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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을 아끼는 마음이 곧 세계화로 이어집니다"
2016년 03월 02일 (수) 20:24:41 최예리 기자 sharply_choi@naver.com
     
 
     
 
   
 


     최근 영화와 드라마에서 음식은 극 흐름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국내 1호 음식감독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김수진(61) 원장을 빼놓을 수 없다. 영화 <왕의 남자>를 시작으로 <식객 1편>, <식객: 김치전쟁>, <미인도>, <쌍화점>, <나는 왕이로소이다>, 드라마 <발효가족>,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등의 작품에 음식감독으로 참여한 그녀는 20년 넘게 한식 요리연구에 힘쓰면서 교육사업 역시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지난달 25일, 푸드앤컬쳐아카데미의 김수진 원장을 만났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푸드앤컬쳐아카데미의 원장이자 음식감독 김수진입니다. 또한, 한류한국음식문화연구원에서 한국음식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요리를 배운 때는 언제인가요
   제가 요리에 몸소 부딪히게 된 것은 결혼한 이후부터예요. 부산 출신인 제가 서울로 시집을 오니 음식문화 차이가 생각보다 심했죠. 거기다 제가 음식을 제대로 할 줄 모르니까 시어머니에게 맨날 혼나기 바빴습니다. 저희 시어머니께서는 세시풍속마다 음식을 하셨어요. 또한, 집에서 간장, 된장, 고추장을 기본으로 만들어야 했고, 김장철이 되면 김치도 종류별로 담가야 했어요. 당시엔 많은 요리를 소화하기가 힘들었지만, 시어머니는 요리 스승이라고 할 만큼 제 요리 인생에 큰 도움을 주셨다고 생각해요. 

주부로 살다가 외식사업에 뛰어드신 이유가 있나요
   제가 24살에 결혼하고 육아를 하다가 한 10년쯤 지나서 집안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일이 닥쳤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업을 하기 전 한국여성개발원이라는 곳에 가서 소규모 경영자 교육을 받았어요. 그때 요리와 적성이 맞다는 것을 느껴서 이 직종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외식사업을 그만두고 교육에 뛰어든 계기는 무엇인가요
    89년도부터 2000년 초반까지 보쌈 전문점을 운영했어요. 사업을 시작하고 2년 동안은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 관련된 모든 음식을 배우러 다니고, 어떻게 더 잘 만들 수 있을까 연구를 하면서 고생을 많이 했죠. 그 시기를 보내고 나서 음식점이 굉장히 빨리 성장했어요. 그렇게 바쁜 나날을 보내다가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서 일을 그만두게 됐죠. 그 뒤로는 해외를 돌아다니며 음식을 연구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일본에서 예쁘게 장식한 음식을 보게 됐는데 우리나라는 이런 푸드스타일링을 배울만한 교육 기관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교육기관의 원장이 되고 싶다는 꿈을 키웠습니다. 결국, 2002년 말에 푸드앤컬쳐아카데미를 설립했고 푸드스타일리스트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을 만들게 된 거죠.

 

음식감독이라는 직업을 만나게 된 건 언제부터인가요
   음식이 영상으로 보이는 효과가 굉장해요. 그래서 그것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와중에, 영화 <왕의 남자> 측에서 음식 자문을 요청해왔습니다. 영화 속에 내가 직접 만든 음식을 올린다는 자체가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이라 흔쾌히 수락했죠. 영화가 천만을 돌파하면서 거기 있던 제작진이 다른 영화를 만들게 됐는데 그게 <식객> 1편이었어요. 엔딩 크레딧에 제 이름을 어떻게 넣을지 고민했는데 제작진 측에서 국내에는 생소한 ‘음식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제안했어요. 그렇게 국내 최초라는 칭호가 붙게 되고, 그 후 2년간 인터뷰와 방송을 그렇게 많이 나간 적이 없네요.

