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의 사생활(2014)』- 데이비드 랜들 / 해나무 -

  성인의 권장 수면 시간은 8시간 전후로, 하루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하지만 왜 잠을 자야 하는지 이유를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만약 잠이 단순히 몸을 쉬게 하기 위한 목적만 있다면 잠을 자지 않고 오랫동안 휴식만 취하더라도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굳이 실험해보지 않아도 그런 휴식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사람은 왜 잠을 자는데 이렇게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잠의 사생활』의 저자는 잠에 대한 역사적 배경과 여러 연구결과를 통해 수면이 인간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말해준다.

  20세기 중엽까지 잠은 몸에서 아무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상태라고 여겨졌다. 그러나 1950년 렘수면이 발견되면서 연구자들은 잠이 다섯 단계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것임을 알아냈다. 단계 중 마지막 순서인 렘수면은 깨어있을 때와 똑같은 뇌 활동을 보이는데, 이때 사람의 근육은 이완돼 거의 신체적 움직임이 없다. 이 단계에서 사람은 꿈을 꾸게 되는데, 이때의 꿈을 대부분은 상징과 은유가 가득한 허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꿈에 관한 학술지를 수집해 자료를 만들었던 윌리엄 돔호프 교수는 익숙한 이미지와 배경이 꿈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꿈속에서 나온 다리가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도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단순히 자주 봤던 다리이기 때문에 나왔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악몽은 평소 걱정하던 것들이 수면 시간에 나타난 뇌의 작용일 뿐이다.

  저자는 폴 매카트니가 침대에서 일어나는 순간 예스터 데이라는 노래의 멜로디를 떠올렸던 일화를 소개한다. 그리고 독일 화학자 아우구스트 케쿨레가 꿈에서 벤젠의 분자구조가 정육각형인 것을 발견해 이후 독일 산업 발전에 중요한 계기를 제공한 사실을 얘기한다. 얼핏 이 예시들은 이들의 천재성에서 귀의한 것이라 보이겠지만, 꿈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고민하는 것과 연관관계를 지녀 다양한 접근 방법과 해결책을 제안해준다. 꿈이 학습과 창조성의 중요한 요소라는 가설을 세운 크릭과 미치슨의 이론에 따르면, 뇌는 수면 시간 동안우리가 하루 동안 보고 느낀 것을 보관할 것과 버릴 것으로 선별해 정보를 저장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다가 우리가 렘수면에 빠질 때 뇌에서는 기억을 조직화하는 과정이 일어난다. 중요한 정보만 남겨두는 과정을 통해 더욱 문제와 연결해서 생각하기 쉬워지면서 결국 문제점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2000년대 전반에 독일의 뤼벡 대학 연구팀은 수면이 새로운 개념을 탄생시키는데 촉매 역할을 하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숫자 퍼즐을 하루 동안 익힌 참가자에게 문제를 풀게 시킨 뒤 8시간 자는 집단과 자지 않는 집단으로 나눴다. 다시 문제를 풀게 했을 때 잠을 전혀 자지 않은 참여자는 별로 개선점이 없었던 반면에 8시간 잠을 잔 사람은 17%나 더 빨리 과제를 해결했다.

  그렇다면 갖고 있던 고민을 꿈으로 꾸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일까? 정신의학과 스틱골드 교수는 대학생을 모집해 테트리스 게임을 한동안 하게 한 뒤 정상적으로 잠을 자게 했다. 그 결과 5명 중 3명이 테트리스 조각이 떨어지는 꿈을 꿨다고 답했다. 둘째 날에는 더 많은 사람이 게임과 관련된 꿈을 꿨고 게임에 대한 꿈을 더 오래 꾼 사람은 다른 이보다 게임 능력이 향상돼 있었다. 이후 교수는 온몸을 움직여야 하는 아케이드 게임을 통해 한 번 더 실험을 진행했다. 그리고 이로 인해 깊은 수면 단계인 렘수면에 들어서야 뇌가 사물을 새로운 각도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밖에 누적 수면 시간이 비슷하다면 새로운 기술을 배운 날 밤 얼마나 잠을 잤느냐에 따라 수행 능력에 차이가 난다는 사실이 책에 기록돼있다. 그렇다면 갑작스러운 상황 때문에 밤을 새워야 했던 사람은 이런 시간을 스스로 박탈했다는 것에 괴로워해야 할까? 저자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 나름의 해결책도 제시해준다. 낮잠을 15분 정도만 자도 인지 수행 능력이 크게 향상한다는 것이 그 예이다.

  누구나 중요한 시험을 보기 전날에 충분히 잠을 자둬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불안감에 시달려 늦은 시간까지 공부한 것을 복습하고 자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이런 상황에서 긴장 때문에 잠 못 이루기보다 적당한 수면 시간을 가지길 권한다. 당신의 뇌가 다음날 문제 해결에 필요한 충분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도록 말이다.


문아영 기자 dkdud47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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