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통계에 따른 현상 분석 -②청년 삶 만족도

     
 

 지난 호에서는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는 이유를 지적하면서 그 해결책까지 제안해봤다. 이어 이번에는 우리나라 청년들이 느끼는 삶 만족도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2015년 한국인의 삶 만족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이하 OECD) 가입 34개국 중 27위로 하위권을 차지했다. 이는 2014년에 비해 두 단계 떨어진 지수로서, 만족도·소득·일자리·교육·건강·일과 삶의 균형 등 11개 항목을 평가해 측정된 것이다. 그중 청년들은 오래전부터 가장 ‘불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계층으로 꼽힌다. 수년째 한국 18세 미만 아동의 삶 만족도가 OECD 통계상 꼴찌를 독차지해 왔는데, 그런 아이들이 커서 현대의 청년층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 시에서 각종 청년정책을 제안했고 지난해 서울시는 청년의 행복을 중심에 두고 ‘일자리, 설자리, 살자리, 놀자리’를 제공하는 ‘2020 청년정책’을 내세우기도 했다.
 그렇다면 청년들이 스스로 ‘불행하다’라고 느끼는 본질적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단계에 따라 차근차근 짚어보려 한다.
 대학생이 한 달에 필요한 자금은 어느 정도일까. 기자는 타지에서 올라와 혼자 자취 생활을 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각종 생활자금을 스스로 해결하고 있다. 본인 자택은 보증금 2,000만 원과 월세 20만 원을 충당해야 하는데, 보증금은 부모님이 내주고 매번 월세는 본인이 아르바이트해 번 돈으로 내고 있다. 그 외에 한 달간 식비로는 평균 32만 원, 교통비 10만 원, 생활용품 등의 소비로 12만 원을 쓴다. 앞서 언급한 금액을 다 합치면 74만 원가량이다. 지난해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대학생의 월평균 생활비를 조사한 결과, 자취생의 경우 49만 원, 본가에서 통학하는 학생은 32만 원으로 집계됐다. 또한, 그 생활비를 충당하는 방법으로 가장 많은 비율인 36.8%의 학생이 아르바이트를 선택했다.
 게다가, 비싼 등록금과 치솟는 월세난은 학생들에게 이중고를 주고 있다.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T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대학가 월세는 보증금 1,000-2,000만 원, 월세 50-60만 원으로 정착화돼 가고 있다. 신축일 경우 보증금 2,000만 원 이상, 월세 70-80만 원까지 받기도 한다”라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 관악구 S부동산 관계자는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은 대학가의 경우 자연스레 높은 가격대를 형성, 유지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밝힌 ‘2016년 2월 부동산시장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주택전세가격변동률은 연평균 전월대비 0.6%, 지난 1월 전월대비 0.3% 상승했다. 이는 정부의 가계담보대출 규제와 금리인상 등 시장 악재가 겹쳐 나타난 결과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의 대학 등록금은 OECD 가입국 중 두 번째로 비싸다. 특히 사립대학교의 경우 더욱 높은 금액을 보이는데, 한 학기 등록금 평균 1위에 오른 한국산업기술대는 450만5000원, 그다음 연세대학교는 433만 원, 신한대학교는 432만 원이다. 본교의 경우 인문, 사회대학은 301만4000원, 체육학과는 377만1000원, 예능 관련 학과는 439만9000원, 약학대는 445만4000원이다.
 그렇다면 본교 사회과학대 학생인 기자가 학기 중 등록금 301만4000원과 월세 포함 15주 생활비 277만5000원을 합한 금액인 578만9000원을 벌기 위해서는 얼마동안 아르바이트를 해야 할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급여가 가장 낮은 하위 5개 직종 중 하나인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을 경우를 가정해 계산해봤다. 올해 한국의 최저시급은 2015년도보다 8.1% 인상된 6,030원이다. 최저시급을 주는 편의점에서 기자가 필요한 금액을 충족하려면 약 960시간을 일해야 하는 것이다. 즉, 한 학기인 15주 동안 주말도 쉬지 않고 매일 9시간 이상씩 일해야 벌 수 있다.
 다른 아르바이트를 선택했을 때는 어떨까. 현재 영화관 아르바이트 시급은 CGV 기준 7,240원이다. 편의점에 비해서는 높은 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이 역시 약 799시간을 일해야 578만9000원을 충당할 수 있다. 학기 중에는 매일 7시간 이상씩 일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시급이 높은 직종이 속하는 바(bar) 아르바이트의 시급은 1만4천134원이다. 이곳에서 근무하면 총 405시간, 하루 약 4시간씩 매일 일해야 한다.
 기자는 일주일 중 4일 동안 하루 평균 4시간 수업을 듣고, 추가로 공부와 과제를 하며 2시간을 더 학교에서 보낸다. 또한, 학보사 업무를 하는데 2-3시간 이상을 보내고 있다. 거기다 식사 시간과 귀가 시간까지 더하면 학기 중에는 하루 12시간 정도가 이미 소요된다.
 알바천국이 대학생 1,5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학생 타임푸어(일에 쫓겨 자유시간이 없는 상황) 현황’에 따르면, 하루 일과 중 대학생들의 타임푸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장시간의 아르바이트’가 34.6%로 1위를 차지했다. 학업 공부와 취업 준비만 해도 쉴 틈 없이 바쁜 대학생들이 매일 수 시간씩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이런 현실에서 대학생 평균 아르바이트 소득은 지난해 2분기에 들면서부터 감소세를 보였다. 구인구직 포털사이트 알바천국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대학생 월평균 아르바이트 소득은 약 51만 2,000원으로 재작년 동기 대비 2% 감소했다. 51만 원이라는 액수로는 등록금을 내기는커녕 월세와 생활비를 내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이로 인해 한국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 비율 또한 늘고 있는 추세다. 한국장학재단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4년의 학자금 대출자수는 95만3,640명이었다. 이는 2009년 70만4,866명에 비해 35.3% 증가한 수다. 본교의 상황 역시 좋지 않다. 지난 2년 간 우리 학교의 평균 학자금 대출자 수는 2,065명에 이른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대학생들은 충분히 휴식을 취할 여유조차 없다. 앞서 언급한 ‘대학생 타임푸어 현황’에서 대학생들은 타임푸어를 극복하기 위한 시간 활용법으로 ‘수면 시간을 줄인다’를 꼽았다. 또한, 잡코리아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지난해 4월 취업준비생 821명 중 46.3%는 “현재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있지 못하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한국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OECD 가입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한국인 평균 수면시간이 6시간 48분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OECD 국가별 평균 수면시간이 8시간 22분인 것을 고려하면 눈에 띄게 짧다. 의학적으로 성인의 하루 권장 수면 시간은 7-9시간이다. 하지만 매일 학업과 아르바이트에 치여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은 그 ‘적절한’ 여유를 가질 시간도 없어 보인다.
 삶 만족도는 만족도·소득·일자리·교육·건강·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지표에 의해 결정된다. 앞서 알아본 절망적인 상황에서 청년들은 어떤 기준에서도 만족할 수 없다. 심각한 취업난에 골머리를 썩기 전부터 너무나 많은 현실적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야하기 때문이다.
 

강연희 기자 yhadella@naver.com
이지은 기자 unmethin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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