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국현대사(1959-2014, 55년의 기록)(2014)』-유시민/돌베개-

지난달 개성공단이 11년 만에 폐쇄됐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2월 16일 국회 연설에서 “북한 정권이 핵개발로는 생존할 수 없으며, 오히려 체제 붕괴를 재촉할 뿐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게 할 것”이라며 북한 체제의 붕괴를 염두에 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일을 두고 한쪽에서는 핵실험을 포기하지 않는 북한에 더는 선의를 베풀 이유가 없으며 정부가 압박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통일을 나라의 중요한 해결과제 중 하나로 두고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핵실험을 하고 있다. 이제는 정말 강경한 정책을 시도해야 할 때일까?
『나의 한국현대사』는 우리가 이 물음에 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저자는 한국의 55년을 기록하면서 남북관계가 퇴행과 발전을 반복해올 수밖에 없던 이유를 통찰력 있게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먼저 왜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실험에 그토록 집착하는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대다수는 북한이 우리를 공격하기 위해서 무기 실험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는 북한이 핵에 집착하는 이유가 미국을 상대로 자신들의 체제안전을 보장받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핵무기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일종의 ‘자위(自衛)용’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이라크전에서 보여준 군사적 능력은 북한이 핵무기라는 비대칭전력을 강화하게끔 만들었다. 또 군사적 우위뿐만 아니라 미국은 언제라도 북한을 경제적으로 통제할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계속되는 미국의 적대정책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핵을 놓는 순간, 체제안전은 보장될 수 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러한 북한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그저 핵을 버리라고만 주장하는 게 과연 옳은 것일까? 저자는 북한을 상대하는 데 두 가지 접근법이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제거’하는 것, 다른 하나는 ‘관리’하는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부터 전두환 대통령까지, 우리 정부는 북한을 ‘제거해야 할 위험’으로 간주했다. 그 결과 남북한은 냉전체제로 들어섰다. 하지만 노태우 정부부터는 북한을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했다. 미국이 북한의 대외교역을 봉쇄했을 무렵, 노 대통령은 먼저 나서 남북교역 문호를 제안했다. 이때 처음으로 북한을 ‘관리해야 할 위험’으로 보게 된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도 그 관점을 이어가려 노력했다. 특히 김대중 정부 때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에 인도적인 지원을 제공했으며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등 민간 차원의 대북경제협력사업을 추진했다. 이로 인해 북한과는 남북협력 관련「6·15공동선언」을 이뤘다. 김 대통령은 그렇게 2000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부터 남북관계는 다시금 퇴행했다.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개방·개혁할 경우 경제적 지원을 하겠다는 ‘비핵개방 3000’을 남북관계 기본 정책으로 세웠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이 체제 안정을 위해 핵과 미사일을 가지고 있음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체제 안정을 이유로 미국과 밀고 당기기를 해오는 북한이 이 정책에 호응할 리 만무했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관점이 제거와 관리 사이에서 방황하는 사이, 남북정상회담은 5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남북한의 얼어붙은 관계는 그대로 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졌다. 출범 초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라는 대북정책을 내세웠지만, 아직도 신뢰가 아닌 강경책으로 북한과 맞서고 있다.
박 대통령은 2014년 3월 독일 방문 때 베를린 장벽처럼 남북의 휴전선도 무너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를 두고 저자는 박 대통령이 북한 체제의 붕괴와 흡수통일 가능성을 생각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리고 올해 박 대통령이 연설에서 체제 붕괴를 언급했고, 저자의 판단은 적중했다. 박 대통령은 또다시 북한을 ‘제거해야 할 위험’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앞선 사례들을 보다시피 대통령이 어떤 대북정책을 펼치냐에 따라 남북관계는 그 양상을 달리한다. 그리고 그 대북정책 관점은 북한의 핵 소지 여부에 집중할 것인가, 북한이 핵을 가진 이유에 집중할 것인가에 따라 결정된다. 북한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볼 것인가는 앞으로의 통일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 저자의 생각을 충분히 들었다면 이제 우리가 대답해볼 차례다. 강경한 정책, 정말 시도해야 할 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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