음식감독은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나요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음식 모두 직접 준비하고 세팅을 마칩니다. 또, ‘주인공의 손이 어떻게 음식을 집어서 입에 넣는지’까지 세밀하게 지도하는 일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음식감독은 한식뿐만 아니라 양식, 중식, 일식, 제과 제빵까지 요리를 거의 마스터하고 나서 생각해야 할 직업이에요. 또한, 요리 실력을 비롯해 공간구성능력, 식재료에 대한 이해 등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한 작품당 준비 기간은 어느 정도 인지 궁금해요
   준비 기간은 작품에 따라 달라져요. 한 달 이상 걸리는 것도 있고 당일에 준비하는 것도 있습니다. 영화는 보통 대본을 미리 받기 때문에 사전에 구상해놔요. 제작진이 ‘이 음식은 어떻게 만들어주시고, 언제 대기해야 하니까 언제까지 주세요’라고 공지해주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드라마는 좀 달라요. 영화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이니까 음식을 준비할 시간은 상대적으로 촉박한 편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영화 <식객>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1편에서 음식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배우 김강우, 임원희 씨가 음식을 정말 맛있게 먹어줘서 인상 깊기도 해요. 또, 2편 <식객:김치 전쟁>을 촬영할 때 식재료를 구하지 못할뻔한 일이 있었어요. 제작부에서 대회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산더미처럼 쌓인 식재료를 요청했는데, 그렇게 많은 양을 한 번에 구하기는 힘들었거든요. 겨우 재료를 구해 장면을 완성하고 촬영장 뒤에서 눈물을 흘린 기억이 납니다. 광주 농산물 센터에 찾아가서 쉬고 있는 분까지 불러내기도 했는데, 그때 많은 센터 상인의 도움이 없었으면 대회 장면은 탄생하지 못했을 거예요.

촬영용 음식에 관한 숨겨진 이야기가 궁금해요
   화면상으론 푸짐하게 상을 차려놓지만, 실제로 배우들이 대화하면서 입에 음식물을 많이 넣지는 않아요. 입에 많이 넣고 대화를 하게 되면 대사전달이 잘 안 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따로 음식을 작게 잘라 놓습니다. 배우의 젓가락이 아무거나 집는 것 같지만 딱 그만큼만 먹으면서 촬영을 진행합니다.

촬영 후 남는 음식은 어떻게 처리하는지 궁금해요 
    촬영용 음식은 대부분 쓰레기통으로 가게 돼요. 많은 사람이 이동하다 보니 그만큼 먼지가 많이 쌓이기 때문이에요. 또, 음식이 언제 들어갈지 모르니까 대기하면서도 수시로 기름칠하고 스프레이를 뿌려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됩니다.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음식을 떠나보내는 것은 마음 아프지만, 어쩔 수 없어요.

한 평생 요리를 하면서 지내셨는데 요리가 힘들지는 않나요
   경제적인 요인 때문에 힘들었던 적은 있었지만, 요리하는 그 순간만큼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만든 음식을 누군가 먹는다는 것’ 그 자체가 저를 기쁘게 해요. 그래서 요리할 때는 온종일 서서 일해도 힘들지 않아요.

가장 자신 있는 요리는 무엇인가요
   꼭  하나 집어서 말하자면, ‘돼지고기 찌개’를 가장 잘해요. 어릴 적 어머니가 해주시던 음식인데 아버지께서 굉장히 좋아하셨죠. 지금은 제가 식구들에게 자주 해주는 메뉴가 됐어요. 소박하지만 추억이 담긴 음식이라 저에겐 특별합니다.

10년 넘게 외국인을 대상으로 요리를 교육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13년 전, 여행사에 다니는 지인이 외국인에게 김치 담그는 법을 알려주면 좋을 것 같다는 제안을 했어요. 맨 처음 ‘김치 쿠킹클래스’를 진행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뜨거웠죠. 그 후로 김치뿐만 아니라 불고기, 잡채, 비빔밥, 떡볶이까지 우리나라의 많은 음식을 소개하면 좋을 것 같다고 판단하고 교육을 이어가게 됐습니다.

청춘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예전보다 식단이 서구화되면서 한식을 멀리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났습니다. 물론 스파게티나 피자를 먹는 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나’부터 한국의 음식문화를 소중히 생각해야 한식을 널리 알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어떤 길을 가든 내 역할이 빛날 수 있는 꿈이 있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해요. 하고자 하는 일에 목표를 두고 한 계단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면 어느새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제가 늦은 나이에 사업에 뛰어들고 지금까지도 활발히 일하는 것처럼 여러분도 나이에 얽매이지 않고 차근차근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사진 최예리 기자 sharply_choi@naver.com
사진 푸드앤컬쳐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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