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통계에 따른 현상 분석 - ① 한국 근로자의 노동 생산성

  지난해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쓰인 단어를 뽑으라면 ‘헬조선’이 빠질 수 없다. 처음에는 젊은 세대만의 은어로 취급받았지만, 대한민국을 지옥 같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어느새 사회 전반적인 세태를 드러내는 단어가 됐다.
  ‘헬조선’이라는 단어의 근거는 대부분 경제협력개발기구(이하 OECD) 통계에서 비롯된다. 우리나라가 매년 각 분야에서 부정적인 순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OECD 통계는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만큼은 ‘헬’인가 아닌가를 나눌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본지는 이번 470호부터 OECD 순위를 통해 우리 사회가 ‘지옥’이 된 이유를 제시하고, 나아가 해결방안까지 제시해보려 한다.
  첫 번째로 다룰 OECD 통계 분야는 ‘노동생산성’이다. 한국생산성본부가 2013년 OECD에 가입된 34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을 분석·비교한 결과 한국은 29.9달러로 25위에 올랐다. 반면, OECD 전체 가입국 평균은 40.5달러로 우리나라는 이에 훨씬 못 미치고 있었다. 전문가는 그 이유로 한국의 노동시간이 지나치게 긴 것을 꼽는다.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은 OECD 가입국 중 두 번째로 길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연구실장은 “근로시간이 길면 생산성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같은 시간을 일해도 급여가 적다”라고 말했다.
  한국은 당사자와의 협의가 있지 않는 이상 정해진 법정 근로시간이 1일 8시간이다. 본교 행정 직원과 조교의 근로시간 역시 점심식사 시간을 제외하면 8시간이다. 하지만 학교 안에는 그 시간보다 더 오래 일해야 하거나 쫓기듯 활용해야 하는 직원도 있다. 그 실상을 알아보기 위해 우리 학교 경비원과 청소 노동자를 만나 그들의 하루를 밀착 취재했다. 이들은 근무 시간동안 높은 노동생산성을 보일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하고 있을까.
  우리 학교 경비원은 24시간동안 근무하며 A조와 B조로 나눠져 하루를 기준으로 교대한다. 한 조당 5명의 경비원이 있으며 반장 한명을 제외하고 다시 2인 1조로 인원을 나눈다. 두 시간마다 교대로 순찰업무를 나가야하며 그들이 자리를 비운 동안 다른 두 인원은 수위실로 걸려오는 수많은 요구 전화에 응답해야 한다.
경비원이 가장 바쁜 시간은 아침이다. 출근하는 교직원과 등교하는 학생이 몰려오는 와중에 많은 차량을 통제해야 해 교문 앞이 인산인해이기 때문이다. 졸업식이나 입시 때는 특히 심하다. A조는 당일 근무를 해도, 다음날 행사가 있다면 하루 더 남아 B조와 합동근무를 해야 한다. 물론 학교에서 특근비가 지급된다. 그러나 한 경비원은 “그 금액보다 휴식이 더 필요하다. 그저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경비원의 주된 업무는 학생의 안전을 지키고 차량이나 화재를 관리하는 정도다. 하지만 실제로는 여기서 10가지 이상의 일을 더 한다. CCTV 관리도 전담 부서가 있어야 하지만 경비원이 하고 있으며 각종 우편물 정리부터 현수막 관리, 잠긴 강의실을 열어주러 가는 등까지 계약서 상 없는 잡다한 일까지 해내야 한다.
또한, 인원을 더 늘이면 되지 않냐는 질문에 “그러려면 적어도 A, B, C조로 3교대가 필요한데 재정 상 학교가 추가 인원을 고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휴식시간이라도 더 늘어나면 좋겠지만, 임금이 떨어질 테니 결국 요구하지 않게 된다”라며 씁쓸함을 드러냈다.
  한편, 청소 노동자의 상황은 어떨까. 그들의 지정 근무 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이고 그중 12시부터 1시까지 휴식 시간을 가져 총 8시간이다. 인원은 총 43명으로 남성 근로자는 주로 건물 외부, 여자는 건물 내에서 일하게 되며 각 건물마다 담당이 지정돼 있다.
  그러나 그들 역시 녹록치 않은 환경에 처해 있다. 기자와 만난 한 근로자는 “청소에 필요한 충분한 도구를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라며 근무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학생이 없는 방학 중에 진행하는 건물 대청소와 평소 화장실 바닥 청소를 위해서는 특정 비눗물 약과 왁스가 필요하다. 하지만 학교 측이 재정적 이유로 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아 학내 구성원이 청결하게 느낄 만큼 청소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다.
게다가 근로자 수도 턱없이 부족하다. 본교의 경우 특히 약학대 건물은 강의실 수가 많은데다 승강기가 없기 때문에 지금 배정된 인원으로는 무거운 쓰레기를 들고 이동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다. 또한, 다목적종합관이 완공되면 추가 배당이 필요한데 인원을 충당할 계획이 없어 더욱 막막한 상황이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 학교는 교내 나무 관리를 맡을 원예사가 없기 때문에 청소 노동자의 일이 아닌데도 죽은 풀을 뽑아내는 일까지 해내야 한다. 이런 상황 때문에 그들의 노동 시간은 효율적으로 이용될 수 없다. 게다가, 학기 중에는 학생들이 등교하기 전에 모든 강의실의 청소가 이뤄져야하기 때문에 사실상 근무는 오전 6시부터 시작된다. 결국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시간은 8시간이지만 실질적인 근무 시간은 9시간인 것이다.
  이처럼 근로자들은 비효율적인 시스템 안에서 업무를 해내야 했다. 한국노동연구원 김승택 본부장은 우리나라의 시간당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선진국보다 시설·장비·업무환경 투자가 부족한 데다 오래 일하는 게 습관이 돼 업무 집중력이 낮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한다. 더 나은 관리시스템과 자원 투자로서 발전을 해나가야 하는 것이지 인건비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해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이러한 생각이 부족하다.
  노동생산성을 단순히 몇 가지의 잣대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충분한 자본 투입과 효과적인 분업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합당하고 충분한 방죽을 제공해줘야만 개구리가 그곳에 편안하게 머물 수 있다. 경비원과 청소노동자의 사례가 이를 여실히 증명해주지 않는가.
 

강연희 기자 yhadella@naver.com
이지은 기자 unmethin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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