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은

국가 간 상호의존이 심화된 시대에 각 나라들이 경제 불확실성을 이겨내는 데에 크게 3가지 방안이 있다. 첫 번째는 자유무역협정(FTA)이다. 특정 국가와의 양자 협정을 통해 시장에서 생존하거나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이다. 두 번째는 유럽연합(EU)이나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이다. 특정 지역 내 다수의 국가가 경제블록을 만드는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세계무역기구(WTO)출범이나 WTO가 주도하는 도하개발어젠다(DDA) 등이다. 전 지구적 차원에서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이 3가지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방안이 등장했다. 두 개의 국가가 참여하는 전통적인 FTA에 더 많은 국가가 참여하게 된 형태다. 이를 ‘FTA 다자화’ 또는 ‘메가 FTA’라고 부른다. 그리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바로 가장 먼저 현실로 등장한 메가 FTA다. 2005년 6월 싱가포르, 뉴질랜드, 칠레 그리고 브루나이 4개국 체제로 시작해, TPP에는 호주, 페루, 베트남, 말레이시아, 멕시코, 캐나다 등이 참여했다. 2008년 미국이 들어와 판을 키웠고 2013년에 일본이 마지막으로 들어왔다. TPP에 참여한 각 나라는 지난달 협정을 타결했고 지난 5일에 협정문을 공개했다. 각국의 최종 확인·동의하는 절차가 빨리 마무리되면 2016년 연말쯤 공식 출범한다.
여러 나라가 참여하면서 TPP는 세계 인구의 11.4%, 세계 GDP의 36.8%, 세계교역의 25.3%를 포괄할 정도로 거대한 규모의 협정이 됐다. 우리나라는 이런 거대한 협정의 창립 회원국이 되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출범이 벌써 가시권에 들어올 정도로 신속히 진행됐다는 점에서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큰 틀에서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경제대국인 중국도 TPP에서 제외돼있다는 사실이다. TPP는 결국 미국이 주도하는 오바마 행정부 ‘재균형 (Re-balancing)정책’의 경제 버전일 것이다. 이것은 중동과 유럽에 집중했던 미국의 힘을 아시아로 다시 보내 리더십을 유지한다는 전략으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정책이다. 정치·군사적 측면의 견제가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인 사드(THAAD)배치라고 한다면 경제적 측면은 TPP인 셈이다. 일본이 TPP에 참여한 것도 미국의 영향력을 활용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중국도 맞불을 놓기 시작했다. 그 핵심이 바로 2012년 협상이 개시된 역내 포괄적경제동반자 협정(RCEP)이다. 중국은 RCEP를 TPP에 버금가는 대항군으로 신속히 출범시킬 예정이다. RCEP도 아세안 10개국에 한중일 3개국 그리고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16개국이 가담한 메가 FTA이다. RCEP가 출범하면 무려 34억 명의 역내 인구를 포괄할 뿐만 아니라 교역규모도 29%로 TPP(25.3%)보다 높다. 결국 동아시아에서 이미 출범할 예정인 TPP와 떠오르고 있는 RCEP가 미국, 중국을 업고 거대한 메가 FTA 대립 구도로 변해가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미 2013년 6월 발표한 ‘신통상 로드맵’에서 “동아시아 지역경제 통합을 둘러싼 미-중간의 주도권 경쟁 등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정부는 경제 불확실성에 대해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경제권과 미국이 주도하는 아시아태평양 경제권을 연결하는 핵심축(Linchpin)의 역할을 하겠다”라는 대응책을 내놓았다. 문제는 과연 우리 정부가 그럴 정도의 국력이나 역량이 있는 지다. 결국 박근혜 정부는 TPP가입을 적극 모색키로 정책을 전환했지만, 창립 회원국이 아니어서 기회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 어려운 점은 쌀 시장 개방이다. 양자 간 FTA 체결과정에서는 그나마 양허(WTO 체제 내에서 다른 회원국에 대한 약속)대상에서 쌀을 제외할 수 있었지만, TPP는 다르다. 이 때문에 농민단체들은 정부의 TPP가입 추진을 결사반대하고 있다. 한국경제는 다시 TPP를 둘러싼 거대한 경제 파도의 도전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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