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1월 국내 개봉된 <이터널 선샤인>이 10년 만에 재개봉 됐다. 다시 만난 이터널 선샤인은 2005년  당시보다 더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개봉 첫 주 108개 스크린에서 4만7천여명을 동원하며 8위에서 4위로 올라섰다. 13일에는 ‘마션’을 누르고 3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관람객 증가에 따라 상영관 7곳이 더 늘면서 2005년 개봉 당시 흥행 기록인 17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2013년 <러브레터>가 재개봉을 한 이후, 이전에 개봉된 영화를 본격적으로 재상영하기 시작했다. 고전 명작,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가 재개봉 후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올해 5월에 재개봉한 <말할 수 없는 비밀>은 5만70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2008년 10만명의 관객 수를 기록했던 이 영화가 1/2이 넘는 관객을 다시 극장으로 불러낸 것이다. 이처럼 재개봉 영화의 문화적, 상업적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

재개봉 열풍은 추억을 타고
   <이터널 선샤인> 재개봉 첫 주 극장을 찾은 이 모 씨(25)는 “고등학교 때 봤던 영화가 재개봉한다는 소식에 달려왔다. 첫 개봉 했을 때는 영화관에서 보지 못하고 TV로 접했다. 그때도 기억에 남는 영화였지만, 영화관에서 보는 느낌은 또 달랐다. 또 당시에는 판타지 설정이 낯설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해하기도 편했다”라고 관람한 소감을 밝혔다.
   이처럼 재개봉 영화는 시기를 놓쳐서 보지 못했던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그 시대로 돌아가듯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단순히 말하자면 예전에 감명 깊게 봤던 영화를 다시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처음 봤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는 것도 재미를 더하는 요소다.
그렇다면 극장가에서 재개봉 마케팅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관이나 제작사 입장에서는 홍보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이미 관객이 알고 있는 영화고, 입소문까지 더해져 마케팅 비용이 신작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 오래된 필름을 디지털로 변환하는 작업(리마스터링)도 100분당 2천만 원으로 많은 돈이 들지 않는다. 이미 극장가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많은 관객을 동원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자리 잡은 것이다
   영화 <빽 투 더 퓨쳐>, <아마데우스>를 비롯한 30여 편이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에 재개봉 됐다. <공동경비구역 JSA>, <마당을 나온 암탉>, <도가니> 등 한국 영화도 재개봉 마케팅에 뛰어들고 있다. 이렇게 고전 명작이 줄이어 개봉하면서 중장년층 관람객 또한 많이 찾고 있다. 또 소문으로만 들었던 예전 작품을 영화관에서 직접 보려는 젊은 층도 몰려들면서 열풍은 심화됐다. 이달 26일 재개봉하는 <영웅본색>은 그 열기를 더 할 것으로 보인다. 재개봉 영화는 신작만큼 상영 기간이 길지 않고 만나볼 수 있는 영화관의 수도 적지만, 극장가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좋은 영화는 관객이 먼저 찾는다
   조금 특별한 재개봉 사례도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개봉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호평에도 불구하고 상영관을 확보하지 못해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관객의 응원에 힘입어 약 2달 만에 재개봉했다. SNS를 통한 상영관 확대 요청부터 포털사이트를 통한 청원 운동, 유명인과 일반 관객들의 자발적 대관 릴레이까지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누적 관객 수는 26만4555명에 불과했지만, 좋은 영화는 관객이 먼저 찾는다는 말을 증명한 셈이다.
   명작에 흥행 여부라는 요소를 무시할 수 없지만, 대중의 삶 속에서 회자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그래서 개봉 당시에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고 꼭 좋은 영화가 아니며, 흥하지 못했더라도 실패한 영화가 아니다. 영화가 흥행했든 아니든 누구에게나 각기 다른 인생 최고의 영화가 있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재개봉 시장은 또 다른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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