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아버지를 조르고 졸라 강아지를 키우게 됐다. 그리고 아버지는 개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감정이 있으니 소중히 다뤄야 한다는 당부의 말을 하셨다. 그때는 귀담아듣지 않았지만, 강아지와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점차 그 말의 중요성을 깨달아갔다.

   초등학생 때 처음 만났으니 그 강아지는 이제 노견이 됐다. 지금도 물론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새끼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털에 윤기가 사라졌으며 살이 처지고, 눈은 하얘졌다. 강아지의 귀여운 면만을 보고 분양을 결정하는 사람은 염두에 두지 못했을 모습이다. 그러다 보니 실망해서, 또 귀찮아서 무책임하게 개를 버리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2015년 기준, 한 해 버려지는 유기견의 수는 약 10만 마리에 달하고 여름휴가가 있는 7, 8월에 그 수가 급증한다. 또한, 반려견이 나이가 들어 병에 걸리자 같이 지내온 세월을 뒤로하고 내치는 매정한 사람도 있다. 결국, 버려진 개들은 홀로 죽음을 맞이하거나 유기견 보호소에 맡겨진다. 보호소에서는 기간을 15일 정도 준다. 그리고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를 시행한다. 다행히 요즘에는 많은 연예인 덕분에 유기견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 유기견을 입양하는 수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다시금 새로운 가족을 만났다고 개가 행복해진다는 것은 아니다. 상처를 여전히 마음에 품은 유기견은 인간에 대한 불신으로 새집에 가더라도 한동안 불안에 떨게 된다. 2009년 ‘TV 동물농장’에서 소개돼 화제를 불러온 ‘꽃님이’도 그랬다. 버려진 개였던 꽃님이는 가족이 되길 자청한 동물병원 수의사와 간호사를 만났지만, 누가 부르거나 만져도 2년간 같은 자리에서 벽만 보며 지냈다. 동물교감 전문가인 하이디는 당시 꽃님이가 다시 버려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는 주인이 자신을 버렸다는 사실과 또다시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리가 감정을 느끼는 것처럼 개도 기뻐할 줄 알고 슬퍼할 줄 안다. 본인도 가끔 배변을 가리지 못하고 말을 못 알아듣는 강아지가 야속하기도 했다. 게다가 지금은 강아지였을 때보다 덜 예쁘고, 더 많은 손길이 필요하다. 그러나 가족처럼 슬픔과 기쁨을 공유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의미를 준다. 그런 강아지를 버리는 사람은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을뿐더러 알려고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개를 키운다는 것은 그 마음까지 책임지겠다는 일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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