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부터 국제 콩쿠르의 결선에 올라간 한국인은 300여 명이고, 우승한 한국인은 70명이 넘는다. 그러나 한국에 대단한 클래식 음악가가 많이 존재하는 것과는 다르게 지난해 ‘인터파크’ 공연 매출에서 클래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3.6%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청중에게 클래식이란 어떤 음악으로 다가가고 있는 걸까. 학보사는 본교에서 음악을 전공하는 학우를 초대해 클래식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나눠봤다.


음악 전공생들은 보통 어떤 음악을 즐겨 듣나요. 또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기준이 따로 있는지
아름 : 저는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고 많이 들어요. 그런데 좋은 음악에 대한 기준을 따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아요. ‘클래식 명곡 100선’이라도 자신이 들었을 때 별로면 ‘좋은 음악’이라고 할 수 없으니까요.
지연 : 클래식을 배우는 입장이지만, 다양한 음악을 많이 접하려고 해요. 하지만 제 선곡 리스트에는 비슷하다고 느낄 수 있는 대중가요나 후크송은 거의 없어요. 제 나름대로 ‘좋은 음악’은 작곡자가 음 하나부터 제목 하나까지 공들여 만든 음악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죠.
다현 : 저는 성악과인데 목소리가 없는 연주곡을 즐겨 들어요. 제가 할 수 없는 부분이라서 더 흥미가 있거든요. (웃음)

클래식 음악만의 특별한 매력이 있다면
지연 : 저는 깊은 고찰이 담긴 음악을 좋아해요. 고전 클래식은 짧은 곡이라 할지라도 작곡가가 오랜 기간에 걸쳐 완성한 곡이 많아요. 그런 곡을 연주하게 되면 저도 작곡가만큼이나 깊은 고심을 하게 되죠.
아름 : 성악곡을 제외하면 클래식 음악에는 가사가 없잖아요. 그런데도 작곡가가 뭘 말하고 싶은 건지 느낄 수 있어요. 보통 그 곡을 쓰는데 다 배경이 있거든요. 클래식에는 가사가 없는데도 청자가 웃고 울 수 있는 특별함이 있는 거죠.
다현 : 제가 생각하는 클래식의 매력은 울림이에요. 클래식 연주회나 공연을 가보면 다른 대중가요 공연처럼 마이크나 앰프(증폭기)를 쓰지 않아요. 클래식 음악은 기계를 안 쓰고 그 곳 홀의 울림만으로 소리를 내는 거라서 악기 본연의 소리를 들 수 있고 성악도 마찬가지에요.

클래식 음악이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아름 : 편견은 아닐 거예요. 저희도 관심이 없는 클래식 들으면 지루하거든요. (웃음) 하지만 그건 어떤 음악이든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관심 없는 노래는 지루하고, 별로라고 생각하잖아요. 결국, 얼마나 관심을 가지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고 봐요.
다현 : 어떻게 보면 음악 전공자가 아닌 사람이 더 클래식에 접근하기 쉬울 수 있어요. 전공자는 오히려 음악 자체를 즐기기 보다는 학문적인 측면으로 따지게 되니까 거슬리는 부분이 생기거든요. 그래서 청중에게 클래식은 어려운 음악이라기보다 잘 안 들어봐서 어색한 음악이 아닐까 생각해요.

현재 한국에서 클래식 음악은 어느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나요
아름 : 아무래도 유럽에 비해서는 아직 낮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해요. 조성진 씨로 인해 클래식이 다시금 인기와 관심을 얻고 있지만, 오래가지는 않을 것 같아요.
다현 : 공감해요. 조성진 씨만 매스컴을 타게 되면 그분만 유명해질 것 같아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클래식 음악의 위치를 바꿔줄 것 같지는 않네요.
지연 : 아무래도 클래식의 뿌리는 서양이잖아요. 그러다보니 외국에서 전통성 있는 연주자는 물론이고 훌륭한 청중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죠. 또 유럽의 정서로 만들어진 음악이라 서양 클래식 시장이 넓은 것 같아요. 굳이 유명한 연주자가 아니더라도 표가 잘 팔리거든요. 우리나라에는 그 정서가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봐요.

‘퓨전 클래식’을 알고 있나요. 클래식 음악이 지속적인 관심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지연 : ‘퓨전 클래식’은 사람들이 클래식에 조금이라도 더 익숙해지도록 노력한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전통 악기와 전자 악기는 음역대가 달라서 함께 좋은 음악을 만든다는 게 쉽지 않거든요. 퓨전의 시도는 좋지만 연주자는 새로운 음악이 탄생시키는 데에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죠.
아름 : 창작은 자유지만, 이름에서부터 ‘옛날 것’이란 고유성이 들어나는 클래식을 함부로 건드리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클래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들으면 저게 클래식인가? 라고 느낄 수도 있고요.
다현 : 공연을 눈으로 직접 관람하는 게 클래식에 관심을 갖는 제일 좋은 방법이에요. 국가적 차원에서 공연관람 기회를 늘려야 지속적인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글 이지은 수습기자 unmethink@naver.com
사진 문아영 수습기자 dkdud47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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