벤 교향곡 전곡 음반을 녹음하는 과정에서 호평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보러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최근의 클래식 열풍에 대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클래식이 현대인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이런 열풍은 좋은 현상이죠”라고 덧붙였다.

음악적 지식이 많지 않아도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한국에 불어온 클래식 열풍을 느끼기 위해 관람했던 이번 연주는 그동안 짧게 들어왔던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는다는 것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이렇게 나의 첫 번째 클래식 공연은 잊을 수 없는 감동으로 남았다.


글 문아영 수습기자 dkdud4729@naver.com
사진 최예리 기자 sharply_cho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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