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 바이러스

 

  최근 중남미 지역에서 지카 바이러스(Zika virus) 감염증이 유행하며 다시금 세계가 질병의 두려움에 떨고 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숲 모기에게 물리면 잠복기를 지나 발열, 발진, 관절통, 근육통의 증상을 보인다. 특히 임산부가 감염될 경우 신생아 소두증을 유발해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국내에 유입되지는 않았지만 그 전에 미리 지카 바이러스에 대해 잘 알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정해관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카 바이러스로 인한 증상은 어떤 것이 있나
  이 바이러스는 ‘플라비 바이러스’ 과에 속하는 것으로 고열, 발진, 뇌염과 같은 심한 신경질환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고 치사율이 높다. 다행히 지카 바이러스는 ‘플라비’ 과 중 가장 증상이 가벼운 편에 속하지만, 감염 시 갑작스러운 발열과 함께 관절통, 근육통, 결막염, 두통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고 홍역이나 풍진에서 보는 것과 같은 전신 발진을 겪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은 지카 바이러스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므로 이것만으로 진단할 수는 없고 바이러스 유행 지역을 다녀온 여행력, 가족력과 모기에 물린 적이 있는지 등을 확인한 후 혈청검사를 통해 확진된다.
 

 왜 ‘흰줄 숲 모기’가 이와 같은 바이러스를 퍼트리게 된 것인가
  모기는 각종 질환을 옮기는 데 효과적인 매개체다. 다만 모기의 경우 감염된 사람을 물었다고 바로 다음에 물린 사람을 감염시키는 것이 아니다. 모기가 감염된 사람의 피를 빨아들인 후 자신이 감염되고, 몸속에서 바이러스가 증식해 다시 모기의 침샘으로 가서 대기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즉, 모기도 스스로 환자가 돼야 바이러스를 전파 시킬 수 있는 셈이다. 
 

 모기 외에 다른 방법으로 확산될 수 있나
 최근 보고에 의하면, 성관계 또는 수혈을 통한 전파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경로를 통한 전파는 매우 특수한 경우에 일어나므로 일상생활을 통해 전파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임산부 혹은 예비 임산부에게만 위험한 질병인가
 임산부가 감염될 경우 증상이 가볍다 할지라도 태아처럼 발달 과정에 있는 취약한 대상에게는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가질 수 있는 소뇌증의 문제는 최근부터 의심하기 시작했다. 소두증은 뇌의 발육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를 말하는데, 사람으로서 지능과 삶의 유지를 위한 기본적인 신경기능이 발달되지 않아 정상적인 삶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힘들다. 심하면 조기 사망에 이르거나 평생 심한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
 

 왜 특히 가임기 여성에게 취약한 것인가
 정상적인 면역체계와 방어체계가 갖추어진 소아나 성인에서는 심한 손상을 끼치지 못하는 바이러스도 태반을 통과할 수 있을 경우 태아에게는 치명적인 손상을 끼칠 수 있다. 태아는 태내에 있는 짧은 기간 동안 하나의 세포에서 시작하여 불과 40주 동안에 완성된 신체를 만들어 내야 하는 만큼 특정한 발달단계에서 손상을 입게 되면 해당 부위는 영구적인 결함으로 남게 된다. 
 

 앞으로 어느 정도의 파급력이 예상되는 바이러스인가
 질환 자체는 비교적 증상이 가벼운 편이며 정상적인 면역체계를 갖춘 성인이라면 사망으로 이어지기는 힘들다. 다만 태아나 심한 면역결핍이 있는 환자에게는 후유증을 남기거나 중증으로 갈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우려하고 있는 소뇌증과 말초신경에 염증이 생겨 발생하는 급성 마비성 질환인 길랑바레증후군은 조심해야 하지만 임산부나 소아가 아니며 다른 질환이 없는 일반 성인은 감염에 대한 지나친 우려를 할 필요는 없다.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는 어떤 것이 있나
  일차적으로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지역에서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배우자가 바이러스 유행 지역에 다녀왔고 모기에 물린 적이 있다면 성적 접촉은 최대 한 달까지 자제하거나 콘돔을 사용하는 주의가 필요하다. 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된다면 헌혈, 소독되지 않은 주사기나 문신 등 피를 다른 사람에게 옮길 수 있는 일은 삼가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해외여행을 계획할 경우에는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지역을 방문할 때 예방접종이나 항말라리아제제 등 예방약을 복용해야하는지 적어도 출발 보름 전에 확인하도록 해야 한다. 여행 후 열이나 발진이 있을 경우에는 반드시 의사에게 해외여행과 여행지역을 얘기하고 상담받는 것이 좋다. 
  

 한국은 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기본적으로 검역절차를 강화했으며 국내 유입되는 환자를 조기 발견하고 소뇌증과 길랑바레증후군과 같은 질환자 수를 지속해서 파악하고 있다. 또한, 흰줄숲모기가 많은 지역과 시간, 주로 노출될 수 있는 대상자를 지역과 시기별로 분석하려 노력 중이다. 
 

  백신은 개발된 상태인가
  백신은 개발되는 데 아직 최소 5-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현재 플라비 바이러스 중 백신이 개발된 질환은 황열과 뎅기열, 일본뇌염만 있다. 
  

  지난해 5월, 메르스가 발생하고 한국은 두 번째로 많은 환자가 발병한 나라라는 오명을 썼다. 지카 바이러스가 한국에 유입될 경우 자국이 지난해보다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고 생각하는가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은 모기가 옮기는 질환이므로 메르스와 같은 호흡기질환과는 다른 방식의 관리가 필요하다. 국내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자체 유행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성립돼야 한다. 첫째, 일정 수준 이상의 환자가 해외에서 국내로 유입돼야 하고 국내에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모기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존재해야 한다. 또한, 모기가 사람을 물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번식해야 하고 그들이 사는 곳에 사람이 접촉해 물려야 한다.
  지카 바이러스는 뚜렷한 증상이 없는 감염자가 80%가 넘기 때문에 해외에서 걸려 국내에 들어오더라도 진단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해외 입국자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로 환자의 상태 파악은 잘 되고 있는 편이다. 이와 함께 감염 모기에 대해 꾸준한 감시를 하고 있으므로 제때에 환자가 발견될 경우 원활히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국내 2차 감염 가능성은 감염된 모기가 직접 항공기나 선박으로 들어오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리 높지 않으므로 우리나라의 의료체계에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강연희 기자 yhadell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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